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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J Report] 차 여기저기 누르면 … 다함께 차, 차, 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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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이디어페스티벌 가보니

핸들이 드럼, 조수석 앞에 키보드

디제잉도 가능해 콘서트장 변신

중앙일보

13일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15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유캔콘서트 팀원과 차량. 이 팀은 자동차에 진동과 압력 센서를 장착해 차량 내 각 부분을 악기처럼 연주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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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히는 퇴근길 도로.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지루한 운전에 운전자는 무의식 중 핸들을 두드린다. 그러자 차 안은 신나는 드럼 소리로 가득 찼다. 조수석에서는 내장형 키보드 연주가 가능하고, 뒷좌석에선 아예 디제잉(DJ-ing)을 할 수 있다.

또 다른 차안. 차는 분명 달리고 있는 데 운전석엔 사람이 없다. 사람은 없는데 핸들은 좌우로 움직인다. 비밀은 원거리 운전. 차 안에 있는 이가 아니라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이 차량 탑승자를 대신해 운전하는 차다.

머잖은 미래에 이런 차들이 등장할 수 있을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이런 차들이 현실 속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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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형 1인용 차량인 ‘동글이’. 조이스틱으로 운전하는 동글이는 일반 승용차의 절반 크기이지만 최고 시속 60㎞로 달릴 수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13일 현대차그룹의 중앙연구소인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15 R&D 아이디어페스티벌(이하 아이디어페스티벌)’ 본선장에서다. 아이디어페스티벌은 현대차그룹 판 ‘구글 개발자회의’다. 연구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겨루는 아이디어페스티벌은 2010년에 시작,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마음이 맞는 연구원 4~7명이 팀을 이뤄 ‘이동수단(mobility)’과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이를 실물로 제작해 경연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올해 아이디어페스티벌에는 60여개 팀이 참가, 이중 예선 심사를 거쳐 본선 참가팀 10개가 각자의 아이디어를 겨뤘다. 아이디어를 실물차로 구현하는데 필요한 비용과 공간은 현대차그룹이 부담했다.

이날 본선장에선 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다양한 기술들이 대거 선보였다. 자동차 내 각 부분을 악기처럼 연주할 수 있도록 한 ‘유캔콘서트’팀이 대표적이다. 유캔콘서트팀의 차량 운전석은 두드리는 위치에 따라 7가지 드럼 소리가 나도록 했다. 핸들 위와 아래 등 두드리는 부분에 따라 각자 다른 소리가 나는 식이다. 핸들에 진동 및 압력센서를 입히고, 이를 드럼 모듈과 연결했다. 드럼 소리는 차량 내 스피커로 낸다. 조수석에선 소형 키보드를 연주할 수 있다. 조수석 앞 대시보드 아랫 부분에 소형 키보드를 매립해 넣었다. 비슷한 방식으로 뒷자리에서도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 덕분에 자동차 안에서 즉석 합주가 가능하다. 운전석 뒷자리에는 소형 조그셔틀을 넣어 아예 디제잉까지 가능토록 했다. 유캔콘서트팀의 임규현 연구원은 “타악기 소리는 이미 구현을 완료했고 현재는 음향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조이스틱 이용, 1인 원통 차량 속도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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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조종 차량인 ‘아바타 드라이브’. 원격조종자가 차량 내 카메라로 도로를 살피고 원격제어장치를 이용해 운전할 수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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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트가 필요한 어린이와 부모를 위한 자동차인 ‘아이카’도 호평을 받았다. 뒷 좌석 아래에 소형 레일을 설치해 카시트를 설치하는 시트 부분을 문 쪽으로 뺄 수 있도록 했다. 카시트 설치를 위해 차 안으로 허리를 굽혀 넣지 않고 쉽게 어린이용 카시트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아예 뒷 좌석에 내장형 카시트를 달은 버전도 있다.

