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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카카오 1년만에 '백기'…사이버망명 다시 불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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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청영장 '불응'→'협조' 번복…"협의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의혹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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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카카오가 수사기관의 감청영장(통신제한조치)에 불응하겠다고 밝힌지 1년만에 백기를 들었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검찰과의 협의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나 김범수 의장의 '원정도박' 의혹 등 현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카카오가 마침내 무릎을 꿇은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카카오는 지난 6일 저녁 "신중한 검토 끝에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통신제한조치에 응하기로 결정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통신제한조치는 전기통신의 감청을 일컫는 말로, 법원의 영장이 발부되면 수사기관이 메신저 카카오톡의 대화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수사기관장의 승인을 받은 공문에 한해서만 감청에 협조하겠다는 원칙이다. 협조방법은 단체 채팅방에서 주고받은 대화 가운데 수사 표적인 사람의 대화내용만 수사기관에 제공한다. 다른 사람의 대화내용은 모두 암호화시켜 보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재 기술로는 메신저 대화내용을 실시간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카카오는 수사기관이 감청을 요청한 날부터 원하는 기간까지 대화내용을 제공한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통신제한조치 협조 중단 이후 사회적 합의와 법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바라면서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며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이용자들의 우려와 함께 국가안보와 사회 안녕을 위협하는 중범죄자 수사에 차질을 빚는다는 비판에도 귀기울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카카오는 메신저 카카오톡 감청 논란이 일었을 당시 늑장대응으로 외산 메신저 '텔레그램'에 이용자를 다수 뺏기는 등의 곤욕을 치렀다. 국내 사용자 3800만명에 육박하는 '1위 메신저' 카카오톡이 감청될 수 있다는 상황에 이용자들이 너도나도 '사이버 망명'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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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사기관의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석우 카카오 전 공동대표의 모습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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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이석우 전 공동대표가 공개석상에서 "앞으로 수사기관의 감청영장에 불응할 것이며 법적 책임이 있다면 직접 벌을 받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위법 논란'만 부추긴 꼴이 됐다. 실제 카카오의 투명성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카카오 서비스에 대한 통신제한조치에 응하지 않았다.

카카오가 1년만에 '감청영장' 불응 방침을 번복하면서 업계 안팎에선 뒷말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카카오가 최근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를 받은 데다가 신사업으로 '카카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중인 현 상황들과 이번 결정이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국정감사에서 대주주인 김범수 의장의 해외 원정도박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였다. 이같은 상황에 카카오가 감청영장 불응 방침을 철회하면서 일각에서는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카카오가 백기를 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번복하면서 오히려 카카오의 신뢰가 추락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용자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수사기관에 협조하지 않으면 위법이기에 결국 카카오도 순응할 수밖에 없다"며 동조하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정부 압박에 카카오도 별 수 없이 무릎을 꿇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SNS와 온라인상에서는 "카카오톡을 떠나 텔레그램으로 넘어가자"며 다시 사이버 망명이 일어날 조짐까지 보인다.

카카오의 '프라이버시 정책자문위원회'에서 활동중인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결정에 대해 많은 의견이 오갔다"면서 "카카오도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전문가 외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도 이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는 기회가 없었다는 게 아쉽다"며 "앞으로 수사 대상자 외의 이용자 정보에 대한 익명화 처리 방법 등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이번 결정에 대해 외부 영향이나 압박과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에서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고 밝힌 이후부터 검찰과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안팎에서 제기되는 각종 의혹이나 논란과는 무관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sho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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