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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어머니 치마에 담은 아버지의 사랑…정약용의 '하피첩'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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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직원이 보물 제1683-2호 '정약용 필적 하피첩'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지난 9월14일 서울 옥션 경매에 출품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던 하피첩을 낙찰받아 소장 중이며 2016년 2월경 특별전을 개최해 국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5.10.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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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1810년 전라도 강진. 다산 정약용은 이곳에서 유배생활을 하고 있었다. 다산은 부인 홍씨가 남편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아 보내온 치마를 잘라 작은 서첩을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에 두 아들 학연(學淵,1783~1859)과 학유(學遊, 1786~1855)에게 전하고픈 당부의 말을 적었다.

그리고 '하피첩'이라 이름지었다. 하피란 '붉은 노을빛 치마'라는 뜻으로 부인의 치마를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다. 하피첩에는 선비가 가져야할 마음가짐, 남에게 베푸는 삶의 가치, 삶을 넉넉하게 하고 가난을 구제하는 방법 등 자손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은 삶의 가치관을 담았다. 어머니가 시집올 때 장만했던 치마에 아버지의 정성이 들어간 그야말로 보물이다.

하피첩은 3개의 첩으로 구성돼 있다. 3첩의 하피첩 중 1첩의 표지는 박쥐문·구름문으로 장식된 푸른색 종이로 되어 있으며, 나머지 2첩은 미색 종이로 포지장식이 돼 있다. 첩의 크기와 표지는 조금씩 달라도 3점 모두 표지 안쪽에 붙는 면지를 붉은색 종이로 사용하고 있어 동일한 시점에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다.

푸른 표지의 1첩은 안에 필사 종이에도 동일하게 박쥐문이 그려져 있어 필사한 시기와 첩으로 장황(裝潢, 서화의 표지장식)한 시기가 일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피첩은 추후 적외선 촬영을 실시해 정확한 순서를 추적할 예정이다.

첩 내부에 쓰인 직물은 평직의 비단이며, 바느질했던 흔적도 발견된다. 갈변된 상태로 보이나 미세하게 적갈색을 띄고 있어 하피첩을 만들 때 사용된 치마의 염색 흔적으로 보인다. 이 첩은 제작 이후 한 번도 개장(改裝)되지 않은 상태로 1810년 당시의 첩 장황 양식 및 사용되었던 장식 종이 등을 짐작하게 한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보물 제1683-2호인 ‘정약용 필적 하피첩’을 13일 박물관 1층 영상채널 스튜디오에서 언론에 공개했다. 세상을 이곳저곳 떠돌다 지난 9월 14일에 서울 옥션 경매에 출품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던 하피첩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7억 5000만원에 낙찰을 받아 소장하고 있다.

민속박물관은 "문화재 보존팀을 통하여 유물의 보존 상태를 세밀하게 살펴본 결과, 여러 곳의 보존처리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후 2016년 2월경에 박물관에서 특별전을 개최하여 국민에게 정식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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