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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예방접종 못 믿어” 무접종 육아 택하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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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부작용 크다” vs “근거 없는 음모론 맹신 안 돼”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최근 인공적인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자연에 가깝게 아이를 키우는 ‘자연주의 육아’를 선택한 부모들이 늘고 있다.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의 여파에다, 이달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에서 오염된 주사기 재사용으로 C형 간염이 집단 발병하면서 이러한 ‘병원 기피’ 움직임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신생아ㆍ소아 때 맞히는 결핵이나 B형 간염 등의 필수 예방접종조차 거부하는 부모들도 적잖다. 되도록 약을 쓰지 않고, 아기 스스로 면역력을 키우도록 한다는 것. ‘무(無) 접종’이나 ‘지연(遲延) 접종’ 아이들도 덩달아 늘어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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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돌이 지난 둘째 아이를 둔 주부 김모(30ㆍ여) 씨는 아이에게 결핵 주사만 맞히고 다른 예방접종은 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단체 생활 이전엔 접종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며 “백신의 부작용도 무시 못하기 때문에 최대한 자연적으로 면역을 키워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부모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를 보낼 때까지도 이를 고집하기도 해 공중보건학적인 우려가 제기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단적인 예방접종은 ‘군중면역’을 형성해 예방접종을 못 했거나 접종 효과가 떨어지는 사람들도 함께 질병으로부터 보호받는 체계가 형성된다”며 “독감이나 홍역, 수두 같은 전염성 강한 질환들은 예방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이 10% 내외만 돼도 지역사회 유행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예방접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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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의 ‘2013 전국 예방접종률 조사’에 따르면, 출생부터 1개월 사이에 맞는 결핵 예방접종은 99.8%, B형간염은 99.9%의 접종률을 기록하며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우려는 현재 진행형이다. 전문적인 의학 지식보다 교양 서적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참고해 백신을 불신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안예모(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 ‘안아키(약 안 쓰고 우리 아이 키우기)’, ‘자연출산가족모임’ 등 카페에서 이 같은 정보 공유가 활발하다. 심지어는 “OO내과, OO한의원에서 접종 지연 소견서를 써 준다”, “보건소에서 접종 누락됐다는 전화가 오면 ‘아토피가 심하다’고 둘러대면 된다” 등 ‘예방접종 권유 대응법’도 각양각색이다.

일각에서는 ‘백신=인구 조절 프로젝트’라는 음모론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또 ‘수두파티’도 암암리에 진행되기도 한다. 수두에 걸린 아이 집에 가서 수두를 옮아 온 다음 자연 치유하면 ‘면역 졸업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감염병과 예방접종의 실시 기준과 방법에 대한 권장 사항을 정하고 있다. 2015년 현재 17개의 국가예방접종이 지정돼 있다. 보건당국은 국가 지원 예산 확보에 따라 국가예방접종 종류를 계속 늘릴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국가예방접종은 우리나라의 질병 양상, 역학적 특성 등을 고려해 예방접종심의위원회 의논을 통해 결정된 것”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질병 관리가 필요하고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수적이지만, 부모가 맞히지 않겠다고 하면 강제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는 “미국, 일본 등 국가에서는 ‘안티백신’ 그룹이 퍼뜨린 잘못된 정보 탓에 예방접종률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잘못된 정보를 맹신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우리나라의 집단 감염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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