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최동원상은 '독이 든 성배'였나...처참하게 무너진 두산 유희관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목동=스포츠서울 최승섭기자] 13일 목동구장에서 넥센과 두산의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렸다.두산 선발투수 유희관이 4회말 2사 상대 김하성에게 홈런을 허용한 후 외야를 바라보고 있다. 2015. 10. 13.thunder@sportsseoul.com


[목동 =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과연 그것은 선물이었을까?

두산 유희관은 13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중대한 승부를 하루 앞두고 그에게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제2회 최동원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최동원상은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강속구 투수였던 고(故)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을 기리기 위해 지난 해 제정된 상이다.

뜻밖의 수상이었다. 이 상은 ‘철완’의 상징이었던 고인의 뒤를 잇는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만큼 선발 30경기, 180이닝, 15승, 퀄리티스타트 15회, 탈삼진 150개 이상, 방어율 2.50 이하라는 까다로운 기준을 마련됐다. 그래서 이 기준을 모두 충족시킨 KIA 양현종이 유력한 후보로 꼽혔기 때문이다. 빼어난 투수이기는 하지만 130㎞에도 미치지 못하는 느린 공을 던지는 유희관의 이미지에는 다소 벗어났기 때문에 수상 기준을 두고 뒷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축하를 받을 일이지만 의도하지 않게 유희관의 이름이 구설수에 오르내리게 된 것이다.

게다가 ‘MVP 징크스’라는 것이 있다. 최고의 선수라는 훈장을 얻고 난 뒤에 꼭 부진이 따라붙기 때문에 생긴 징크스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당장 올 시즌 8월 월간 MVP에 올랐던 NC 에릭 해커와 9월 MVP를 수상한 SK 정의윤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해커는 8월 한 달 간 5경기에 출전해 5승을 쓸어담았고 방어율 0.97의 언터처블급 피칭을 했다. 그러나 MVP 트로피를 받자마자 그의 9월 방어율은 6.67로 뚝 떨어졌다. 정의윤도 9월 한 달 동안 0.422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9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렸고 23타점을 거둬들여 SK가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그러나 10월들어 그의 타율은 0.273으로 가라앉았고 넥센과의 와일드카드전에서도 5타수 1안타에 그쳤다.

유희관이 올 시즌 최대의 승부처를 앞두고 ‘독이 든 성배’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 것도 그래서다. 불길한 예감은 어긋나는 법이 없었다. 유희관은 첫 타자 고종욱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고 서건창과 윤석민에게 연달아 안타를 두들겨 맞았다. 서건창 타석 때 고종욱이 도루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초반에 와르르 무너졌을 수도 있었지만 구사일생으로 1회를 실점 없이 막아내고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3회 서건창에게 솔로홈런, 4회 김하성에게 솔로홈런을 내주며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유희관은 4회 2사후에도 몸에 맞는 공과 안타, 볼넷을 연달아 허용하며 흔들리더니 5회말 박병호에게 좌전안타를 내주며 결국 노경은에게 마운드를 넘겨야 했다.

‘완투’의 상징이던 최동원상 수상자가 4이닝 동안 홈런 2개 포함 7안타와 볼넷 3개를 내주며 씁쓸한 뒷맛을 남긴 것이다. 투구수도 92개로 100개에 육박해가고 있었을 정도로 자신있게 공을 뿌리지 못했다. 직구가 평소와 달리 정교하게 제구되지 못해 체인지업의 비중을 높인 것이 패착이었다. 서건창에게는 입맛에 딱 맞는 높은 직구를 통타당했고 김하성에게 던진 체인지업은 제대로 간파당했다. 타자를 압도하는 무기가 없는 기교파 투수의 한계를 보여준 피칭이었다.

jin@sportsseoul.com



▶심심하면 들어와~ SS '인기 무료만화'
▶톡톡튀는 기사를 원해? '칼럼&기획'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