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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눈 뜨고 당한다… 그로저의 '미사일 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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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시속 131㎞ '괴력 서브'… 0.5초 만에 상대 코트 초토화

구석에 꽂히는 정확성까지 갖춰, 타점 3m75… 국내서 가장 높아

팬들 "열추적 미사일" 환호

멍하니 볼 수밖에 없다. 지난 2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경기. 삼성화재 괴르기 그로저(31·독일)의 손에 맞은 공이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눈 깜짝할 새 반대편 코트 끝에 떨어졌다. 대한항공 선수 3명이 서 있었지만 손도 쓰지 못하고 서브 득점을 내줬다.

삼성화재가 '서브왕' 그로저의 활약을 앞세워 초반 부진을 딛고 상위권을 넘보고 있다. 그로저는 1라운드 중간 뒤늦게 투입됐지만 26일 현재 남자부 서브에서 압도적인 1위(세트당 0.806개)를 달리고 있다. 다른 외국인 선수의 2배가 넘는다. 눈 뜨고 당한다는 그로저 강서브의 비결은 무엇일까.

상대 코트까지 0.5초

경기장에서 그가 스파이크 서브를 하면 유독 '펑' 소리가 요란하다. 공을 때리는 임팩트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상대 코트를 초토화시키는 그의 괴력 서브는 키 2m, 몸무게 106㎏의 탄탄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온다.

그로저는 벤치프레스(누워서 팔로 바벨 들어 올리기) 130㎏의 강한 어깨와 스쿼트(바벨 들고 앉았다가 일어서기) 260㎏도 거뜬한 하체 근력을 자랑한다. 체지방 비율도 7%대로 낮아 점프를 자주 하는 배구에 이상적인 체형이라는 평가다. 그의 타점(3m75)은 국내에서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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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의 외국인 선수 그로저는 최고 시속 131㎞에 달하는 괴력의 서브로 한국 프로배구 무대를 달구고 있다. 사진은 높이 점프해 서브를 시도하는 그로저. /삼성화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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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속도도 차원이 다르다. 지금까지 국내 공인 최고 서브 속도는 문성민(현대캐피탈)이 올스타전 이벤트인 '서브 콘테스트'에서 기록한 시속 122㎞다. 국내 선수들이 경기 중 기록하는 속도는 100㎞ 안팎이다.

그로저는 지난해 9월 러시아 리그 경기에서 최고 131㎞까지 찍었다. 국내 리그에선 경기에 스피드건을 사용하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그로저 서브의 평균 속도가 120㎞를 넘는 걸로 추정한다. 이 속도라면 공이 반대편 코트 바닥에 도달하는 데 0.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정밀 타격 미사일처럼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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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번쩍 솟구쳐 강하게 내리찍는 스파이크 서브의 약점은 빗나가는 수가 많다는 것이다. 그로저는 파워에 정확성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야구로 치면 시속 160㎞의 공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가 제구력까지 뛰어난 셈이다.

팬들은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는 그의 서브를 '열추적 미사일' 혹은 '5.5번 서브'라 부른다. 미사일처럼 힘차게 날아가 상대 코트의 로테이션 번호 5·6번 사이 자리에 정확히 꽂아 넣기 때문이다. 과거 독일 리그 시절 구단 코치로부터 "5·6번 사이 지점에 때리는 게 성공 확률이 가장 높다"는 조언을 들은 뒤 5년 넘게 이 지점으로 가는 서브만 집중 연마했다고 한다.

정확성의 비결은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반복하는 서브 루틴이다. 그로저는 코트 끝에서 7m 떨어진 곳에서 서브 동작을 시작한다. 8m 높이로 공을 토스한 뒤 네 번째 발자국에서 점프해 스파이크한다. 올 시즌 150차례(경기당 10회) 서브에서 이 루틴을 모두 지켰다. 이세호 KBS N 해설위원은 "스파이크 서브는 토스가 평소보다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점프하는 타이밍까지 꼬여 강하게 때려도 빗맞기 쉽다"며 "그로저는 파워가 세면서도 공중에서 정확하게 공을 때릴 줄 아는 매우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훈련과 경기를 자주 해서 익숙해진 대전 홈 구장에서 최근 V리그 한 경기 최다 서브 득점(9개) 기록도 세웠다.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그로저는 코트 끝에서 발자국 수를 세가면서 서브 위치를 정할 만큼 자로 잰 듯 정확하게 훈련한다"며 "서브 훈련을 할 때 가장 신이 나 보인다"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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