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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탄소배출 감축” 기업 압박하면서… 석탄발전소 대거 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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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리는 석탄발전시대]<하>한국, 거꾸로 가는 정책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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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들은 올해 평균 가동률이 40%까지 떨어졌다. 전력 수급이 원활한 상황에서 원가가 싼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부터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충남 당진에 있는 GS EPS의 LNG발전소 1, 2호기. 동아일보DB


2011년 9월 15일 전국 곳곳에서 빚어진 대규모 정전 사태로 국가 전체가 큰 혼란에 빠졌다. 게다가 당시 전력대란이 최악의 ‘블랙아웃’(전기가 부족해 갑자기 전력 시스템이 멈추는 것)으로 번질 수도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013년 초 발표된 정부의 6차 전력수급계획은 이런 당혹감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예열시간이 짧아 비상시 전력 수급이 용이한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6기(5.06GW·기가와트) 사업권을 민간 발전사업자들에게 허가한 것이다. 문제는 전력 생산 원가가 낮은 석탄발전소 12기를 계획에 포함시켰다는 데 있다. 이 12기의 총용량은 무려 10.74GW에 달했다.

○ 글로벌 트렌드와 거꾸로 가는 한국

미국은 올 8월 발표한 클린파워플랜(청정발전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32% 감축하기로 했다. 핵심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석탄발전 비중을 2013년 40%에서 2030년 27% 수준까지 줄이는 데 있다.

우리 정부가 2018∼2020년 석탄발전소를 10GW 이상 늘리기로 한 것은 이 같은 글로벌 트렌드와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다. 국내 전체 전력 생산량 중 석탄발전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39.2%로 전년 동기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부터 전력 수급이 안정화되자 정부는 올 7월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2013년 계획한 석탄발전소 12기 가운데 4기(3.74GW)의 허가를 취소했다. 하지만 발전업계에서는 석탄발전소 8기(7GW)가 예정대로 추가될 경우 전력 공급 비중은 50%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6억8830만 t 중 2억4300만 t(35.3%)은 발전 분야에서 나왔다. 이 중 1억8800만 t(77.4%)을 석탄발전소가 배출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한국은 전 세계에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가장 급진적으로 펴는 나라 중 하나다. 올 1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을 열었고, 6월에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이러한 환경정책 아래 정부는 각 기업들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라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의 책임을 기업에 돌리면서 정부는 정작 온실가스 배출을 가장 많이 하는 석탄발전소를 늘리고 있다”며 “명백히 이중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 가동률 뚝 떨어진 LNG발전소들

민간 발전업계는 위기에 놓여 있다. 이미 올해 LNG발전소 전체 가동률은 평균 40%로 떨어져 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한국전력이 원가가 싼 순서대로(원자력→석탄→LNG) 전력을 사들이기 때문에 전력 공급이 원활한 상태에서 LNG발전소는 가동을 멈춰야 하는 구조다. LNG발전소는 국내에 총 77기가 있다. 설비용량은 32GW로 전체 발전설비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나 발전량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22.4%에서 올 상반기 19.8%로 2.6%포인트 낮아졌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원가만을 기준으로 한 현재의 전력 구매 정책을 에너지원별 ‘쿼터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조건 값싼 석탄발전소를 모두 돌린 뒤 LNG발전소를 가동하는 게 아니라 석탄발전 및 LNG발전에 일정한 할당량을 주고 발전소들 간 경쟁을 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LNG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석탄발전의 약 40% 수준인데 원가 격차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라도 신재생에너지로 가기 전 과도기 단계에서 LNG발전을 활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 “석탄발전 규제 말라” vs “CO₂ 배출 규제 강화” ▼

日, 내년 4월 전력시장 자유화… 부처마다 다른 목소리에 혼란


내년 4월 전력 소매 시장의 완전 자유화를 앞둔 일본 정부는 석탄발전 비중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적 검토에 착수했다. 전력 소매 시장 자유화란 10개 권역에서 각 1개씩의 기업이 전력 판매를 독점하던 구도를 깨고 누구나 전기를 팔 수 있도록 하는 것.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 라쿠텐 등 정보기술(IT) 기업들까지 전력 판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싼 가격 때문에 석탄발전소가 우후죽순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2013년 전체 발전 전력원 중 30%를 차지하고 있는 석탄의 비중을 2030년까지 26%로 줄이고, 동일본 대지진 이후 멈춘 원자력발전을 재가동해 이 기간 온실가스를 26% 감축하는 ‘에너지 기본계획’을 확정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민간기업들이 석탄발전소를 우후죽순 설립할 경우 국제사회에 약속한 이번 계획 달성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 에너지업계와 경제산업성은 “석탄발전을 제한하기보다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며 석탄발전 규제를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전력 판매 자유화에 따라 신규로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 중 많은 수가 석탄발전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하고 있다.

반면 환경성은 석탄발전소 승인을 반려하는 한편 현행 발전용량이 100MW(메가와트)가 넘는 석탄발전소에만 적용되는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규제를 100MW 미만의 발전소에도 적용하는 것에 대해 검토 중이다. 각 전력회사가 석탄을 발전원으로 사용하는 비중을 화력발전 전체의 50% 이하로 규제하는 강경한 대응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부처가 각자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어 정책을 입안하고 있을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구로키 아키히로 상무는 “온실가스 감축과 전력 판매 자유화를 통한 가격 인하라는 두 가지 정책 사이의 딜레마”라며 “가격과 환경의 균형점을 찾는 게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도쿄=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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