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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치매 걸려도 약 먹고 진료… 동료의사는 못 본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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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의원 원장 '뇌병변장애' 공식 확인… 제2 사태 우려]

부적절 의사 막을 방법 없어…

의료인들 3년마다 보수교육, 형식적 운전면허 갱신 수준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를 계기로 현행 의사 면허 관리 시스템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의원 K(52) 원장이 뇌내출혈 후유증을 안고도 진료를 계속했다는 사실〈본지 26일자 A16면〉이 밝혀지면서 진료에 부적절한 건강 상태인 의사가 현역으로 활동하는 사례가 실제 진료 현장에 상당수 있으며, 현행 제도는 이런 상황을 제어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2, 제3의 다나의원 사태가 재발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K원장은 피로 해소와 비만 치료 목적 등으로 주사 처방을 많이 했고, 이 과정에서 주사기·주사액을 재사용해 67명(26일 기준·총 내원자 2268명 중 600명 조사 결과)에게 C형 간염 감염을 일으킨 것으로 보건 당국은 보고 있다. K원장은 2012년 뇌내출혈로 장애등급 2급(뇌병변장애 3급 및 언어장애 4급) 판정을 받았다고 보건 당국이 공식 확인했다.

병 고치려다 병 얻는 환자들

의사 A씨는 "본인이 치매인 줄 인지해 치매약까지 복용하면서 개원의 생활을 계속 중인 사례를 안다"면서 "오랜 동네의원 운영 경력으로 경증 환자를 기계적으로 진료해 환자들은 모르고 넘어가는 눈치지만 보기에 위태롭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만두시라고 말하고 싶어도 생계가 걸린 문제이기도 해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일러스트=송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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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내과 개원의 B씨는 조울증이 심해 가족이 입원 치료를 종용할 정도인데 이를 거부하고 계속 진료 중이라고 한다.

이런 극단적 사례를 적절히 조치 또는 예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다나의원을 관할하는 양천구보건소는 "담당 직원 2명이 관내 700개 의료기관 종사자의 직무 부적절성을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보건소장은 "관내 의료기관에 현장 지도 점검을 나가는 경우는 연간 10% 정도에 불과하다"며 "관내 의료인 중 업무 수행이 어려운 건강 상태인 것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의료기관에 대해 폐업 또는 정지를 강제할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평생 면허… 운전면허 갱신 수준"

현행 의료법은 '정신질환자(정신병·인격장애·알코올 및 약물 중독) 등은 의료인이 될 수 없다'는 조항을 두고 있고, 의료인은 보건복지부 위탁을 받아 대한의사협회·한의사협회·간호협회가 운영하는 보수 교육을 3년 단위로 받도록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느슨한 규정'이라는 게 의료계의 일치된 견해다. 한 전문의는 "현행 보수 신고제는 3년간 24시간만 교육을 이수하면 통과할 수 있어 '운전면허증 정기 갱신'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의는 "현행 제도는 전문성을 평가·교육하는 데 치중해 치매·우울증 같은 기본적이고 치명적인 부분을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 난폭 운전 문제(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신드롬)가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대두된 것에 비춰 의료계도 면허 관리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양천구보건소는 '무면허 의료 행위와 그 책임'을 물어 K원장 아내 K(50)씨와 K원장을 경찰에 고발한 데 이어, 26일 K 원장에 대한 자격정지 처분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박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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