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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난 픽업 아티스트"…여고생 강간하려던 대학생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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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에 여학생 번호만 수십개…대부분 만남 실패

연합뉴스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픽업 아티스트'(pickup artist)임을 자처한 대학생이 여고생을 강간하려다 결국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위키백과는 성교할 상대, 특히 여성을 찾고 그 상대의 관심을 끌고 유혹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픽업 아티스트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대학생은 자신의 잘못을 추궁한 상대 여고생 두명을 공갈·협박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가 조사 과정에서 유사강간 등의 혐의가 드러나 결국 검찰에 구속됐다.

13일 의정부지검에 따르면 서울의 한 유명 대학에 다니는 차모(22)씨는 지난 3월 홍대 거리에서 A(18·고3년)양에게 접근, 휴대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졸랐다.

A양은 몇 번 거절하다가 번호를 알려줬고 며칠 뒤 차씨의 연락을 받고 만났다.

검찰 관계자는 "A양이 순진하고 공부도 잘하는데 대학생 오빠라는 동경이 있어 차씨의 꼬임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 번째 만났을 때 차씨는 A양에게 술을 먹인 뒤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강제로 성관계를 하려 했고 A양은 완강히 거부, 반항하다 도망쳐 나왔다.

차씨의 실수라고 생각한 A양은 며칠 뒤 차씨를 다시 만났다가 우연히 휴대전화에서 'B양에게 술 먹인 뒤 잠자리를 해야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와 수많은 여성의 전화번호를 발견하고 기겁했다.

A양은 B양에게 전화를 걸어 전후 사정을 얘기한 뒤 함께 차씨를 만나자고 제안했고, 차씨는 B양이 먼저 전화하자 흔쾌히 의정부시내에서 만나기로 했다.

마침내 만남의 순간. 차씨는 기다리던 A·B양에게 추궁당하자 도망쳤고 화가 난 A·B양은 차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집어던져 파손했다.

이에 차씨는 자신이 신고당할 것을 우려, 오히려 "A·B양에게 감금과 협박 등을 당했다"며 공갈,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경찰과 검찰에 고소했다.

협박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차씨의 휴대전화에서 자신을 '픽업 아티스트'라고 소개한 내용과 함께 수십명의 여중고생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오히려 차씨를 수상히 여겼다.

'시간을 끌면 안 된다' '괜찮다 싶으면 끝까지 간다' '첫 멘트는 "첫눈에 반했습니다"라고 말한다' 등 5가지 행동 수칙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검찰 관계자는 "차씨는 외모가 준수한 편은 아니지만 말주변이 좋았다"며 "A양과 같은 수법으로 접근해 만남을 요구했지만 99%는 차였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결국 의정부지검 형사1부(김태철 부장검사)는 지난달 20일 차씨를 검거해 유사강간, 강제추행, 무고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또 차씨의 휴대전화에 있던 여학생들의 번호를 토대로 피해자가 더 있는지 등 여죄를 캐고 있다.

한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중고등학교에서 이 같은 사례에 대한 예방 교육을 했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성폭력 피해 사례를 알려 추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k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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