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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메르스 마지막 환자, 왜 격리해제 못했나..논란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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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번 환자 유족 "감염력 없다면서 왜 격리 지속했나"

질본 "감염력 완전 없는 게 아닌 낮다는 것"..서울대병원 "질본이 결정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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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음상준 기자 = '거의'와 '제로'. 마지막 메르스 환자가 생전 격리해제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놓고 두고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감염력이 없다면서 왜 격리해제를 하지않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가'라는 것이 환자 가족들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감염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지 '제로'라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치료를 맡았던 서울대병원은 양자의 중간에 끼인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왔다.

격리된 채 논란만 계속되는 사이 환자상태는 악화됐고 결국 숨졌다. 질본 입장과 관련,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염력보다 '확률이 제로가 아니다'라는 기술적 부분에 집착하는게 온당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치료를 맡은 서울대병원도 '감염력이 제로에 근접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감염력 제로에 가깝다'는 의료진 판단에도 질본은 '격리유지' 선택

메르스 마지막 환자였던 80번 환자(35·남)는 기저질환 림프종에 따른 합병증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지난 25일 오전 3시6분 서울대병원에서 사망했다.

유족은 80번 환자가 10월 11일 서울대병원에 재입원했을 당시 부인 배씨는 정부가 감염력이 없다면서 80번 환자의 음압격리 조치를 지속해 기저질환 림프종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배씨는 “지금은 전염력이 없다면서도 왜 격리를 해제하지 않는 것인가. 정부로선 이제 격리해제 선택만으로도 대외적인 두려움이 있어 그러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10월 13일 있었던 정부 브리핑때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지금 판단은 환자 체내에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증식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전자 조각이 발견된 것이며 검사수치가 (양성·음성) 경계 값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학자 입장에서 확언하기는 어려운 판단이지만 지금까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지식으로선 0%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감염력이 없다는 것이다.

질본도 브리핑에서 “80번 환자는 극소량의 (메르스)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것으로 생각하고 ‘감염력은 매우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전문가자문회의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질본은 마지막 환자에 대해 '격리해제'를 선택하지 않았다. 감염력이 매우 낮지만 그렇다고 '제로'는 아니다는 이유에서다. 미량의 확률 속에 무슨일이 생길 지 모르는 아웃라이어가 들어있을 수 있다는 보수적 접근이다.

26일 질본 관계자는 “80번 환자에 대해 감염력이 없다는 게 아닌, 극히 낮다는 판단이었고 그점은 가족들도 이해하고 있었다”며 “그래서 격리를 해제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24시간 사이 두 차례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이 나올 때 격리를 해제한다. 80번 환자는 음성과 양성이 반복적으로 나와 그 기준을 적용할 수 없었다”며 “(격리해제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인 감염력이 있냐없냐에 대해 아무도 대답을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죽은 바이러스 유전자 조각'...메르스 마지막 환자 양성 반응의 정체

이 환자에서 양성반응이 유발된 정체에 대해 의료진과 질본이 밝힌 것은 '죽은 바이러스 조각'이다.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죽은 바이러스가 남긴 유전자 조각 때문에 유전자검사에서 양성이 간헐적으로 나왔다는 얘기다. 유전자는 생물체나 바이러스가 죽더라도 그 물질이 남아있으면 검사에서 반응이 나타난다.

10월12일 브리핑에서 환자를 진료했던 서울대병원 C교수는 "유전자 검사의 가장 큰 한계는 ´죽어 있는 바이러스가 남긴 유전자도 검사를 하면 나올 수 있다´ "고 전제한 뒤 "의료진의 판단으로는 이게 남아 있는 유전자 조각이 세포재생 과정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나오고, 살아 있는 바이러스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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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마지막환자를 진료한 서울대병원©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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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C교수는 "실제 서울대병원 검사실과 질본에서 수차례 배양검사를 시도를 했으나 배양이 한 번도 되지는 않았다"며 "이 환자 검체로서는 감염력은 매우 낮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은 감염력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결정권이 없다는 이유로 어정쩡한 자세를 취해왔다. 앞서 <뉴스1>이 입수한 보호자측과 서울대병원 의료진의 면담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에서 의료진은 “이 환자가 PCR(유전자 검사)에서 바이러스가 나오더라도 (감염력은) 굉장히 미미할 것이라고 언론 브리핑에서도 공개했다"면서 “우리는 정부가 정하는 대로 따르는 진료기관이지 공중보건관리기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보건당국에 따르면 80번 환자는 일반이 아닌, 메르스 감염 사망자 명단에 포함됐다.
lys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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