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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연이율 34.9%에도 대부업 쓰는 서민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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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일수전단지


대부업 하면 떠올리는 것중 하나가 ‘약탈적 고금리’다. 금리(등록 대부업체 기준)가 법정 최고 수준인 연 34.9%에 육박해 그럴만도 하다. 이런 금리를 주고 누가 대부업을 이용하나 싶지만 지난해 하반기에만 240만명이 고금리를 감수하고 대부업체를 찾았다.

◆“바쁠때는 택시도 탄다”

대부업 이용자들이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주된 이유는 익히 잘 알려진대로 은행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출이라도 한번 받으려면 서류부터 심사까지 여간 깐깐한 것이 아니다. 저신용자에게는 더욱 엄격하다.

요즘들어 은행 대출 절차가 간소화되는 등 접근성과 편의성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이용자들이 느끼는 거리감은 여전하다고 한다. 여전히 대부업체를 찾는 사람이 많은 까닭이 아닐까.

급전이 필요할 경우 이것저것 따지기는 어렵다. 당장 내일 돈이 필요한데 빌릴 곳이 없다면 발을 동동 구른다. 연 34.9%에 달하는 대부업 금리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이유라고 혹자는 말한다. 한 대부업체는 TV광고에서 “버스나 지하철만 탈 수 있나”며 “바쁠땐 택시도 타고…”라는 비유를 활용한다.

◆돈 쌓아 놓는 은행, 깐깐한 돈풀기

은행들은 돈을 1000조원 이상 쌓아놓고 있지만 저소득·저신용자 지원에는 인색한 모습이다. 마치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이유로 사내 유보금을 늘리고 투자에 나서지 않아 일자리가 돌리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7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7월말 현재 은행 수신(잔액기준)은 1324조3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000억원 늘었다. 막대한 수신이 들어옴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대손율(부실율)이 높은 저신용자나 자영업자에게 은행 대출이 쉽지 않은 이유다. 돈 떼일 일 없는 사람들만 꼽아 선별적으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는 비아냥도 이런 까닭이다.

실제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실이 발표한 ‘차주(借主) 특성별 가계대출 잔액’ 자료를 보면 연소득 3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의 은행권 대출은 작년말 기준 114조2000억원에서 올해 6월 114조1000억원으로 1000억원 감소한 반면, 연소득 60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은행 대출은 같은 기간 101조9000억원에서 106조원으로 4조1000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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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0만원 빌릴 곳 없어 대부업 발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대부업 이용자(약 240만명)의 77.1%는 신용등급 7~10등급이었으며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48만원이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 등 소위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돈 400만원을 빌리기 어려워 이자가 수배에 달하는 대부업으로 발길을 옮겼다는 의미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내놓은 ‘서민금융 자금수요자의 특성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서민정책금융상품 신청자 77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16.4%가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응답자 가운데 67%는 은행 같은 제도권 금융회사에 대출 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4월 캠코, 신용회복위원회, 미소금융, 저축은행, 은행 등에서 서민금융상품 대출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분석한 것이다.

◆“대부업체는 마지막 서민의 보루(?)”

이런 상황이다보니 ‘서민의 마지막 보루는 대부업체’라는 웃지못할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는 게 현실이다. 동시에 소위 서민금융기관으로 불리는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협 등의 현 주소가 어떤지를 잘 말해주는 얘기다.

또 대부업체에서조차 외면받은 서민들이 갈 곳이 수백에서 수천에 달하는 고리 불법 사금융 시장이라는 점에서 ‘서민의 마지막 보루는 대부업체’라는 일각의 얘기들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적어도 우리 현실에서는 말이다.

학계에서는 불법 사금융 시장이 커지면서 이 시장의 규모가 8조원에 달하고 그 이용자가 93만명 가량으로 추산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법정 최고 금리인 연 34.9% 이자를 주고도 돈을 못 빌려 불법 사금융에 의존하는 서민들이 현재도 93만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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