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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추천곡 제도, 공정성 해친다 vs 큐레이션…음원사이트 당당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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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디지털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추천곡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민용 경희대 교수는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LIAK)가 13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 매직스페이스에서 연 '디지털 음악산업 발전 세미나'에서 "음원사이트의 '음악 추천'은 특혜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발제자로 나선 김 교수는 '음악서비스 추천곡 제도 연구'에서 멜론·벅스·소리바다·엠넷닷컴·올레지니 등 5대 음원사이트를 실증 분석한 결과 "추천은 낙하산과 특혜의 동의어"라고 지적했다. "공정성 훼손이 심각하고 끼워팔기로 랭킹차트까지 왜곡된다"는 것이다. 전체듣기를 하면 굳이 추천곡을 선택하지 않아도 소비자가 자연스레 듣게 되는 것이 끼워팔기다.

추천곡은 평균적으로 2주 동안 차트 20~30위권에 머무는 반면 비추천곡은 평균적으로 1주 이내에 50위권으로 이탈한다고 알렸다. 음원당 차트에 머무는 평균 수명이 15일 가량이라며 추천곡은 그 동안 누릴 것을 다 누린다고 짚었다.

추천곡 제도를 없애지 못한다면 "유통사가 마케팅 프로모션의 수단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선정원칙과 선정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추천곡은 랭킹차트가 아닌 곳에서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추천곡 제도의 개선은 실시간 차트의 공정성을 바로 잡기 위한 조치라는 판단이다.

김 교수는 또 "실시간 차트에서 반짝 1위는 또 다른 수입원을 쫓는 길이 될 수 있다"며 "결국 음원사재기 유인을 제공하는 방편이 된다"고 봤다.

저렴한 가격으로 음원을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해 "저비용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음원사재기 시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명확히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 없는 '저위험 구조'도 음원사재기를 부추긴다"고 판단했다.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박진규 대외협력실장은 하지만 추천제도 폐지를 반대했다.

박 실장은 "콘텐츠가 디지털화가 돼 양이 많아지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콘텐츠가 나왔는지 알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추천의 기본적인 속성은 큐레이션이다. 모든 창작자나 제작자는 자신이 만든 걸 알리고 싶어한다.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는 이유는 한정된 공간 때문이다. 특히 요즘 같이 디스플레이할 수 있는 공간이 작은 스마트폰으로 음원을 소비하는 상황에서는 더 어렵다." 여러 정보를 수집하고 선별해서 전하는 것이 큐레이션이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곡을 알리는 활동 자체를 없앨 수 없다고 강조한 박 실장은 "추천곡 제도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걸 막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 이전에 들었던 곡의 장르나 패턴과 유사하게 개인별로 추천하는 곡들이 보여지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예다.

앞서 신원수 로엔 대표이사도 전날 '멜론 빅데이터 개방' 1주년 간담회에서 "자원이 할당돼 있다는 것을 풀기 위해서는 공정성과 합리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어떤 음원을 듣는지 매핑(도표화)을 해서 이르면 연내 또는 연초에 (추천제도에 대한)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로엔이 멜론 같은 음원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음반 제작을 겸하고 있다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사가 제작한 음반을 추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박 실장은 자사 소속 뮤지션 중 대중이 아는 인기 가수는 아이유밖에 없다며 "빅뱅이 앨범을 내면 추천을 안 해도 순위가 1등으로 올라간다"고 반박했다.

랭킹차트가 아닌 페이지에 추천곡을 허용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안 보는 길목에 광고판을 거는 건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로엔이 서울음반에서 출발한 회사라며 "제작을 포기하는 건 회사의 역사로 보면 잘못된 일이라 그러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록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인 신대철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장은 그럼에도 "멜론이 압도적으로 자사가 유통하는 곡을 추천하는 건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공정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다. 제작과 투자를 할 때부터 가능성 있는 곡 집중하고 유통한 다음 될 수 있으면 많이 판매를 하기 위해 가중치를 부여하는 건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완전 무작위로 제비뽑기를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지 묻고 싶다. 10억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해서 만든 곡과 10분 만에 만든 곡과 똑같은 취급을 받아야 하나"고 되묻기도 했다.

엠넷닷컴을 운영하는 CJ E&M 디지털뮤직사업의 이동헌 부장은 음원사이트가 차트의 공정성을 위해 개선해야 할 것이 많다고 인정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힘의 균형"이라며 "과거에는 음악 권리사가 셌고 지금은 플래폼과 소비자가 상생을 한다. 이 사이의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기능을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짚었다.

국제음반산업협회 한국지부의 이채영 씨는 "음원을 추천하는 제도가 몇몇 권리사에게 특혜를 주고 유통사와 연관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며 "올해 초 영화 쪽에서 CJ와 롯데에 영화를 끼워파는 행태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음원 시장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뿐 아니라 공정위에서도 관심 깊게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와 함께 "여러 국가가 플랫폼 사업자에게 음원 유통과 제작이 허락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음원사재기 논란과 관련해서는 스트리밍 위주의 저렴한 음원 소비가 문제라며 김 교수 등이 다운로드 위주로 음원차트 순위를 바꾸는 것이 어떻느냐는 제안을 했다.

로엔의 박 실장은 "음원 스트리밍은 한국이 주도한다. 통신 네트워크가 발달해 가능하다. 미국 등에서는 통신료가 비싸서 듣기 어렵다"며 "스트리밍을 규제하는 건 대중의 상식과 배치되고 음원의 소비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이라 업계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맞섰다.

음원차트 내 외부의 사재기 정황에서는 "관련 데이터를 감지하는 시스템을 이미 작동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CJ E&M 부장은 "음악 업계의 기생충은 음원사재기를 유도하는 브로커들"이라며 "이들에 대한 강력한 법적 제제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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