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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슈퍼리치]구글은 왜 ‘가짜’ 치즈버거 제조사 인수하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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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3000억원에 인수 제안한 치즈버거 제조사 ‘임파서블푸드’

-빌 게이츠가 미래 음식으로 극찬한 ‘햄튼크릭’

-IT 업계 거물들의 인공 고기 생산업체 투자 봇물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민상식ㆍ김현일 기자]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기업이 이제 햄버거를 팔려는 걸까.

구글이 최근 치즈햄버거를 만드는 한 신생기업(스타트업)에 2억∼3억달러(한화 약 2300억~3500억원)의 인수 제안을 했다.

구글이 햄거버 사업을 시작하려는 건 아니다. 일반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단순한 햄버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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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슬라 벤처스 대표인 비노드 코슬라. 그는 최근 임파서블푸드, 햄튼크릭 등 인공음식 제조사에 거액의 투자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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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인수하려는 스타트업은 2011년 설립된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s)로, 식물성 원료만으로 고기 맛이 나는 패티와 가짜 치즈를 개발해 ‘식물성 치즈 햄버거’를 파는 기업이다. 가짜 치즈는 아몬드와 마카다미아 오일 등으로 제조한다.

스탠포드대학 생물학자인 패트릭 브라운(Patrick Brown)이 설립한 임파서블푸드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와 코슬라 벤처스 대표인 비노드 코슬라, 홍콩 최대부자 리카싱(李嘉誠) CKH홀딩스 회장 등으로부터 최근까지 총 1억8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그럼 구글이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고기에 눈독을 들인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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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파서블푸드에서 만든 ‘가짜’ 치즈버거. 식물성 원료로 패티와 치즈를 제조했다. [출처-임파서블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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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우리가 알던 식재료의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 최근 축산업이 기후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쏟아졌다. 좁은 공간에 가축을 몰아넣고 사육하는 공장식 밀집사육으로 수질과 대기가 오염되고, 지구 온난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환경오염을 막고 동물보호를 위해 IT 업계 거물들이 잇달아 인공 고기 생산기업에 거액의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스타트업은 인공 계란을 개발한 햄튼크릭(Hampton Creek)이다. 빌게이츠는 최근 햄튼크릭을 자신의 웹사이트에 ‘미래 음식’(The Future of Food)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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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튼크릭푸드의 인공 달걀을 이용한 마요네즈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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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튼크릭은 빌 게이츠를 비롯해 리카싱, 야후 창업자 제리 양, 비노드 코슬라,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 페이스북 공동 설립자 왈도 세브린 등으로부터 1억20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햄튼크릭은 농작물을 원료로 달걀과 똑같은 맛과 향기를 가진 인공계란을 만들어 마요네즈, 쿠키도우 등의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를 연구하던 조슈아 테트릭(Joshua Tetrick)은 동물지방이 없는 달걀의 가능성을 보고 2011년 햄튼크릭을 설립했다. 테트릭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회사는 트랜스 지방 없는 건강한 식품을 만드는 데 최신 과학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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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미트의 가짜 닭고기를 이용한 꼬치 요리 [출처=비욘드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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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에반 윌리엄스(Evan Williams), 비즈 스톤(Biz Stone)과 빌 게이츠는 ‘가짜 고기’를 만드는 비욘드미트(Beyond Meat)에 투자했다.

에단 브라운(Ethan Brown) 교수 등 미국 미주리 대학 교수들이 2009년 설립된 비욘드미트는 콩 단백질을 이용해 인공 소고기ㆍ닭고기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비욘드미트의 목표는 식물 단백질을 이용해 동물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는 고기 소비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미국 메릴랜드 주 목장에서 자란 브라운 CEO는 어린 시절부터 동물 복지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결국 완벽한 채식주의자 비건(vegan)이 된 후 인공 고기를 만들 결심을 했다. 역시 비건인 비즈 스톤도 사람의 건강과 동물 보호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욘드미트에 투자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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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싱 CKH홀딩스 회장. 그는 최근 인공 고기를 만드는 스타트업 여러 곳에 거액의 투자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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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틸과 리카싱은 고기와 가죽 배양 기술을 개발한 신생기업 모던메도(Modern Meadow)에도 투자했다.

안드레 포각스(Andras Forgacs) 모던메도 설립자는 “2050년에는 전세계 인구에 고기와 유제품, 달걀과 가죽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1000억마리의 육상 동물이 필요할 것”이라며 “생체조직제조(biofabrication) 기술을 이용하면 동물을 도축하지 않고서도 조직과 기관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임파서블푸드와 햄튼크릭, 비욘드미트의 인공고기 제품과 달리 모던메도의 배양 기술을 이용한 인공고기ㆍ가죽은 아직 상품화되지 못하고 있다.

포각스는 2007년 3D프린팅 기술로 인공장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 스타트업 오가노보(Organovo)를 공동창업한 바 있다.

이처럼 인공 고기 제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일반 대중이 이를 쉽게 수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음식 전문가들은 맛과 향이 거의 같더라도 거부감을 줄이면서 좋은 식감을 내는 게 인공고기 성공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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