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통합신용정보기관…불붙은 '빅 브러더 전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당국·업계 이해 갈려 갈등 격화… 4개월밖에 안 남아 우려 커져

‘금융권 빅 브러더’ 탄생을 둘러싼 싸움이 커지고 있다. 내년 1월 출범 예정인 통합신용정보집중기관(신용정보기관) 설립을 두고 금융당국과 각 금융업계 간 이해가 엇갈리면서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신용정보기관은 은행, 카드, 보험 등 금융업권별로 나눠서 관리하던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집중 관리하는 ‘공룡 기관’으로, 지난해 신용카드 3사의 고객정보 1억건 유출사고를 계기로 설립되는 곳이다. 신용정보기관의 운영 주체를 어디로 하느냐를 두고 벌어진 갈등은 각 협회 간 대립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설립 예정 시기까지 4개월여밖에 남지 않아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노조연맹,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6일 서울 종로구 보험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와 금융위원회는 은행연합회 살리기에 집중하는 논쟁을 중단하고 신용정보기관의 공공성과 중립성을 강화하라”며 신용정보기관을 은행연합회 산하로 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앞서 ‘신용정보집중기관 통합을 위한 통합추진위원회’는 지난달 4일 신용정보기관을 은행연합회 산하에 별도기관으로 두고 은행연합회장을 의장으로 하는 이사회(5명)를 꾸리는 설립 기본계획(안)을 의결했다. 신용정보기관이 탄생하면 신용정보를 일반신용정보, 기술신용정보, 보험신용정보로 나눠 집중 관리하게 된다.

3개 협회 노조 등은 이에 대해 “신용정보기관이 은행연합회 산하기관이 되거나 내재화되면 타 금융권이 은행연합회로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은행연합회 노조 관계자는 “각 협회에 있던 신용정보기관이 없어질 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금융위원회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다니 황당하다”며 3개 협회 노조 등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3개 노조 등의 성명서를 보면 금융위를 비판하는 듯이 보이지만 신용정보기관을 사실상 연합회와 분리된 별도기관으로 설립하려는 금융위 방안에 힘을 실어주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연합회 노조는 금융위 방안대로 신용정보기관이 설립되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에서 장악하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와 연합회는 신용정보기관을 연합회 내부에 만들 것인지 별도로 만들 것인지를 두고 아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신용정보기관은 운영 주체뿐 아니라 정부의 신용정보 악용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민병두, 신학용, 이상직, 이학영 의원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은 지난 8월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융위가 주도해 설립한 별도 기관은 결국 금융위에 장악될 것”이라며 “국민의 금융정보가 신용정보집중기관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을 거쳐 검찰, 국세청 등 각종 정부기관으로 흘러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위는 신용정보기관의 정보를 FIU에 임의대로 제공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지난달 14일 금융위 국정감사에서도 신용정보기관의 개인정보 악용 가능성을 제기하고 기관을 은행연합회 내부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7일 열리는 금융위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갈등이 격화되면서 신용정보기관이 예정대로 내년 1월에 출범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약 115명으로 구성되는 신용정보기관을 설립하려면 은행연합회 직원 80여명이 이직해야 하는데, 이들은 이직을 거부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위 국감에서 은행연합회 직원들의 이직 동의서를 받아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