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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어깨가 빠질듯 딱지 내려치자…‘헬조선’이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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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청년공감, ‘청년불만 스테이지’ 행사

‘등록금 없어 제적’ 말하며 눈물

“청년 문제 불거진지 10년…

현실 바꾸려는 노력 계속할 것”


몇번을 쳐도 딱지는 뒤집어지지 않았다. ‘지옥 같은 한국’이라는 의미의 신조어 ‘헬(hell)조선’이 쓰인 딱지는 청춘들이 자주 다니는 서울 신촌 길바닥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었다. 청년들이 어깨가 빠질 듯이 내려치고 내려치자 딱지가 하나둘 뒤집어졌다. 딱지 뒷면에 적힌 ‘헬조선은 뒤집어졌다’ ‘최저시급 1만원’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방지법 제정’이라는 글귀에 청년들은 박수를 쳤다.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창천문화공원. 2030청년공동체,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등 14개 청년단체가 모인 ‘청년공감’이 ‘청년불만 스테이지’ 행사를 열었다. 청년들은 대출을 받아야 다닐 수 있는 대학, 취업 실패, 최저시급 아르바이트에 힘겨워하면서도 ‘헬조선을 뒤집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불만 무대’에 오른 대학생 김현지(20)씨는 등록금이 없어 제적당한 선배 이야기를 했다. “학교 게시판에 등록금이 없어 제적당하게 됐다는 선배의 사연을 보고 돕기 위해 만났다. 선배는 ‘대학을 더 다니는 것은 나에게는 사치다. 지금 도움을 받아도 악순환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도움을 거절했다”면서 눈물을 보였다. 한대윤(20)씨는 “2년간 서빙, 설거지는 물론 대형마트 등에서 갖은 알바를 섭렵했다. 중요한 다른 일들을 하고 싶어도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일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청년공감은 지난달부터 전국의 대학 캠퍼스 여덟 곳을 돌았다. 재벌 곳간을 풀어 청년 일자리를 만들라는 취지의 ‘재벌돼지 다이어트’ 퍼포먼스를 하거나 취업준비생이 많은 서울 노량진 학원가를 찾아 ‘청년, 헬조선을 뒤집자’ 캠페인을 벌였다. 유지훈 청년공감 공동대표는 “88만원 세대에서 헬조선에 이르기까지 청년 문제가 화두가 된 지 10년 가까이 됐지만 여당도 야당도 진심으로 우리 문제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한 세대가 아니다. 헬조선 현실을 바꾸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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