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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푸틴發 지정학적 갈등 증폭…IS격퇴작전 자중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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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터키는 물론 그 배후 세력으로 꼽고 있는 미국까지 겨냥한 보복에 나섰다. 또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에너지 공급을 전격 차단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항공기의 영공 통과를 불허하는 영공 폐쇄로 맞불을 놓으면서 러시아발 지정학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반(反)IS 연대에 균열이 생기는 등 IS 격퇴전이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곧바로 IS 격퇴 군사작전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터키군의 자국 전투폭격기 격추에 대한 보복에 나선 러시아는 터키 접경에 첫 보복 공습을 가하고 시리아 국경에 미국 전투기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공 미사일을 배치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전투기가 시리아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와 터키 국경 근처 밥알사람 지역을 공습했다고 25일 전했다. 공습 지역은 전일 러시아 전폭기가 터키 공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추락한 지점과 가깝고 비상 탈출한 조종사를 사살한 투르크멘족 반군이 장악한 곳이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군이 첫 보복에 나선 것"이라며 "지금까지 공습한 시리아 지역 중 터키 땅과 제일 가까운 곳"이라고 보도했다.

시리아는 또 최신예 장거리 미사일 S-400을 터키 국경 인근으로 전진 배치했다. '스텔스 잡는 미사일'로 불리는 S-400은 최고 속도 마하 12에 사거리가 400㎞에 달해 터키 전역을 공격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24개 표적에 대한 동시 공격이 가능하고 스텔스 탐지 능력이 뛰어나 미군 B-2 폭격기는 물론 미국 최신예 5세대 전투기 F-35 등을 사전에 탐지·요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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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리아에는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스텔스 요격기가 동시다발적으로 공습을 감행하고 있는데, 서방 전투기들을 실시간으로 러시아 미사일 레이더망으로 추적 가능해진 셈이다. 러시아는 전투기 격추 후 조종사 구조작전에 나선 러시아 헬기를 격추시킨 미사일이 미군이 공급한 무기라는 것을 확인했다. 또 터키 정부가 저지른 자국 전투기 격추 행위도 미군의 양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러시아 전투기 격추 배후에 사사건건 러시아와 대립하는 미국 정부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S-400 미사일 배치가 사실상 미국을 향한 무력시위로 해석되는 이유다. 푸틴 대통령은 "일련의 사건으로 우리는 다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며 "또 이런 일이 재발하면 우리는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러시아 전투기 격추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할 경우 곧바로 대응 공격에 나서겠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군사행동뿐만이 아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중요 합작 프로젝트에서 터키를 배제할 수 있다"고 말했고 알렉산드르 트카체프 러시아 농업부 장관은 "터키로 들어가는 농산품을 차단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던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다시 불을 붙였다. 러시아 국영가스 회사 가스프롬은 "우크라이나가 가스 선납대금을 내지 않았다"며 25일 오전 7시를 기해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발끈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민항기의 자국 영공 통과를 금지하는 한편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이 강 대 강 조치를 연쇄적으로 내놓는 데는 서방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5~16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 때 주요 정상들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후 도입한 대(對)러시아 경제제재를 6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IS 격퇴를 위한 미·러·유럽연합(EU) 등을 망라한 연합군 구성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내심 제재 해제를 기대했던 푸틴 대통령은 큰 실망감을 표시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포린폴리시는 "푸틴 대통령 입장에선 시리아에서 나 크림반도 일대에서 긴장이 높아질수록 서방 국가들이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의 긴장 고조 행위가 의도적인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러시아와 미국, EU 국가들이 복잡하게 얽힌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사분오열하는 사이 반사이익을 보는 쪽은 IS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지용 기자 /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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