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Enter 엔터] “상 참 잘 주죠?”… ‘파행-몰아주기’ 대종상과 차별화 성공한 청룡영화상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청룡영화상 너무 좋아요. 상 참 잘 주죠?”(김혜수)

영화 ‘암살’이 최우수작품상을 거머진 뒤 이어진 김혜수의 멘트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앞서 대종상이 갖가지 잡음에 시달렸던 터라, 올해 청룡영화상을 지켜보는 눈길은 여느 때보다 매서웠다. 결과적으로는 우려를 시원하게 털어냈다. 뚝 떨어진 기온에도 후보에 오른 배우 대부분이 레드카펫을 빛냈고, 크고 작은 영화에 트로피가 고르게 주어지면서 심사의 공정성에 힘을 실었다. 앞서 수상 소감이 길어지면서 2부 막바지 수상이 쫓기듯 이뤄진 것을 제외하곤 행사 진행도 무난했다.

지난 26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배우 김혜수 유준상의 사회로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안방마님’ 김혜수는 노련했고, 4년 째 호흡을 맞춰온 유준상 역시 안정적으로 보조를 맞췄다. 청룡 남녀주연상은 유아인과 이정현에게, 최우수작품상 트로피는 ‘암살’의 몫으로 돌아갔다.

헤럴드경제

올해 청룡영화상이 가장 돋보였던 건 흥행 대작 뿐 아니라, 다양한 한국영화들에 눈길을 준 점이다. 이날 ‘사도’가 4개 부문(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촬영·조명상, 음악상)을 석권해 가장 많은 트로피를 가져갔고, 그 외 작품들은 1~2개의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앞서 대종상이 ‘국제시장’에 10관왕을 몰아준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특히 작은 규모로 개봉했지만 의미있는 작품들로 평가 받은 ‘거인’(신인감독상, 신인남우상),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여우주연상), ‘소수의견’(각본상) 등에 주목한 점이 고무적이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이정현은 “너무 작은 영화라 기대를 못했다. 다양성 영화들이 더 많이 사랑 받아서 한국영화가 더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뜻깊은 소감을 남겼다. 용산 참사를 그린 원작이 모티브라는 점에서 개봉까지 험난한 길을 걸어야했던 ‘소수의견’의 김성제 감독과 원작자 손아람 작가에겐 각본상이 주어졌다. 상기된 얼굴의 김성제 감독은 ”제작에 들어가려고 했을 때 소재 때문에 불편해 했던 분들이 많았는데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남녀주연상을 비롯한 연기상 부문 역시 대체로 ‘받을 만한 배우들이 받았다’는 분위기다. 심사 기준에 이의를 제기할 만한 ‘반전’ 수상은 없었다. 신인 연기상을 받은 최우식, 이유영은 이미 유수 영화제 수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다. 조연상 수상자인 오달수, 전혜진도 각각 ‘국제시장’과 ‘사도’에서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남우주연상이 단순히 경력상은 아니라는 점에서, 경쟁 후보들보다 나이는 한참 어리지만 올해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유아인의 수상도 납득이 가는 결과다.

이날 감독상은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에게 돌아갔고, 최다 관객상은 영화 ‘국제시장’이 받았다. ‘거인’의 김태용 감독이 신인 감독상의 주인공이 됐고, 배우 이민호, 박보영, 박서준, 김설현이 청정원 인기스타상을 받아 무대를 빛냈다.

한편, 청룡영화상에 앞서 진행된 대종상은 갖가지 잡음으로 ‘대충상’, ‘대리종상’의 오명을 썼다. 대리수상 불가 방침을 고집하더니, 막상 후보자들이 행사에 대거 불참하자 대리수상을 남발(?)하는 모양새가 된 것. 뿐만 아니라 특정 작품에 트로피가 쏠리면서, 심사 기준의 공정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뿐 아니라 거의 매년 ‘그들 만의 축제’가 되다 보니, 대종상의 존립 자체에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종상 관계자들은 올해 청룡영화상을 어떻게 봤을 지 궁금해진다.

ham@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