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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팩트체크] 한국 노동자들, 정말 '헝그리 정신' 부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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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오늘(26일) 팩트체크는 영화의 한 장면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영화 '넘버3' : 오늘 강조하고 싶은 것은 헝그리 정신에 관해서야 헝그리, 배가 고프다는 뜻이지… HUN…]

갑자기 이 '헝그리 정신'이 오늘 화제가 됐습니다. 한국 노동자들의 노동의욕이 세계 최하위권인데, 그게 바로 노동자들의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분석들이 나왔고, 언론에서도 그렇게 썼습니다. 정말 그런 건지 오늘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이게 어디서 나온 조사결과입니까?

[기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IMD라고 하죠. 최근에 내놓은 조사 결과인데요. '2015년 세계인재보고서'에 나온 내용입니다. 61개국 대상으로 노동자들의 직장 내 동기부여도를 조사해 봤더니 한국은 10점 만점에 4.64점. 그래서 지금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54위로 최하위권이었던 겁니다.

일본, 중국보다도 낮고요. 이탈리아나 러시아와 비슷한 수준인데 가장 꼴찌인 남아공과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자 오늘 여러 매체에서는 말씀하셨듯이 전경련 관계자의 이야기를 빌려서 상황이 이렇게 된 거는 "한국 노동자에게 헝그리정신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기사들이 나왔던 겁니다.

[앵커]

글쎄요, 언론이 이렇게 쓰는 것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가끔 합니다마는. 이거 그냥 늘 이렇게 써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오늘 그래서 팩트체크에서 또 이 아이템을 얘기하는 것 같은데 노동의욕에 대해서 각국 순위를 매긴다는 게 일단 생소하기는 합니다. 이런 걸 왜 하고 또 조사는 어떻게 한 건지 그게 좀 궁금하네요.

[기자]

왜 하고 어떻게 하는지, 그게 이 순위를 정말 제대로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부분인데요.

이 보고서의 원래 목적은 어느 나라 경제가 얼마나 좋은 인재를 키워내고 또 다른 나라로부터 유치할 수 있는지 평가하기 위한 겁니다.

그래서 각국의 공교육 지출은 어떻고, 직업 훈련은 어떻게 하며 대학 시스템은 어떻게 돼 있는지 등을 평가하는데, 논란이 된 'Worker Motivation', '노동자 동기부여도'는 이런 30개 지표 중 하나입니다.

다른 지표보다 유독 여기서 순위가 확 떨어지다 보니 더 부각이 된 건데, 왜 이렇게 낮은지 전문가들은 먼저 조사방식에서 문제를 제기합니다. 들어보시죠.

[장홍근 연구본부장/한국노동연구원 : 기본적으로 그 조사방식 자체가, 우리나라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그걸 단순 합산해서 한 거예요. 우리나라 기업경영 하는 사람들이 한국의 노동계를 바라보는, 어떻게 보면 약간 편향된 시선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제 각국의 경영자들을 상대로 조사했고. 경영자들이 노동자들을 어떻게 보느냐, 이게 여기 주로 담겨 있다고 봐야 되겠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석했던 것처럼 헝그리정신이 부족하다라는 어떤 인식이 반영된 걸 수도 있는데요.

경영자뿐만 아니라 또 기업 간부들에게도 물어본 겁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이 '노동자 동기부여도'가 정말 한국 노동자들의 자세를 평가하는 항목인 거냐?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IMD 보고서에선 이 지표를 조사하는 목적에 대해 그 나라 노동시장이 얼마나 매력 있는지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임금 수준이나 세금 체계, 생활비용 등이 노동자 동기부여와 마찬가지로 인재를 유치하는 데 중요하다는 설명이죠.

그러니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일 매력 있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데 있어서 노동자들의 헝그리 정신은 사실 별 상관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노동 의욕이 떨어진 원인은 헝그리 정신이 아니라, 열심히 일해도 삶이 나아질 희망 자체가 사라진 데서 찾아야 한다"(김유선)는 전문가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그러니까 '노동자 동기부여' 순위가 낮은 것은 노동자 개인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경영학계에서 유명한 프레드릭 허츠버그 교수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 제시한 동기부여 이론을 보면 노동 의욕을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직업 안정성이나 회사 정책, 근로조건, 임금 등 여러 가지를 제시했는데 '노동자의 정신상태' 같은 항목은 없습니다.

그러니 이번 IMD 조사에서 노동자 동기부여가 낮게 나온 것을 두고 '헝그리 정신'에서 원인을 찾는다면, 앞서 영화에서 보신 것처럼…

[니들 한국 복싱이(경제가) 왜 빌빌대는지 아나? 다 헝그리 정신이 없기 때문에, 헝그리]

이런 주먹구구 진단을 내리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 될 겁니다.

[앵커]

송강호 씨가 많이 도와주셨군요, 본의 아니게.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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