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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민지의 MSG] '그녀는 예뻤다' 민하리를 보면 왜 화가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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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뻤다' 민하리가 시청자에게 비호감 캐릭터로 부각되고 있다. 민하리는 '가짜 김혜진' 행세를 하며 지성준의 마음을 얻으려 한다. /MBC '그녀는 예뻤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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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뻤다' 민하리, 시청자들에게 비호감 산 이유

[더팩트 | 김민지 기자] '악녀인 듯 악녀 아닌 듯, 그러나 결국 악녀 같은 여주인공 민하리의 색깔'이 보는이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를 보는 시청자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말이다.

'그녀는 예뻤다'에서 민하리(고준희 분)는 친구 김혜진(황정음 분)의 첫사랑인 지성준(박서준 분)을 좋아한다. 청춘 남녀 사이에 애틋한 감정이 생기는 건 불가항력이다. 하지만 민하리는 자신의 감정을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한다.

민하리가 처음부터 비호감을 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극 초반에는 친구 김혜진을 끔찍이 위하는 착한 성격인데다 당당하고 예쁘기까지 해 '걸크러쉬'를 일으켰다. 그동안 드라마에 출연했던 서브 여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질투하는 역할이었다면 민하리는 이 전형적인 위치에서 벗어난 새로운 캐릭터로 신선함을 줬다. 시청자들 역시 민하리에게 호감이 생겼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회가 거듭될수록 민하리는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아니, 민하리의 사랑이 그녀의 멋진 면모를 변하게 만들었다. 민하리는 의도치 않게 지성준 앞에서 '가짜 김혜진'을 연기하기 시작한 후 예상치 못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혼한 부모로 인해 사랑을 믿지 않았지만 다정한 지성준을 만날수록 그에게 빠져들며 진짜 사랑하게 됐다. 그럴수록 지성준을 점점 욕심냈고 그를 가지고자 하는 마음에 이기심이 발동했다. 급기야 자신이 '진짜 김혜진'인 척 연극을 이어갔다. 시작은 의도치 않았지만 이후 거짓말은 의도적이었다.

민하리의 캐릭터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이 때부터다. 원래 민하리는 '모태 우정'인 친구 김혜진을 위해서라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행동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혜진과 친자매 같은 사이였고 자신의 가족보다 김혜진의 가족에게 더 정을 느낄 만큼 가까웠다. 그런 그가 오로지 사랑을 이루기 위해 가족 같은 김혜진을 등지고 거짓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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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뻤다'에서 민하리는 지성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친구 김혜진의 퍼즐을 훔쳤다. 민하리는 자신의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MBC '그녀는 예뻤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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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시청자들을 '멘붕'에 빠트린 것은 바로 민하리가 김혜진의 퍼즐을 훔친 행동이었다. 이 퍼즐은 지성준이 이민을 가기 전 김혜진에게 준 것으로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의 증표'나 마찬가지였다. 민하리 역시 해당 퍼즐이 두 사람 사이를 공고히 해주는 물건임을 알았다. 그럼에도 민하리는 자신이 '가짜 김혜진'이라는 사실을 지성준이 의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퍼즐을 훔쳐 그에게 가져다 줬다. 오직 자신을 위해 친한 친구의 가장 소중한 물건을 훔치고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극에서는 이런 민하리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그 어떤 등장인물들보다 그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어린시절 새엄마로부터 받은 아픈 상처와 기억, 이로인해 '인스턴트식' 사랑에 익숙해진 메마른 감정 등…. 민하리가 지성준을 사랑하고 그 사랑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를 끊임없이 설명해 납득시키려 한다.

하지만 단순히 지성준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평생 친구'를 연적으로 대하고, 지성준을 의식하는 김혜진의 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를 놓치지 않으려 먼저 키스하고 고백하는 민하리의 행동은 절박하기보다는 이기적으로 보인다. "딱 두 달만 성준이 옆에 있을게"라며 눈물을 흘리는 대목도 이해가 안 간다. 친구의 물건에 손을 댈 정도로 간절한 사랑이 두 달이 지난다고 해서 놓아질 수 있을까.

사실 민하리의 행동은 여태껏 보아왔던 악녀들에 비하면 그렇게 악독하지 않다. 음모를 꾸미는 악녀들에 비하면 퍼즐을 훔치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 정도는 애교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친구를 위하던 민하리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기 위해, 이기심에 운명을 비트는 것은 그 어떤 악녀보다 나쁘게 보인다. 멋지고 당당했던 민하리는 사랑 앞에서 '그저 그런 악녀'로 전락하며 씁쓸함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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