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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ISA, 부자감세 수단으로 변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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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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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민 재산형성 촉진’ 취지 불구

대상 제한 없어 고소득층만 혜택

서민형 소장펀드 등 올해말 폐지

야당 “국회 심의서 부작용 검증”


정부가 내년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비과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국회 심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고소득층에 세금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는‘부자감세’ 논란이 불거지면서 야당 의원들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어서다. 아이에스에이가 서민층을 위한 기존의 세금혜택 상품인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와 재형저축을 대체하는 것을 두고도 “서민층 혜택이 줄어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에스에이는 국민의 재산형성을 돕기 위한 비과세 상품이다. 기존의 비과세 개별 상품과는 달리 한 계좌에 예·적금과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넣어 운용하고 중도에 상품을 자유롭게 교체할 수도 있는 게 특징이다. 정부는 연간 납입한도를 2000만원으로 하고, 의무 가입 기간인 5년 동안 계좌 내 상품에서 발생한 수익과 손실을 합산해 순소득 200만원까지는 비과세, 2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선 9.9%의 낮은 세율로 과세하도록 설계했다.

문제는 가입대상에 거의 제한이 없다보니 상대적으로 저축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에 세금혜택이 많이 돌아갈 것이라는 데서 불거졌다. 정부는 금융소득종합과세자(연간 금융소득 2000만원 이상)를 제외한 전체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가 이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입 대상자 수는 서민층이 훨씬 많지만, 이들은 여윳돈이 부족한 탓에 연간 한도 2000만원(매달 167만원)을 채워 세금혜택을 최대한으로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 실제 서민층을 위한 비과세 상품인 재형저축의 경우 연간 한도가 1200만원임에도 가입자의 연간 납입액은 평균 200만원 수준에 그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아이에스에이 가입에 따른 소득수준별 1인당 평균 세금감면 효과를 추정(가처분소득의 30%를 납입, 연수익률 4% 가정)했더니, 연소득 1억원 이상 가입자는 2000만원 한도를 채워 78만원의 세금을 절감하는 것으로 나왔다. 반면 연소득 1000만원 이하 가입자는 연간 납입 금액이 92만4000원에 그쳐 세금혜택이 7만8000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이에스에이보다 세금혜택이 큰 소장펀드와 재형저축이 올해 말 폐지돼 내년부터 이들 상품에 새로 가입할 수 없는 것도 논란거리다. 앞으로 서민들은 소장펀드와 재형저축보다 세금혜택이 적은 아이에스에이에 가입해야 하는 반면, 고소득층은 아이에스에이를 통해 기존에 없던 비과세 혜택을 새로 누릴 수 있어서다. 소장펀드는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가 가입 대상이고, 납입액(연 납입한도 600만원)의 40%를 소득공제 해주는 상품이다. 소장펀드에 5년 동안 해마다 600만원을 납입하면 5년간 모두 162만원(세율 15% 과세표준 구간에 속한 경우)의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

반면 아이에스에이에 5년 동안 600만원을 넣는다면, 복리로 연 4%의 수익을 낸다고 가정해도 세금 절감액은 37만7000원에 불과하다.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와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사업소득자가 가입할 수 있는 재형저축도 같은 납입액과 수익률이라면 50만2040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어 아이에스에이보다 세금혜택이 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26일 “소장펀드와 재형저축을 폐지하고 아이에스에이를 도입하는 것은 서민·중산층에게 불리한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아이에스에이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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