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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강대국들 킬러위성 경쟁… 새로운 스타워즈 발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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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불명의 킬러위성 유사시 민간 통신 위성 노려

한국일보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1,300여개의 인공위성들은 모든 일상을 관장하고 있다. 최근 '킬러위성' 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이들 인공위성이 위험에 처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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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의 新위성전쟁

러시아, 경쟁국 위성 공격 위한

군사 실험용으로 지난해 발사

中도 공격용 개발에 적극 나서

전화ㆍ인터넷 등 생활 전반 위협

약간의 충격도 인공위성엔 위기

40cm 크기가 우주정거장 흔들어

美, 방어 시스템에 천문학적 투자

연말을 맞이하는 미 연예계는 온통 영화 ‘스타워즈’시리즈 10년만의 귀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내달 17일 개봉하는 J. J 에이브럼스 감독의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첫 주말 최소 1억7,0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이 기대될 정도이다. 북미에서 최소 4,000개 이상의 극장에 내걸릴 이 영화가 40년 가까이 유지해온 테마인 ‘스타워즈’는 과연 광속을 넘나드는 우주선이 은하를 단숨에 오가게 될 머나먼 미래에서만 벌어질까.

1960년대 달 착륙과 80년대 유인우주왕복선, 그리고 최근 들어 박차를 가하는 화성탐사계획들이 대부분 미국의 주도아래 진행됐기 때문에 이를 ‘스타워즈’라고 정의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지구 성층권 위에서 궤도를 순항하는 인공위성들 사이에선 최근 들어 무시무시한 ‘스타워즈’의 조짐이 관측되고 있다.

냉전의 유령 ‘킬러위성’ 개발 경쟁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하늘 위에서 벌어지는 무력 경쟁이 우리의 안전과 통신을 지켜주는 인공위성들을 위협하고 있다”라며 ‘신 위성전쟁’을 경고했다.

2014년 5월 러시아는 4개의 위성이 실린 로켓을 발사했다. 이 중 위성 3개는 당초 공표된 것과 마찬가지로 로드닉(Rodnik)사의 통신 위성들이었지만 네 번째 위성의 정체는 생소했다. 미 국방부 공식 데이터베이스에도 이 위성은 지구 궤도상의 쓰레기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쓰레기’는 궤도 안착 직후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군가 조종을 한다는 얘기이다. 영국의 천체과학교육기관 케터링 그룹의 밥 크리스티는 “다른 3개의 위성들로부터 벗어나 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라며 “곧바로 이 미스터리의 위성은 위성들을 궤도로 올린 로켓의 항로를 따라갔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에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이 위성은 어떤 군사적인 실험을 위한 테스트 위성일 가능성이 크다. 호출명 ‘노라드 39765(Norad 39765)’로 알려진 이 ‘물체’에 대해 러시아는 1년이 넘게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밥 크리스티는 “이 위성의 목적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누군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언제라도 이것을 이용해 파괴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수의 군사전문가는 이 위성의 실제 정체는 다름 아닌 공격위성시스템(ASAT)으로 분리되는 이른바 ‘킬러위성’이라고 단정한다. 경쟁국의 위성을 공격하는 무기로서 사실상 냉전시대의 유물이 우주공간에 존재한다는 이야기이다.

공식적으로 달 표면을 포함해 우주공간은 무력을 사용할 수 없도록 국제사회가 동의한 비무장지대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은 물론 100개 국가가 여기에 동의했다. ‘스타워즈’의 불씨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미국의 참여과학자연맹(UOCS)에 따르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의 수는 지난 8월 31일을 기준으로 1,305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대다수(549개)가 미국 국적이며 러시아가 131개, 중국이 142개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42개), 인도(33개) 등이 뒤를 잇고 있다.

FT는 현재 인류의 일상생활 전반을 제어하고 무한한 가치의 정보를 생산하고 있는 이들 인공위성이 ‘노라드 39765’와 같은 킬러위성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물론 다른 강대국들 모두 자국 위성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또 다른 ‘킬러 머신’을 몰래 우주공간에 띄우는 등 암묵적인 ‘스타워즈’를 시행하고 있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프랭크 로즈 미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은 “러시아는 물론 중국도 미국 위성 정보 시스템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공격위성시스템(ASAT)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라며 “우주 공간에서 갈등이 빚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미국과 우방국들의 우주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주의 군사력 경쟁, 생활안전위협

인공위성은 사실상 우주공간에서 무방비 상태이다. 충돌, 산탄 및 레이저 빔 공격 등의능력을 갖춘 킬러위성은 위성을 무력화시켜 우리의 일상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 궤도가 조금만 엇나가도, 혹은 태양광패널이 약간만 뒤틀려도 위성은 임무수행을 포기해야 한다. 군사적 대응을 위해 개발되는 킬러위성들이 전화통화, 인터넷 등 일상의 편의를 다루는 민간 상업위성들을 위협한다는 의미다. 미 국방부 정보담당관으로 일했던 앤서니 코즈만은 “군사적으로 한정된 위협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관한 문제이다”고 말했다.

2007년 1월 중국 본토 865㎞ 상공에 떠 있던 기상위성 하나가 갑자기 궤도로 날아든 물체에 부딪혀 무려 2,300여 개의 조각으로 부서진 사건은 이러한 우려를 현실적으로 설명한다. 골프공 크기로 우주공간에 산산이 흩어진 이들 조각은 단 한 개라도 인공위성에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엘리자베스 퀸타나 영국 왕립국방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영화 ‘그래비티’에서 주인공의 우주선이 산산조각 나는 장면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라며 “이들 조각이 지구궤도에서 모두 사라지려면 2035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과학자들은 ASAT를 비롯한 모든 킬러위성 장비들이 소소한 조작 오류를 통해 위성들이 모여있는 궤도에 약간의 충격이라도 줄 경우 수많은 위성이 부서지는 대재앙이 올 수 있음을 경고한다. 2008년엔 너비가 40cm에 불과한 중국의 초미니 위성 BX-1이 국제우주정거장에 위험할 정도로 가깝게 다가와 큰 사고가 일어날 뻔했다. 미국은 야구공만 한 물체의 위성 접근을 탐지해내는 시스템 개발을 위해 록히드 마틴과 9억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이 같은 위협을 방지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 있다. 퀀타나 선임연구원은 “우리 사회와 경제 등 모든 분야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위험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임에 분명하다”라며 “모두의 삶을 좌우할 수 있는 위성의 방어막은 의외로 빈약하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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