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우리의 말과 글을 찾아서…가볼 만한 '한글' 공간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한글이 지나온 역사를 유물과 실물 자료, 영상, 디오라마, 디지털 장비를 통해 보고 듣고 배우고 체험할 수 있다.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창제 당시 한글의 이름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의 ‘훈민정음’(訓民正音)이었다. 한글은 백성을 딱하게 여겨 만든 애민 정신의 산물이다. 한글날을 맞아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글의 역사와 의미를 담고 있는 공간을 찾아가 본다.

◇ 국립한글박물관, 신기하고 흥미로운 한글 세상

“현존하는 문자 가운데 가장 완전한 글자”(존 로스 목사)

“세종의 한글 창제는 인류사의 빛나는 업적”(호머 헐버트 박사)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문자를 발명하였다.”(프라이트 포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교수)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옆 한글박물관에는 한글에 쏟아진 세계인의 찬사가 한가득 적혀 있다. 숨 쉬는 것만큼 익숙하지만 우리는 한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글박물관에 가면 탄생 과정과 역사, 원리, 가치 등 한글에 대한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국립한글박물관은 우선 비대칭의 기하학적인 외관이 독특하다. 한글 모음 창제의 철학적 배경인 하늘, 땅, 사람을 형상화했고, 출입구는 한국 전통 건축물의 추녀를 재해석해 한글의 미래를 상징한다.

주 전시실은 2층 상설전시실이다. ‘한글이 걸어온 길’을 주제로 한글 창제 원리를 설명하고, 한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다양한 자료와 전시물을 통해 엿볼 수 있게 한 공간이다.

관람은 ‘계해년 겨울, 정음을 만드시니’란 제목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영상에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게 된 계기, 한글 창제에 대한 신하들의 반대, 한글 창제 과정과 ‘훈민정음’ 반포, 이후의 변화 등이 담겨 한글 관련 역사를 짧은 시간에 알 수 있다.

상설전시실 첫 번째 장의 주제는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세종이 한글을 만든 이유를 밝힌 훈민정음의 문구가 방문객을 맞는다. 한글이 없던 시대에 사용하던 이두, 향찰, 구결 등에 대한 설명, 한글의 창제 과정과 원리를 담은 전시물도 볼 수 있다. 전시실 중앙에는 훈민정음 해례본 사본이 전시돼 있고, 바로 옆 조그만 영상에는 해례본을 찾아 지킨 간송 전형필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간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때부터 일제강점기까지 한글의 역사를 표현한 디오라마도 있다.

두 번째 장의 주제는 ‘쉽게 익혀서 편히 쓰니’다. 이곳에서는 한글 창제 이후 불교와 유교 경전을 한글로 쓴 언해를 비롯해 사회, 교육, 문화,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한글이 퍼져 삶 속에 자리 잡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용비어천가와 월인석보, 정조가 직접 쓴 한글 편지첩, 금속제 한글 활자, 공병우 초기 타자기 등 진귀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세 번째 장의 주제는 ‘세상에 널리 퍼져 나아가니’로 1894년 한글이 조선의 공식 문자로 선언된 이후 일제강점기에 우리말과 한글을 지키기 위한 선조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조선어학회에서 ‘조선말 큰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써놓은 원고와 1940년대 한글 보급을 위한 포스터, 1927년 조선어연구회에서 펴낸 한글 연구지도 볼 수 있다.

3층에는 한글놀이터, 한글배움터, 특별전시실이 있다. 한글놀이터는 어린이들이 한글의 원리와 체계를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쉬운 한글’, ‘예쁜 한글’, ‘한글문예동산’, ‘고마운 한글’ 등으로 나뉜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은 흥미로운 체험 기구를 통해 한글의 원리를 체험하고 다양한 글자를 만들어볼 수 있다. 또 화면에 마음속 생각을 적어 전자우편으로 보내고, 세상의 소리를 한글로 표현할 수 있다. ‘한글문예동산’에서는 허균이 지은 한글 소설 ‘홍길동전’을 내용으로 커다란 동화 속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

한글배움터는 외국인이나 다문화 주민, 어린이가 다양한 디지털 장비를 이용해 한글을 흥미롭게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화면에 나타나는 모음과 자음을 옮겨 제시된 글자를 만들고, 우리나라의 문화를 한글로 적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전문 해설사가 동행해 한글의 역사와 전시 유물, 자료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해설 프로그램도 있다. 매시간 정각에 2층 안내 데스크 앞에서 출발한다. 또 국립한글박물관후원회는 한글 서예와 좋은 손 글씨의 출발이 되는 판본체와 궁서체 기초를 가르치는 ‘아름다운 한글 손멋글씨’ 강좌를 올해 12월 2일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에 진행한다.

▲ 관람 시간 = 화·목·금요일 09:00~18:00, 일요일·공휴일 09:00~19:00, 수·토요일 09:00~21:00(매주 월요일, 1월 1일 휴관) ▲ 관람료 = 무료 ▲ 찾아가는 길 = 서울지하철 4호선/중앙선 이촌역 2번 출구에서 400m, 시내버스 400번, 502번 국립중앙박물관·용산가족공원 정류소 하차 ▲ 문의 = www.hanguel.go.kr, 02-2124-6200

◇ 세종이야기, 한글을 창제한 위대한 성군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자애로운 표정의 세종대왕이 의자에 앉아 있는 황금빛 동상이 있다. 세종대왕상이 수도 서울의 중심에 있는 데에는 한글 창제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고 현대의 지도자들도 그처럼 애민정신으로 선정을 베풀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을 것 같다. 동상 바로 아래에는 한글 창제와 인간 세종을 담은 ‘세종이야기’ 전시관이 들어서 있다.

