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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한글 촌스럽다"…거리 점령한 외국어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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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글날 연휴를 맞아서 거리에 넘치는 외국어 간판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가게 장사에 더 도움이 되니까 외국어를 쓰는 거겠죠. 소비자들 마음속에, 은근히 우리 글자를 홀대하는 마음이 숨어있는 건 아닐까요?

노동규 기자의 생생 리포트입니다.

<기자>

이곳은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입니다.

여기에 늘어선 다양한 업종의 가게들은 하루에 이곳을 오가는 수만 명의 사람을 손님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저마다 개성 있는 간판을 내세워 경쟁하고 있습니다.

식당과 미용실, 안경점, 간판 상당수가 외국어로 쓰여 있습니다.

이 일본식 술집은 3층 건물 전체가 일본어 간판 천지입니다.

시민들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윤윤주/서울 서대문구 : (일본의) 감성을 더 잘 나타내주려면 진짜 일본식 주점처럼 간판도 그렇게 하는 게…. 이런 걸 한다고 해서 한글을 무시하거나 한글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이세인/서울 서대문구 : 한글을 쓰면 촌스러워 보이나요? 그렇게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그냥 당연하게 외국어를 쓰는 것 같아요.]

한 한글 단체가 전국 13개 도시 주요 상권의 간판 3만 9천여 개를 조사해보니 외국 문자가 포함된 간판이 49%나 됐습니다.

현행법은 간판에 한글만 쓰도록 하고 외국어를 쓸 땐 한글을 병기하도록 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입니다.

개성 있는 한글 간판을 달고 싶어도 한글 서체가 적어 촌스러울 수 있다는 간판 업자의 만류에 부딪히는 게 현실입니다.

[김남진/커피숍 운영 : (상담한 간판 업자들이) '굳이 한글로, 촌스럽게 표현할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권재일 서울대 교수/前 국립국어원장 : (가게를 하는 사람들이) 외래글자를 쓰는 것은 소비자들이 그것을 선호하기 때문이거든요. 우리말, 우리 글자를 홀대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외래 것을 너무 숭상하는 거기에 근거가 있습니다.]

이런 생각이 당장 바뀌진 않습니다.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그래서 소비자들의 이목을 더 끄는 한글 간판이 더 선택되도록 제도적 지원책을 만드는 게 현실적 대안일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대철·김현상·이승환·정상보, 영상편집 : 김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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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규 기자 laborsta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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