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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캐나다 '니캅 논란' 여성, 니캅 쓴 채 시민권 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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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시민권 선서하는 주네라 이샤크씨. <>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 캐나다 총선 정국을 달군 '니캅 논란'의 주인공인 무슬림 여성이 9일(현지시간) 본인의 희망대로 니캅을 쓴 채 시민권 선서식에 참석, 시민권을 취득했다.

온타리오 주 미시사가에 사는 무슬림 여성 주네라 이샤크(29)씨는 이날 오후 행사 일정에 맞춰 정부 청사에서 열린 시민권 선서식에 참석, 무슬림 여성 얼굴가림 복장인 니캅 차림으로 선서를 해 시민권 취득을 위한 최종 절차를 마쳤다.

파키스탄 출신의 이샤크씨는 보수당 정부가 지난 2011년부터 시행해 온 선서식 때 니캅 착용 금지 조치에 불복, 지난해 법원에 제소해 승소했으나 정부의 항소와 선거 이슈로 논란에 싸이는 곡절을 겪은 끝에 이날 캐나다 시민이 됐다.

그는 판사 앞에서 오른 손을 들고 국가와 국민에 충성을 다짐하는 시민 선서를 하면서 눈물을 터트렸다고 CBC방송이 전했다.

이샤크씨는 이날을 위해 오래전 준비한 분홍색 꽃무늬의 베이지 색 니캅을 썼다.

그는 판사에게 "오늘 이 자리에서 나를 인정해 줘 매우 감사한다"고 말했다.

행사 후 인터뷰에서 그는 선서식에 대해 "캐나다 사법 체제 아래 나의 믿음을 확인해 준 것"이라며 "선서 때 느꼈던 그대로 캐나다는 두 말할 필요 없이 내가 충성을 바칠 나라"라고 밝혔다.

이샤크씨는 오는 19일 치러질 총선에서 캐나다 국민으로 투표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앞서 연방 법원은 지난 2월 시민권 선서식 때 니캅 착용을 금지한 정부 조치가 시민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한 데 이어 정부가 제기한 항소심에서도 원심이 확정됐다.

이에 정부는 대법원 상고 방침을 밝히면서 판결 효력 중지 신청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지난 12일 이샤크씨가 총선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니캅을 착용한 채 선서식 에 참석해야 한다며 정부 신청을 기각했다.

파키스탄에서 교사로 일하던 이샤크씨는 지난 2008년 캐나다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캐나다에 왔으며 15세 때부터 니캅을 착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공공 장소에서 항상 얼굴을 가리는 것은 나의 종교적 의무"라며 "얼굴을 가린 상태에서 나의 믿음이 더 깊고 강해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니캅에 대한 보수당 정부의 주장과 입장에 대해 "나의 개인적 선택의 문제가 정치 게임화한 데 대해 슬프고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샤크씨는 니캅 논쟁으로 반 이슬람 정서가 생기고 니캅 착용 여성에 대해 폭행 사건이 발생하는 최근 사회 분위기에 대해서는 "지난 2주일 사이 공공장소에서 예전에 없던 눈길과 위협적 발언을 겪으면서 이제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jaey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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