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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공항 발표후 땅값 3배급등…“수백년 삶터 훼손” 반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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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선정 성산읍 부지 가보니

늦어도 2025년 개항 목표

온평리등 부지 위치 농가반발 거세

환경훼손 문제 넘어야 할 산

토지거래제한 구역 지정 검토



오름 정상에 놓여있는 의자에 발을 딛고 올라서니, 성산읍 전체가 눈안에 가득찬다. 시선의 끝에는 용눈이 오름이 보이고, 오름 앞 수산리에 있는 풍력발전소 풍차 날개는 바람을 맞아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풍차 아래로 초록빛의 숲과 농토가 그라데이션을 이루며 펼쳐지고, 광활히 펼쳐진 산과 들 사이로 오색빛깔 지붕의 농가들이 평화롭게 엎드렸다. 시야의 오른편에는 백만년의 시간동안 성산의 바람막이가 돼온 말미오름(두산봉ㆍ145.9m)과 큰왕메오름(대왕산ㆍ해발 641m)이 솟아있다.

헤럴드경제

제주 성산읍 일대가 제2공항이 들어서면서 개벽수준으로 변모한다. 사진은 큰물메오름에서 바라본 성산읍 전경. [사진제공=제주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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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찾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큰물메오름(대수산봉ㆍ해발 137.3m). 그곳에 올라 내려다본 성산읍 일대 전경이다. 평화롭기 그지 없는 모습이지만, 성산읍은 사람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한 이래 가장 들썩이고 있다. 이 일대에 늦어도 2025년까지 제2제주공항이 들어서며 성산읍은 개벽 수준으로 변모된다. 이날 함께 한 현학수 제주특별자치시 공항확충지원단 팀장은 “신산리에 있는 기상대위쪽으로부터 수산리 인근에 농가지역까지 총 길이 5㎞ 일대에 제2 공항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했다.

제주도청과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성산읍일대에 길이 3.2㎞, 폭 60m의 활주로를 갖춘 495만㎡규모의 제2공항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성산읍의 고성리, 수산리, 온평리, 난산리, 신산리 등이 공항부지에 포함되며, 공항부지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온평리의 경우 행정구역의 40%가 공항에 편입될 예정이라는 것이 제주도청의 설명이다.

우선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곳에 사는 사람들과 관광업계는 환영하는 모습이다. 이날 안내를 맡은 김희숙 국내여행안내사협회 총무이사는 “제주2공항 건설은 제주도민들의 염원이었다”며 “업계 뿐만아니라, 성산읍 전체에 활력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오름 산책로에서 만난 박정자(60ㆍ여) 씨 역시 “제2공항이 이 일대에 들어서는 것은 환영한다”며 “오조리에서 40년을 살았다. 오조리가 일부 들어가기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성산읍 외부 사람들과 성산읍 내부 사람들의 의견차가 클 것이다. 정부가 합당한 보상을 해야할 것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부지에 위치한 농가 주민들의 반발은 거셀 수 밖에 없다. 무 농사를 지으며 수백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주민들에겐 반갑지 않은 소식일 수 있다. 특히 지난 10일 정부의 발표 후에 각 지자체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만들고,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수산1리 마을을 초토화시키는 제2공항 건설을 즉각철회하라’ 등의 현수막을 마을 어귀에 붙여 놓고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오름에 오르기 앞서, 제주도청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김남근 제주도청 제주공황확충 지원 단장은 “보상계획은 제주공황 기본계획이 화정된 후에 세워질 것”이라며 소음피해 가구 규모를 묻는 질문에 “용역이 현재 진행중이기 때문에 아직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불가피하게 된 성산읍의 환경훼손 문제도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제주도청과 국토부는 지난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검토 연구 용역’을 통해 기존공항 확장안, 기존공항폐지 신공항건설안. 제2공항건설안 등을 고려한 바 있다.

특히 기존공항 확장의 경우 용두암과 도두해안이 사라지고, 해양생태가 훼손될 우려로 폐기됐다.

특히 오름과 큰왕메오름 아래로 제2공항 부지가 펼쳐져 있어 그 사이로 날아다닐 비행기들이 위태롭게 느껴진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날 김남근 지원단장은 “성산의 경우, 자연환경훼손이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며, 오름을 깎는 일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이는 지금 현재 발표된 것일 뿐, 앞으로 기본계획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큰왕메오름의 일부를 깎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연구용역 책임자인 김병종 한국항공대 교수는 “소음피해를 받는 주민들을 이주시키지 못하거나, 혹은 적절한 보상에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활주로의 위치에 따라 대왕산을 많게는 절반 정도 깎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급등하고 있는 성산읍 인근 부동산 투기 수요 억제도 남아있는 과제다. 성산읍 뿐만 아니라 표선 등의 토지거래는 급등한 상황이다. 표선면 오용기 부동산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발표 이후 토지가격이 2~3배 올랐다”며 “그 전에 계약을 한 사람들의 경우, 두배를 내고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는 “성산읍 외부의 토지거래제한 구역 지정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산(제주)=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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