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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입대고시, 입대 사교육까지…‘하늘의 별따기’된 軍 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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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ㆍ배두헌 기자]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군대란 고통과 기피의 시간으로 인식돼 왔다.

군대 영장을 마치 사형 선고서처럼 받아들이기도 했고, 예비역들은 자신이 복무한 부대를 향해선 소변도 보지 않는다고 하는가 하면, 다시 군에 입대하는 꿈을 최고의 악몽으로 꼽아왔다.

하지만 최근 불경기와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군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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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먹고살 걱정하기 싫다거나, 복학ㆍ취업에 유리한 시기를 점하려는 청춘들을 중심으로 입대 신청이 쇄도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의 군따기’, ‘입대고시’ =군대가 취업대란의 도피처로 인식되면서 수용 인원에 비해 지원자 수가 현저히 초과돼 ‘하늘의 군(軍)따기’, ‘입대 고시(高試)’란 말까지 등장했다. 억지로 끌려가던 군대는 이젠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 된 것이다.

이같은 입대 러시에 대해 한국 젊음이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버거우면 군대로 몰리겠느냐는 한탄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군 생활이 과거보다 비교적 편해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이 취업이 너무 힘드니까 일종의 공무원인 군인이 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동시에 군 문화가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쟁률 ‘300대 1’ 넘는 곳도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 1~7월 육ㆍ해ㆍ공군, 해병대 입대 지원자는 63만427명으로 이 중 입대에 성공한 인원은 8만4224명밖에 되지 않았다. 9명 중 1명만 붙고 8명 정도가 떨어진 셈이다.

특기병의 경우 훨씬 경쟁률이 높다. 음향장비 운용ㆍ정비 특기는 6명 모집에 288명이 몰려 4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사진운용ㆍ정보(41대 1), 포병탐지레이더(36대 1), 야전공병(34대 1), 전자전장비 정비(31대 1) 특기도 고공행진이다.

입대경쟁률이 무려 200대 1, 300대 1이 넘는 곳도 있다.

지난 1월 입대한 육군 기술ㆍ행정병 모집에선 4명을 뽑는 50사단 야전공병에 755명이 몰려 188.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32사단 야전공병의 경우 3월 입대자 경쟁률이 무려 334대 1을 기록했다. 이달에 뽑은 39사단 야전공병에도 4명을 뽑는데 377명이 몰렸다.

입영적체 5만명 넘어 =군 경쟁률이 치열해진 또 다른 이유는 입대연령대인 1991~1995년생 남성이 다른 해 출생자보다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입대 인원은 27만4292명이었던 것에 비해 만19세가 된 1995년생 남성은 37만6000여명이었다.

병무청에 따르면 올 현재 입영적체 인원은 5만2000명이고, 2022년까지도 잉여 인력이 1만~3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같은 적체로 병무민원상담소에 ‘군대 좀 보내달라’는 민원 전화가 하루 200~300통에 달하고 있다.

정부의 민원 인터넷인 ‘국민신문고’에도 관련 민원이 지난해 3550건에서 지난 5월 현재 2000여건에 이른다.

장교직 희망자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학군장교(ROTC) 경쟁률은 6.1대 1로, 지난 2012년 3.22대 1, 2013년 3.57대 1보다 크게 높아졌다.

사회 복귀 엄두가 안나 이른바 ‘말뚝 박는’ 군인들도 늘고 있다. 육군 학사, ROTC 장교 가운데 사관학교 출신을 제외한 장기복무 희망자는 2012년 4578명에서 작년 5587명으로 1000명 이상 증가했다.

▶‘입대 사교육’까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른바 ‘입대 사교육’까지 등장했다. 서울 강남이나 노량진 학원가에선 장교·부사관 선발 시험 대비반 강좌가 여럿 개설돼 있다. 면접 요령을 강의하는 학원도 있다.

예비 사병들도 학원을 찾는다. 특히 통역병(어학 부문), 정보보호병(IT 부문) 등 인기 모집병의 경우 해당 준비반이 운영되고 있다.

군 수요가 급증하는 최근의 세태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를 보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 당시에도 불경기에 가정형편이 어려워 군대부터 다녀오자는 분위기가 확산된 바 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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