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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78세 노인과 결혼해야 했던 9세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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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케냐의 유니스(13·여·사진)는 여느 10대와 다름 없이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소녀다. 그러나 유니스의 웃음 뒤에는 그의 아픈 과거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2011년 당시 78세 노인과 결혼해야 했던 유니스의 기구한 사연을 전하며 케냐 삼부루 지역의 오랜 악습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삼부루는 고대 케냐의 유목민들이 살던 지역으로 이곳 주민들은 어린 소녀들에게 조혼과 할례 등을 강요해왔다. 케냐 정부는 공식적으로 조혼과 할례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아직도 유니스를 비롯한 소녀들은 어른들의 힘에 눌려 끔찍한 경험을 이어가고 있다.

유니스는 9세가 되던 해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78세 노인과 결혼을 해야 했다. 그는 “나는 그 노인의 집에 1주일을 머물렀고 그는 내가 자신의 세번째 부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내가 그럴 수 없다고 하자 그가 회초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때 한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맨발로 밖으로 뛰쳐나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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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를 구한 여성은 삼부루 소녀재단의 조세핀 쿨리아로, 그는 유니스와 같은 소녀 200여명을 구출해 보호하고 있다. 케냐 출신인 쿨리아는 학교에서 간호학을 공부하면서 조혼과 할례 등 자신의 나라에서 예사로 일어나는 일이 다른 나라에서는 불법이라는 일을 알게 됐다고 했다. 쿨리아는 “이런 일(조혼·할례)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뒤 케냐 지역 아이들을 구하기 시작했다”며 “가장 먼저 내 친척 두 명부터 구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녀 안젤라(12)는 할례의식 전에 극적으로 구출됐다. 안젤라는 “내가 살던 지역의 많은 여자아이들이 할례의식에 끌려가는 것을 봤다”며 “그들이 흘린 피와 비명소리를 보고 들으며 어떻게든 그 상황을 피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아홉 살이 되던 때 아버지가 나를 같은 상황에 몰아넣으려해 숲 속으로 도망쳤다”고 말했다. 안젤라는 쿨리아가 세운 임시 보호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쿨리아는 “더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공부하면 언젠가 이 지역도 달라질 것”이라며 “유니스와 안젤라 같은 아이들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수 기자 v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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