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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기록으로 돌아본 박병호, 메이저리그도 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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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대장?…‘큰물’에서도 충분히 통한다

145㎞ 이상 강속구 타율 4할 육박

내년 이맘때면, 박병호(29·넥센)는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마치고 귀국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는 내년 겨울을 얼마나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까. 그때를 지금 당장 선명히 예견하기는 어렵다. 실제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미네소타 입단을 앞둔 박병호에 대한 기대값은 각양각색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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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는 지난 2년간 한국에서 매 시즌 50홈런 이상을 때리는 엄청난 위력을 뿜어냈고, 올해만 해도 타율 3할4푼3리에 53홈런 146타점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냈지만, 메이저리그는 다른 무대이기 때문이다. 일단은 KBO리그에서 거둔 성적과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할 성적의 간극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다만 각종 지표를 통해 그의 미래를 살짝 내다볼 수는 있다. 미네소타가 포스팅 응찰액으로 1285만달러를 내놓은 것도 그간 현장에서 지켜본 시각적 판단과 각종 세부 자료에 근거를 두고 있다.

KBO리그 공식 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가 올해 박병호의 타격 내용을 추적 구성한 데이터를 통해 그를 다시 봤다. 이를 기반으로 보면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을 대략적으로 읽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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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타구 속도는 얼마나 빠른가

KBO리그에서 뛰는 수준급 외국인 타자들과 국내 타자들의 차이는 우선 타구 스피드에 있다. 특히 내야를 관통하는 안타라면 타구 스피드에서 더 큰 차이가 난다. 내야수들은 외국인 타자들의 강습 타구에 바짝 긴장하게 된다.

박병호는 올해 타구 스피드가 평균 141.2㎞를 찍었다. 이는 규정타석을 채운 50명이 올시즌 기록한 평균 타구 스피드 129.3㎞에 근 12㎞ 빠른 기록이다. 전체 순위로는 타구 스피드 141.5㎞를 기록한 올해 정규시즌 MVP 테임즈(NC)에 0.3㎞ 모자란 2위에 해당한다.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타구 스피드는 공이 방망이에 맞고 나오는 순간의 속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스윙 스피드로 해석할 수도 있다.

② 145㎞ 이상의 공을 때렸을 때 성적은

메이저리그에서 145㎞(90마일)짜리 포심패스트볼로 빠른 공 대접을 받기는 어렵지만 90마일은 강속구로 향하는 출발점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보다 구속이 높다면 빠른 공이란 표현에 어울린다.

박병호는 150㎞대 빠른 공을 장착한 메이저리그 투수들과의 승부에서 어떤 결과를 낼까. 올해 KBO리그에서 145㎞ 이상의 빠른 공을 쳤을 때의 성적을 따로 살펴봤다. 박병호는 145㎞ 이상의 공을 때렸을 때 타율 5할2푼4리를 기록했다. 145㎞ 이상의 볼을 30차례 이상 타격한 34명 중 6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이들의 평균 타율인 3할7푼2리와 큰 차이를 보였다.

③ 145㎞ 이상 투구 기본 타율

타격에 성공하지 못했을 때(헛스윙 등)를 포함할 경우 145㎞ 이상의 볼에 대한 타율은 3할9푼3리를 기록했다. 145㎞ 이상의 투구에 40타수 이상을 기록한 33명 가운데 4위에 올랐다. 리그 평균 2할7푼7리와는 큰 간격을 보였다. 본인의 시즌 타율 3할4푼3리보다 앞서는 기록이기도 하다. 이 기록을 통해 박병호가 빠른 공에 대한 대응력뿐 아니라 선구안 또한 뛰어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④ 박병호의 히팅 포인트는

타구를 멀리 보내려면, 가급적 앞쪽에서 공을 맞혀야 한다. 체중을 최대한 실어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을 조금 더 뒤에 두고 타격을 해도 멀리 보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이로울 수는 없다. 조금이라도 공을 더 보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장타자이면서도 ‘콘택트 위치’가 비교적 뒤에 있는 편이다. 콘택트 위치는 홈플레이트에서 포수와 가까운 끝부분부터 공과 방망이가 만나는 지점까지 길이로 잰다. 박병호는 평균 37.6㎝로 리그 평균인 44.6㎝보다 7㎝ 뒤에 있었다. 규정타석을 채운 50명 중 13위인데 기록을 한꺼풀 더 벗겨보면 박병호의 파괴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박병호보다 콘택트 위치가 뒤에 있는 타자 12명 가운데 홈런 30개를 넘긴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이들 12명의 평균 홈런은 12.5개. 대부분이 공을 끝까지 보고 맞히는 것을 우선하는 교타자였다.

⑤ 타격 시 구종별 타율은

박병호에게도 메이저리그가 당장은 낯선 무대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 무대에서 시즌 중후반으로 갈수록 호성적을 낸 강정호(피츠버그) 역시 메이저리그 스타일의 구종과 구질에 적응하는 데 시간을 필요로 했다. 메이저리그 투수는 같은 직구라도, 대부분 커터 또는 투심 같은 변형 직구를 던진다. 말 그대로 ‘스트레이트’로 들어오는 직구는 거의 없다. 150㎞짜리 빠른 공이 요란한 볼끝 변화를 보이며 들어온다.

다행히 박병호는 KBO리그에서 구종별로 고른 타율을 보이면서도 외국인 투수들이 주로 던지는 커터와 투심에 강세를 보였다. 커터를 15차례 타격하면서 타율 4할을 기록했고, 22차례 투심패스트볼을 쳐서는 타율 4할7푼6리를 올렸다. 21차례 타격한 포크볼에는 타율 3할8푼1리, 31차례 맞선 체인지업을 때려서는 5할을 남겼다.

⑥ 외국인 투수 상대 장타력

박병호는 KBO리그에서 외국인 투수들을 두루 상대한 경험이 있다.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투수들은 대체로 트리플A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른바 익숙함을 위해서라면 나쁘지 않은 ‘연습 상대’가 아닐 수 없다.

박병호는 외국인 투수를 상대로 올해 홈런 12개를 뿜어냈다. 전체 1위에 해당한다. 외국인 투수 상대 장타율은 5할9푼6리로 규정타석 충족 50명 중 리그 3위에 올랐다. 외국인 투수 상대 장타율이 박병호보다 높은 선수는 테임즈(NC)와 아두치(롯데)뿐이었다.

⑦ 얼마나 멀리 치나

박병호는 작은 구장인 목동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한 이득을 봤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박병호의 홈런을 비거리로 흠집내기는 어렵다. 박병호는 홈런 비거리에서도 압도적이었다. 평균 비거리가 123m로 올해 홈런 10개 이상을 기록한 57명 중 1위에 올랐다. 리그 평균인 117m에 비해서도 6m나 앞섰다. 박병호는 올해 공식 최대 비거리로 140m를 기록했다. 최소 비거리는 110m였다. 100m짜리로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홈런은 1개도 없었다.

⑧ ‘비거리 킹’ 쟁탈전은

박병호는 130m 이상의 대형 홈런을 19개나 때려냈다. 올해 KBO리그에서 홈런으로 경쟁한 선수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나바로(삼성)와 최준석(롯데)이 130m 이상 대형 홈런을 9개씩 쳐내며 먼발치에서 박병호를 추격했고, 최형우(삼성)가 6개, 김현수(두산)가 5개로 뒤를 이었다.

올해 홈런 47개를 때린 테임즈는 130m 이상을 비행하는 홈런이 4개뿐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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