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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학부모 봉사도 자녀성적 순 제한” 도 넘은 경쟁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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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 학생들만 기숙사 입주···논술 강의 등 특혜 제공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2개 지역 ‘경쟁교육 실태조사’ 공개

“성적 우수 학생에게만 에어콘 가동” 학부모 불만 팽배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학부모들의 봉사 단체 가입도 자녀의 성적으로 제한하는 등 학교 현장의 줄 세우기 교육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 같은 내용의 ‘학교 경쟁교육 실태 조사’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약 1년간 전국 22개 지역을 순회하며 학부모·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교 내의 경쟁교육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강남지역의 A고교의 경우 학부모 봉사활동도 자녀 성적이 상위권에 들어야 참여를 허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천의 B고교는 전교 50등까지만 사용이 가능한 자습실이 있다. 자습실은 외부가 유리벽으로 처리돼 상위권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외부에서도 볼 수 있게 했다. 한 학부모는 “전교 50등까지만 유리벽으로 공개된 자습실에서 공부를 하게 한다”며 “다른 아이들이 보고 자극받으라고 그렇게 한다는데 너무 어이가 없고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학교 예산이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집중되는 사례도 많았다.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려는 학교 간 경쟁이 성적 우수 학생에 대한 특혜로 이어지는 셈이다. 수원·용인 지역의 한 학부모는 “성적 우수자들에만 제공하는 자습실에 들어가면 카페트가 깔려있고 정수기도 따로 있다”며 “공부 못하는 애들이 자습실 근처로 가면 교실로 돌아가라고 혼을 낸다”고 말했다.

울산지역의 C고교에서는 전교 30등까지만 학교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다. 학교는 기숙사 입주 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논술강의 등 특혜를 제공한다. 에어콘도 기숙사 건물만 가동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일반고 살리기’ 차원에서 교육청에서 지원한 특별 예산을 성적이 높은 학생들에게 몰아주는 경우도 있다. 인천지역 학부모는 “일반고 살리기 정책의 일환으로 특별 예산이 내려왔지만 ‘진로집중과정’을 만들어 특정 아이들에게만 각종 혜택을 몰아 준다”고 주장했다.

강서·양천지역의 한 학교에서는 교감이 나서 상위 20위권 학생들을 별도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 학부모는 “전교 20위 안의 학생들만 따로 면담을 하고 학부모 직장·재력까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전국 17개 시·도에 만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걱세가 전국 22개 지역을 돌며 학부모들과 면담을 진행한 결과 총 151건의 제보가 접수됐다. 이를 유형별로 분류하면 △성적 우수학생들에 대한 부당한 혜택(32건) △선행학습과 사교육 부추기는 수업과 경시대회(16건) △방과후교실·자율학습 강제 참여(12건) △학내 반별 석차 공개 통한 비교(10건) △변칙적 석차 제공 및 친구 고발 상점제(10건) 순이다.

사걱세 관계자는 “강원지역을 제외하고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5가지 이상의 줄 세우기 교육 관행이 확인됐다”며 “각 시·도교육청은 전수조사 등을 통해 보다 정확한 지역의 실태를 파악하고 학교 경쟁교육 개선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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