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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팔 꺾지 않았다”…6년5개월 만에 누명 벗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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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단속 과정에서 경찰과 시비가 붙어 공무집행방해와 위증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온 부부가 6년5개월 간의 법정 공방 끝에 무죄를 확정받고 누명을 벗게 됐다.

2009년 6월 27일 오후 11시쯤 박모씨(53)는 아내 최모씨(51)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충북 충주의 한 도로를 지나다 음주단속을 받았다. 당시 다소 술에 취했던 박씨는 “왜 차를 세우느냐” “음주단속을 하는 법적인 근거를 대라” 등의 말을 하며 욕설을 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최씨에게 “집 전화번호를 불러주고, 데리고 돌아가라. 다음에 낮에 불러 주의를 주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다시 경찰관을 향해 “어떤 놈이 낮에 불러 나에게 주의를 준다고 하는 거냐”고 비난과 항의가 뒤섞인 말을 하면서 상호간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박씨가 한 경찰관의 팔을 잡아 비틀며 욕을 했다며 박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상황은 동료 경찰관의 캠코더로 촬영됐다.

경향신문

동영상 중 일부 캡처


그러나 박씨는 재판에서 “경찰이 내 손을 잡고 있다가 갑자기 넘어지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법원은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2011년 박씨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확정했다.

바로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최씨도 기소됐다. 최씨가 “남편이 경찰관의 손을 비튼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가 위증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대법원은 2012년 12월 박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확정됐다. 집행유예형이 확정되며 교직에 있던 최씨는 직업을 잃게 됐다.

최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박씨는 자신의 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또 위증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2012년 4월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폭행 동영상과 경찰의 진술 등을 볼 때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인정되고 이를 부인한 법정 진술은 위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이번 사건의 중요 증거로 쓰인 캠코더 촬영 동영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화질 개선을 요구하자 박씨가 팔을 꺾지 않은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동영상만으로 경찰관의 오른팔이 뒤로 비틀어지는 것이 과연 피고인의 행동에 의한 것이었는지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2심 재판부가 자의적인 증거판단으로 잘못된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며 상고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은 26일 “증거의 취사선택 및 평가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법원의 전권에 속하는 것”이라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박씨는 단속 경찰의 팔을 비틀고,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는 억울함을 벗게 됐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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