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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일하고 싶어서 하나"…노인들도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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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스페셜리포트-노인을 위한 나라? 세대상생의 길로⓽]노인고용률 3위-노인빈곤율 1위 실상]

머니투데이

#서울에 사는 62세 김모씨는 최근 아파트 경비원으로 재취업했다. 5년 전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고 부족하지만 모아놓은 재산과 연금을 받으며 노후를 보내려 했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막내아들의 학비 지원이 필요했다. 막내아들은 대학을 졸업한지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백수'다. 이 와중에 대학원에 응시해 합격했다. 은퇴한 부모에게 미안해 제대로 말도 못하는 막내를 위해 김씨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24시간 2교대의 고된 일터로 도시락을 들고 출근했다.

#충북에 사는 주부 민모씨(63세)는 30여년간 공직생활을 한 남편과 사별한 뒤 50대 후반부터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남편이 국가유공자로 순직해 배우자 학비 무료 혜택이 있었던 것이 인생 2막을 여는 힘이 됐다. 고졸이었던 민씨는 학비걱정 없이 전문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할 수 있었고 현재 학생상담사로 일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있다.

노인 고용률 OECD 3위의 그늘 '노인빈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2013년 발표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의 장년 고용촉진을 위한 정책사례 연구'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김 씨와 민 씨 같은 장년(55~64세) 층의 고용률은 63.1%였다. OECD 평균인 55.6%를 크게 웃돌았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고용률(한국노인인력개발원, 'OECD 국가의 중고령자 고용정책 동향')도 39.6%로 멕시코(41.3%), 아이슬란드(41.2%)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2011년 기준)

노인들의 재취업 기회가 보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통계 수치다. 그러나 다른 통계 지표들과 함께 놓고 노인 고용률을 뜯어보면 사회 구조적 문제가 노인 고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과 연금의 소득대체율 국제비교'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2011년 기준 48.6%로 OECD 회원국 중 단연 최고 였다. OECD 평균인 12.4%와 비교하면 4배 차이가 난다.

이에 반해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012년 기준 45.2%로 나타나 OECD 회원국 평균인 65.9%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높은 노인 고용률은 노후 소득 보장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생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는 통계청이 2013년을 기준으로 발표한 장년 재취업 현황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재취업에 성공 사례 중 임시직이 29.1%로 가장 많았고 일용직이 16.5%로 그 뒤를 이었다. 이들의 평균 임금은 월 184만원에 불과했다. 20년 이상 장기근속한 근로자 평균임금(593만원)의 1/3 수준이다.

◇ '인생2모작'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정부 지원 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사회보험인 국민연금제도가 1988년에야 도입돼 아직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우리나라의 노후 보장 환경을 고려하면 공적 연금 환경 강화와 함께 양질의 노인 일자리 마련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의 이원화 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저출산·고령화, 경기침체에 따른 국민연금 재정 악화 등의 이유로 소득대체율 인하가 이미 시행 중이고, 수급 연령을 70세까지 높이는 시도도 논의되는 상황에서는 노인들의 경험 등을 살릴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마련 대책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간접 지원 방식이라고 볼 수 있는 노인일자리 지원 사업은 전체 복지 사업 규모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고용노동부 전체 예산 약 30조원 중 고령자를 위한 취업 지원에 쓰이는 예산은 1500억여원이었다. 그나마 고용부의 관련 정책 사업들은 노인 중심이 아닌 40~50대 퇴직자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오롯이 노인을 위한 예산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노인 복지 차원에서 65세 이상의 일자리 정책을 추진 중인 보건복지부의 경우는 지난해 기준 약 53조의 예산 중 3500억원이 노인 일자리 정책 등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지원 법안이 청년 법안보다 4배에 달하고 노인복지 예산도 청년의 그것보다 5배 많은 상황이지만 100세 시대에 대비하는 '인생 2모작' 지원은 여전히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문위원은 "고령근로자를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다"라며 "궁극적으로 원래 직장의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올리는 등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해 노인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으면서 경험을 활용하는 일자리가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가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관 기자 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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