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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은밀한 앱매매…개인정보도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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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19일 애플리케이션(앱) '짠돌이 가계부'를 사용하던 김은수 씨(34)는 앱 업데이트를 하던 중 황당한 일을 겪었다. 업데이트를 눌렀더니 '짠돌이 가계부'가 사라지고 병원 정보 앱 '닥터를 찾는 사람들(닥찾사)'이 깔린 것. 지난 4년 동안 모은 가계부 기록도 모두 날아갔다. 김씨는 "4년간 쓰던 앱이 엉뚱한 걸로 바뀌었다. 황당하다"고 했다. 최근 '짠돌이 가계부'를 자동 업데이트한 사람 모두 이런 일을 당했다. 개발자가 앱 계정을 '닥찾사'에 넘기며 벌어진 일이다. '짠돌이 가계부' 개발자는 "앱을 이전했는데 준비가 미흡해 많은 분에게 불편을 드렸다"며 "이용자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모바일 앱 매매가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앱 생태계 활성화라는 측면도 있지만 개인정보 무단 거래 등과 같은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관련 법이 없어 이용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셀클럽' '안드로이드펍' 등 개발자 커뮤니티에는 앱 매매 게시물이 자주 올라온다. '애플마켓'에서는 다양한 앱이 거래되고 있다. 앱 매매 전문 사이트, 에이전시도 생겼다. 인기 있는 앱을 사서 광고 매체로 활용하거나 거래를 알선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앱 매매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개발자 계정을 통째로 사거나 앱 운영권을 넘기는 방식이다. 구매자는 구입한 계정에 새 앱을 덮어씌우거나 기존 앱을 변형시킬 수 있다. 다운로드 건수, 별점, 앱 이용자가 많을수록 비싸게 팔린다. 실제로 신생 앱인 '닥찾사'는 '짠돌이 가계부' 계정으로 옮기면서 단번에 다운로드 100만건을 달성한 것으로 기록됐다.

앱 매매 에이전시 관계자는 "액티브 유저가 20만명이면 1000만원 이상 받는다"면서 "이용이 왕성한 채팅이나 소모임 앱이 인기가 좋다"고 했다. 그는 "기존 사용자 정보까지 넘기는 앱은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앱 매매는 구글과 애플 모두 앱 소유권 이전을 허용하면서 활성화하고 있다. 앱 매매자들은 인터넷으로 계정 이전 신청을 하면 된다. 모바일 게임 개발자 원 모씨(30)는 "국내 앱 플랫폼에선 앱 승인이 일주일 걸릴 때도 있지만 구글에선 쉽게 통과된다"며 "개발자가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문제는 앱 이전 때 회원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고, 서버에 쌓아둔 데이터가 삭제되는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앱장터 플랫폼인 구글 플레이 스토어는 "개별 앱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는다. 내부 팀에서 해당 건을 검토하고 있으며 개발자 정책 위반 사항이 있을 경우 구글 플레이 정책에 기반해 적절한 조치가 취해진다"고 했다. 본지 취재가 시작된 후 지난 25일 구글 플레이는 '짠돌이 가계부' 계정에 업로드됐던 '닥찾사'를 삭제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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