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통상임금' 대법 판결 2년전과 달라 법률정비 시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13년 대법 판결.. 정기성·고정성·일률성 모두 갖춰야 포함 인정
2015년 대법 판결.. 매년 금액 바뀔 수 있는 업적연봉까지 포함


파이낸셜뉴스

대법원이 업적연봉과 가족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산업계 전반에 걸쳐 노사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재계에서는 통상임금 범위 산정을 놓고 개별 회사와 노조 간에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이를 법률화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6일 대법원은 한국지엠 사무직원 102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업적연봉과 가족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시간외근로수당과 연월차수당을 다시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 판단을 대부분 유지했다.

■업적연봉 소급의무가 쟁점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한국지엠은 이미 지난해 노사 합의에 따라 결정하고 시행 중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지난 2007년 한국지엠 직원 강모씨 등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이다.

한국지엠은 2000~2002년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업적연봉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강씨를 포함한 한국지엠 직원 1025명은 2007년에 2004년 3~2007년 2월 업적연봉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계산한 시간외근로수당과 연월차수당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3년 갑을오토텍 노사가 한국지엠과 동일한 형태의 소송을 진행하면서 당시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나 업적연봉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국지엠 측은 당시 대법원 판결이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2014년 노사 협상을 통해 사무직원의 업적연봉과 생산직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기로 합의했다. 업적연봉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임금이 늘어난 만큼 시간외근로수당이나 가족수당도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소급 지급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대해서는 2013년 대법원은 "노사가 매년 정상적 임금협상을 통해 임금체계를 유지해 왔고, 소급분 지급으로 회사 경영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경우 이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을 내세웠다. 실제로 지난해 5월 한국지엠 생산직원 일부가 낸 소송에 대해 대법원은 소급적용을 불허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이미 통상임금에 업적연봉을 포함시켰다"며 "소급지급 의무는 없다는 판단을 내려 소송 진행 과정에서 쌓아뒀던 1조원가량의 충당금도 모두 환입했다"고 설명했다.

■통상임금 범위…재계 촉각

이번 대법원 판결로 현재 통상임금 문제로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산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업적연봉은 직전연도의 업무성과에 따라 지급되기 때문에 매년 금액이 바뀔 수 있다. 대법원은 2013년에 정기성, 고정성, 일률성을 모두 갖출 때에만 통상임금으로 인증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업적연봉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놓고 사측과 노조가 갈등을 빚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많은 사업장에서 진행 중인 수백건의 통상임금 협상과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한국노총은 "성과.업적 등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면 일단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는 식으로 해석하려 했던 정부나 재계의 주장이 잘못됐음을 입증하는 판결"이라며 대법원의 결정을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재계에서는 통상임금 관련 분쟁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이를 법률적으로 정하는 일이 시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경영계와 노사 간에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많은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추진 중인 통상임금 관련 법률 제정이 한시바삐 이뤄지도록 정치권과 정부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