아이디어페스티벌답게 미래형 이동 수단도 대거 등장했다. 이날 선보인 ‘아바타 드라이브’는 운전자 대신 원격조종자가 차를 원거리에서 조종할 수 있도록 했다. 영화 아바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아바타 드라이브’란 이름을 붙였다. 원거리 운전을 위해 차량 내 카메라를 활용해 원격 조종자에게 차량이 진행하는 방향과 도로 여건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원격조종자는 자신의 머리를 움직여 운전 차량의 진행 방향을 살필 수 있다. 이를 위해 머리 방향대로 움직이는 헤드 트래킹 센서를 달았다. 원격조종자는 자동차 오락기와 비슷한 원격제어장치에 앉아 차량을 운전한다. 아바타 드라이브를 개발한 박언규 책임연구원은 “아바타 드라이브를 통해 졸음운전과 음주운전을 방지하고, 멀리 있는 가족 등이 운전자와 동행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리진팀은 원통형의 1인용 차량인 ‘동글이’를 출품했다. 동글이는 1인가구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1인용 이동수단이다. 동글이 운전은 좌우 측에 달린 두 개의 조이스틱을 활용해 이뤄진다. 조이스틱을 앞으로 밀면 전진, 뒤로 당기면 후진하는 식이다. 동글이 크기는 일반 소형차의 절반 정도여서 좁은 골목길에도 진입이 가능하다. 회전반경이 매우 적어 제 자리에서도 쉽게 회전할 수 있다. 조이스틱으로 운전하는 만큼 조작이 쉽다는 점도 장점이다. 동글이는 원통형이지만 무게 중심을 원통의 아래쪽에 놓고 자세 제어 장치를 달아 운전자가 뒤집힐 가능성은 0에 가깝도록 했다. 오리진팀의 박일홍 책임연구원은 “현재의 동글이는 시제품이지만 지금도 최고 시속 60㎞로 달릴 수 있다”고 자랑했다.

물론 이날 출품작들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토대로 시제품을 만든 것으로 당장은 상품화가 어려운 점도 있다.

한예로 원격조종을 모티브로 한 아바타 드라이브는 현재 원격으로 전진과 좌우 방향으로만 진행이 가능하다. 아직 후진은 어렵다. 현대차그룹 양웅철 연구개발총괄 부회장은 “이날 나온 아이디어를 업무 외에도 창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특히 원격주행기술 등은 자율주행차에 다양하게 활용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승차 인원 따라 외장 패널 탈부착 기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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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이 불편해도 조작할 수 있는 오체불만차. 헤드레스트(머리받이)를 운전대처럼 사용해 머리로 밀면 전진, 좌우로 밀면 좌회전과 우회전을 할 수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올해 아이디어페스티벌에는 특히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출품작이 많았다. 페스티벌의 주제가 현대차그룹의 비전이기도 한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동행’이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출품작으론 오체불만차가 눈길을 끌었다. 오체불만차는 일반적인 휠체어와 비슷한 형태로 휠체어 등받이 부분에 헬멧과 비슷하게 생긴 헤드레스트(머리받이)를 달아 운전대 역할을 하도록 했다. 머리로 헤드레스트의 뒷부분을 밀면 오체불만차가 앞으로 전진한다. 마찬가지로 좌회전과 우회전은 각각 헤드레스트의 좌우를 머리로 밀면 된다. 오체불만차팀의 윤재욱 연구원은 “운전은 꼭 신체적 장애가 없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에서 작업을 시작했다”며 “헤드레스트에 내장된 블루투스 기능을 바탕으로 각각의 방향 지시를 구동부분에 전달해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솔라드림팀’은 제3세계를 위한 다목적 승합차를 선보였다. 기아차의 박스카인 레이 차량의 차체를 기본 바탕으로 여기에 필요에 따라 외장 패널을 덧대거나 이를 떼는 식으로 승차 인원을 늘릴 수도, 또 줄일 수도 있다. 승차 인원이 적을 땐 확장된 외장 패널 부분을 제거해 연비가 좋은 2인용 소형차로 쓸 수도 있다. 차량 윗부분에는 태양광 패널을 달아 생활용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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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아이디어페스티벌에는 자동차 이외의 이동수단을 활용한 출품작도 눈길을 끌었다. 출품작을 자동차로 제한하지 않은 덕이다. 공중에서 물을 생산하여 물 부족 지역으로 전달하는 사막화 방지 비행선인 ‘라이프 제플린(Life Zeppelin)’ 과 자전거 페달을 돌려 정수와 세탁을 동시에 처리해 아프리카를 구하는 ‘와프리카(Wafrica)’가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이날 본선에서 1등상인 대상은 달리는 차에서 즉석 연주를 가능토록 한 유캔콘서트팀이, 2등상인 최우수상은 미래형 1인용 이동수단을 내놓은 오리진팀이 각각 수상했다”며 “이들을 비롯한 수상작들은 앞으로 모터쇼를 비롯한 각종 사내외 행사에 전시해 현대차그룹의 독창적인 연구개발문화를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성=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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