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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푸틴 "터키 사과 안했다" vs 에르도안 "영공침범 러가 사과해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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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IS 석유 안 샀다…사과할 일 없어"…푸틴에 반박

푸틴 "양국 관계 막다른 골목 몰고가는 행동"…IS와 석유밀거래 의혹 또 제기

(모스크바·이스탄불=연합뉴스) 유철종 김준억 특파원 = 터키의 러시아 전투기 격추를 둘러싼 양국 정상 간 설전이 격화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터키가 사과나 책임자 처벌을 약속하지 않았다고 비난하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가 사과해야 한다며 사과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터키 고위 지도부는 아직도 러시아에 전폭기 격추 사건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으며, 피해 배상을 하겠다는 제안이나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푸틴은 "터키 지도부는 이같은 행동을 통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가고 있다"면서 "시리아 영공에서의 전폭기 격추는 상식과 국제법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여러 국가의 수동적 태도와 테러리즘에 대한 동조 등이 '이슬람국가'(IS)와 같은 악몽같은 현상을 발생시켰다면서 터키의 IS에 대한 애매한 태도를 꼬집었다.

또 "일부 국가들이 석유와 사람, 마약, 예술품, 무기 등을 불법 거래하는 테러리스트들을 비호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수억~수입억 달러의 돈을 벌고 있다"고 터키를 겨냥했다.

터키가 IS와의 석유 밀거래 등을 통해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비난한 이전 자신의 발언을 반복한 것이다.

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사과할 필요가 있는 측은 우리가 아니다. 우리 영공을 침범한 측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이날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행사에서 "터키는 강한 관계를 맺는 러시아를 겨냥할 이유가 없다"며 "사건 당시 전투기의 국적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전투기가 영공을 침범해 교전수칙에 따라 "자동으로 반응한 것"이라며 "교전수칙을 이행하는 것과 러시아와 시리아 정책에 이견을 보이는 것은 별개"라고 강조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이날 "터키 지도부가 고의로 러시아-터키 관계를 끝내려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한 것이나 전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계획된 도발"이란 비판에 반박한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가 IS로부터 석유를 사준다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는 "터키가 다에시(IS의 아랍어식 표현) 석유를 산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터키는 가스와 석유를 러시아, 이란, 아제르바이잔, 이라크, 알제리, 카타르에서 사고 있다"며 터키는 지금까지 IS 점령지에서 밀수되는 석유 7천900만ℓ를 압수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는 IS 테러로 민간인 140명, 치안인력 7명이 숨져 가장 많은 피해를 봤으며 2011년부터 IS 용의자 3천여명을 검거해 800명을 구속했다면서 터키는 IS와 단호하게 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히려 러시아가 IS와 싸우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들(러시아)의 공격 목적은 단지 시리아에서 다에시와 싸우는 '온건 반군'이라는 것 명백하다"며 러시아가 공습한 시리아 북부 라타키아 주에 IS는 없고 터키 '형제'인 투르크멘이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러시아 전폭기들이 IS 격퇴를 위한 작전을 수행중이었다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푸틴 대통령이 "현 터키 지도부가 최근 수년간 터키를 이슬람화하는 내부 정책을 의도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국민의 99%가 무슬림인 터키에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전날에는 격추 정당성을 강조하면서도 "우리는 언제나 평화와 대화, 외교를 선호한다"며 긴장을 완화하려는 대화를 제시했으나, 푸틴 대통령의 비판 이후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이밖에 메블류트 차부쇼울루 터키 외무장관도 이날 "우리가 옳은 일에 사과할 필요는 없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전날 라프로프 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유감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다만 차부쇼울루 장관은 이 사건이 양국의 오랜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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