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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우주정거장 거주 15년…화성 정복 머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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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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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는 '우주정거장'을 상상했다. 지구 대기권을 탈출한 발사체가 잠시 머무르며 연료를 주입하고, 또 다른 행성을 향해 여행하는 것이 가능하리라 믿었다. 그의 상상은 2000년 '국제우주정거장(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 건설로 현실화됐다.

2015년 11월은 ISS에 인간이 처음 발을 들여 놓은 지 15년이 되는 달이다. 천문학적인 건설비가 사용된 ISS는 인류에게 어떤 존재일까.

195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과 러시아 간 우주 경쟁은 치열했다. 인공위성은 러시아가 먼저 쏘아 올렸지만 미국은 이보다 앞선 기술로 달에 발을 디뎠다. 이후 벌어진 경쟁은 우주정거장 건설. 1971년 러시아는 '살류트1호'를 발사하며 경쟁의 서막을 열었다. 미국은 1973년 '스카이랩'을 발사했다. 이때 우주정거장은 사람이 머무를 수 없고 우주선이 잠시 도킹할 수만 있었다. 형태를 갖춘 우주정거장은 러시아가 먼저 쏘아 올렸다. 1986년 러시아는 '미르'를 발사했다.

냉전이 끝난 뒤 우주정거장은 과학기술의 국제적 협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의 우주인이 미르를 방문했으며 1995년에는 미국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가 미르에 도킹했다. 러시아는 이후 미르를 운영할 돈이 부족해지자 대기권으로 떨어트려 남태평양에 수장시켰다.

ISS 건설은 국제 협력을 통해 진행됐다. 축구장 크기 ISS는 미국을 주축으로 유럽 러시아 일본 캐나다 등 16개국이 참여했다. ISS 건설에 쓰인 자금만 우리 돈으로 174조원. 인류가 역대 건설한 구조물 중 가장 비싸다. 힉스 입자를 발견한 거대강가속기(LHC) 건설에 8조원이 든 것과 비교하면 20배가 넘는 규모다. 이주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우주응용재료팀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러시아 등 각국 왕복선이 수십 차례에 걸쳐 지구와 우주를 왕복하며 건설했다"고 말했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굳이 ISS를 건설한 이유는 무엇일까. ISS는 지구가 물체를 잡아당기는 중력과 지구를 회전하면서 만들어지는 원심력이 서로 상쇄되며 중력이 '0'인 무중력 상태가 된다. 지구에서 무중력 상태를 만들려면 높은 곳에서 떨어트리거나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자유낙하시켜야 한다. 이 선임연구원은 "ISS에서는 사람이 장기간 우주 환경에 노출됐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연구할 수 있다"며 "이 밖에도 생물학·화학·물리학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 인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적으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지구는 중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리 정교하게 화합물이나 재료를 만들어도 불순물 또는 균열이 생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무중력 상태에서는 불순물을 걸러내는 게 용이해 순도 100% 화합물·재료 제작이 가능하다"며 "신약, 고품질 재료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우주공장 건설의 기반 연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투자금 174조원을 생각한다면 이 같은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 경제적 가치로만 따진다면 ISS 건설은 실패다. 하지만 ISS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치올콥스키 바람대로 더 먼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 가치로 따질 수 없는 효과가 있다.

인류는 언젠가 달이 아닌 또 다른 행성에 발을 디딜 것이다. 이때 ISS 가치는 무궁무진해진다. 먼 우주로 갈 때 필요한 물자를 ISS에서 보급받을 수 있다. 그만큼 무게를 줄인 상태에서 발사가 가능한 셈이다. 이때가 되면 공상과학(SF)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도킹 후 연료 주입'도 기대할 수 있다. 화성 탐사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관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ISS 건설에 참여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장 교수는 "수십 년 뒤 ISS가 활발하게 활용될 때 우리나라는 어떤 권리도 요구할 수 없다"며 "미래 ISS가 지닌 가치는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ISS 건설 참여를 요청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무산됐다.

중국도 우주정거장이 지닌 중요성을 인식하고 독자적인 정거장 구축에 나섰다. 이미 중국은 실험용 우주정거장인 '톈궁1호'를 2011년 발사했다. 현재 우주에 떠 있는 우주정거장은 ISS와 톈궁1호뿐이다. 영화 '그래비티'에 등장하는 작은 우주정거장이 바로 톈궁1호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 ISS와 같은 우주정거장을 독자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장 교수는 "눈앞의 이익을 따지지 않고 깊고 멀리 보며 만든 것이 바로 ISS와 같은 우주정거장"이라며 "인류 지식을 넓혀주고 우주로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한한 가치를 인류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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