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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 밑그림 드러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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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기본연봉 4% 차등화…성과급 3배 이상 격차

정부가 공공기관 직원들의 기본급 인상 때 4%까지 차이를 두고, 성과급도 3배 이상 격차가 나도록 하는 내용의 성과연봉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그동안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를, 실적에 연동하는 성과급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공공기관과 금융권부터 시행할 뜻을 밝혀왔다. 이에 대한 정부의 밑그림이 처음으로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25일 정부가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공공기관 고위 간부들 중심으로 시행하던 성과연봉제를 일반 직원들한테까지 확대하고 성과평가에 따른 임금 차이도 큰 폭으로 둔다는 방침이다. 성과연봉제는 근속연수 7년 이상이나 3~4급 이상 직원한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많은 곳은 직원의 70% 이상이 성과연봉제를 적용받게 된다.

정부는 호봉제를 폐지하고 임금을 기본연봉, 성과연봉, 기타 수당으로 단순화한다는 방침이다. 기본급과 고정수당 등을 합친 기본연봉은 개인별로 4%까지 차등을 둬 인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예컨대 개별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사람은 기본연봉이 매년 4%씩 인상되지만, 최하위 등급에 속하는 직원들은 임금이 동결된다. 경영평가 성과급 등으로 구성된 성과연봉도 직원들 간에 3배 이상 차이를 둔다는 구상이다. 기재부는 자료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추진을 두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우선 같은 업무를 하는 직원들 사이에 임금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데 대한 반발이 예상된다. 기재부 방안대로라면, 기본연봉을 4000만원으로 가정했을 경우 최고 등급을 받아 4%씩 임금이 오른 ㄱ씨와 최하위 등급으로 동결된 ㄴ씨를 비교하면 10년 뒤 두 사람의 연봉 격차는 1921만1000원에 이른다. 여기에 성과연봉까지 3배 이상 차이를 두면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박준형 정책기획실장은 “정부의 성과연봉제는 개별평가를 근거로 하는 만큼, 저성과자 퇴출제로 이어지는 제도적 틀이 마련되는 것”이라며 “임금과 고용을 볼모로 무한경쟁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년 연속으로 업무성과가 떨어지는 공공기관 임직원을 퇴출시키는 ‘2진 아웃제’를 시행하기로 발표한 상태다.

또 다른 문제는 직원들의 임금과 고용을 좌지우지할 성과에 대한 기준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병원, 대중교통, 에너지, 주택 등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 일을 하는 공공기관에서 성과를 무엇으로 볼지도 논란이다. 한국노총 공공연맹 강갑용 정책실장은 “전기·가스·철도 요금을 올리고, 서민들을 위한 임대아파트를 적게 지으면 공공기관도 수익을 낼 수 있다”며 “공공기관이 성과와 수익에 매달리면 공공성은 취약해지고, 그 피해는 국민한테 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공공기관의 업무가 개인별로 표준화·전문화돼 있기보다, 협업의 결과인 경우가 많아 업무성과에 대한 개인 기여도를 측정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현실에서 기관장의 평가가 주요 성과지표가 되면 ‘줄서기’ 등 부작용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공공기관의 기관장 상당수가 낙하산 인사여서 정부 통제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실적 경쟁에 매달리느라 막대한 세금이 낭비된 자원외교와 4대강 같은 사업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외부 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거친 후 세부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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