세종이야기 전시관은 ‘인간세종’, ‘민본사상’, ‘한글창제’, ‘과학과 예술’, ‘군사정책’, ‘한글갤러리’, ‘한글도서관’ 등을 주제로 하는 7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인간 세종’에서는 연대기를 통해 세종의 인간적인 모습이 그려진다. 세종은 한양 준수방(경복궁 영추문 근처)에서 태어나 공부와 독서를 취미로 삼았고 무예 습득과 격구, 강무를 좋아했으며, 편경 소리를 듣고 음이 틀린 것을 한 번에 알아맞힐 정도의 절대 음감을 가졌던 것으로 소개돼 있다. 또 음식으로는 고기와 앵두를 좋아했다고 한다.

‘민본사상’에서는 세종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애니메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세종은 여성 노비의 출산휴가를 100일로 늘리고 노비의 남편에게도 한 달의 휴가를 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전세(田稅)제도 여론조사를 실시해 백성의 어려운 생활을 파악했으며, 가난 때문에 혼기를 놓친 이들에게는 결혼 지원까지 했다고 한다.

‘한글창제’에서는 훈민정음의 창제 과정과 원리를 첨단 디지털 장비로 소개하고,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등 옛 한글 문헌을 살펴볼 수 있다.

세종은 과학과 예술의 발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과학과 예술’에서는 해시계인 ‘앙부일구’와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복제물을 통해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고, 편종, 편경 등 다양한 국악기도 감상할 수 있다. 또 ‘군사정책’에서는 대마도 정벌과 여진족 추장 이만주 토벌, 4군 6진 개척 등을 소개하고 당시 첨단 무기인 신기전의 발사 장면을 엿볼 수 있다.

‘한글갤러리’에는 한글을 소재로 한 다양한 미술작품이 전시돼 감상할 수 있으며, 한글도서관에는 세종대왕과 충무공 이순신을 비롯한 다양한 도서가 비치돼 있다. 세종이야기 전시관 옆에는 충무공이야기 전시관도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 관람 시간 = 10:00~21:00(11~2월 오후 8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료 = 무료 ▲ 찾아가는 길 =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에서 30m ▲ 문의 = www.sejongstory.or.kr, 02-399-1114~6

◇ 한글가온길, 우리말과 글을 찾아가는 도보 여행

‘가온’은 ‘가운데’, ‘중심’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한글가온길’은 ‘한글중심길’이란 말이다. 세종대왕상이 있는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경복궁, 세종로공원, 세종예술의 정원, 한글10마당(구세군회관), 한글학회, 도렴녹지공원, 주시경 집터까지 총길이 2.5㎞를 거닐면서 한글과 마주할 수 있는 길이다.

세종대왕상과 세종이야기 전시관, 한글이 태어난 경복궁을 돌아본 후 세종문화회관 옆 세종로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한글 관련 조형물이 나타난다. 이곳에는 ‘조선어학회한말글수호기념탑’과 주요한의 ‘빗소리’ 시비가 있고, 사각형 돌과 바닥에 한글이 새겨진 ‘한글글자마당’이 조성돼 있다. 돌에 새겨진 한글은 재외동포를 포함한 국민 1만1천172명이 직접 쓴 것들이다.

세종문화회관 뒤편 세종예술의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여러 개의 ‘ㅎ’을 미소 띤 입 모양으로 붙여 웃음을 형상화한 한글 조형물을 볼 수 있다. 공원은 조선시대 노비 문서를 관리하고 노비 소송을 관리하던 관청인 장예원(掌隷院)이 있던 곳으로 노비와 양반이 편지로 소통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1번과 8번 출구 사이 엘리베이터 건물 위에서는 한글로 꽃을 형상화한 ‘글꽃이 피었습니다’란 조형물도 볼 수 있다.

새문안로 방향으로 이동해 구세군회관에 닿으면 타일 10장에 훈민정음 반포 반대, 익명의 한글 벽서사건, 독립신문 창간 등 한글 관련 역사 10장면이 담겨 있고, 새문안로3길 방향으로 들어서면 한글학회가 모습을 드러낸다. 맞은편에서는 타일 10장에 담은 사건을 글과 그림으로 자세하게 설명하는 전시물이 서 있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면 도렴녹지공원이다. ‘주시경 마당’이란 표석이 있는 도심 속 작은 공원에는 주시경 선생과 호머 헐버트 박사의 동상과 한글 조형물이 서 있다. 한글 표준화와 보급 운동에 헌신한 주시경 선생과 헐버트 박사의 업적을 안내판을 통해 살펴보며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시간을 보내기 좋다. 헐버트 박사는 최초의 순 한글 교과서를 만들고 독립신문을 창간했으며 ‘아리랑’ 악보를 만들어 보급한 인물이다.

도렴녹지공원 인근 주시경 집터에는 현재 주상복합건물인 ‘용비어천가’가 들어서 있어 건물 안쪽에 ‘한흰샘-마르지 않는 샘’이란 조형물이 집터를 대신하고 있다. ‘한흰샘’은 주시경 선생의 아호로 ‘크고 하얀 샘’이란 뜻이다.

한글가온길에는‘글꽃이 피었습니다’처럼 한글 조형물 18개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도보 여행길에 숨겨진 한글 조형물을 찾으며 걸으면 더욱 알찬 일정이 될 듯하다. 한글가온길 도보 여행은 40분~1시간 정도가 걸린다. ▲ 문의 = www.visitseoul.net

dklim@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세종이야기 전시관에 있는 '앙부일구' 복제물. kjhpress@yna.co.kr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한글 관련 역사 10장면을 담은 전시물이 길가에 설치돼 있다. kjhpress@yna.co.kr



연합뉴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