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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세살배기 꼬마 난민 죽음에 아랍권서도 자성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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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이슬람교도에게 부끄러운 일"…난민 논쟁도 촉발

연합뉴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세살배기 시리아 꼬마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을 둘러싸고 아랍권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동시에 시리아 난민 지원에 대한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랍계 혈통과 이슬람의 종교적 동질성에도 시리아 난민에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아랍권 언론들과 이슬람교도들이 쿠르디의 죽음을 계기로 난민들의 목숨 건 유럽행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아랍권 최대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4일(현지시간)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 판에 '가슴이 미어지는 아기의 주검 사진이 난민에 대한 끔찍함과 논쟁을 불러일으키다'란 제목의 내용을 주요 기사로 게재했다.

알자지라는 이번 기사에서 쿠르디 사건은 유럽에서 새 삶을 추구하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쓴 난민 수만명의 비극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알자지라는 또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 더다임스 등이 머리기사로 "파도에 실려온 시리아 꼬마의 사진이 난민에 대한 유럽의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대체 무엇이 바꿀 수 있겠는가"라는 내용의 보도를 비중 있게 소개했다.

이 기사에는 순식간에 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으며 아랍권의 자성을 촉구하는 네티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자미아'로 자기를 소개한 한 네티즌은 "이 문제는 우리 이슬람 국가들의 문제이고 이러한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 것도 우리들의 몫"이라며 "그 아기에게 평화와 자비가 깃들기를…."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가 이 아기에게 등을 돌리지 않았다면 이 아기는 그 보트를 타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이들 국가가 이 아기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했다. 또 다른 한 네티즌은 "왜 무슬림 국가들은 이러한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아랍권 위성매체 알아라비야도 '익사한 시리아 아기의 충격적인 사진이 분노를 촉발하다'란 제목의 방송을 내보냈다. 이 매체의 해당 보도는 홈페이지에서 순식간에 1천건이 넘는 페이지뷰를 기록했다.

중동 현지 유력 일간 걸프타임스도 호주 총리의 말을 인용해 '익사한 시리아 아기 사진은 보트를 이용한 유럽행을 막아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집트 최대 일간 알아흐람 역시 외신을 인용해 '이 아기 아버지의 인터뷰'를 통해 쿠르디 사건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이 기사의 댓글에는 "이 아기의 죽음은 아랍과 이슬람교도들에게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집트도 이 사건을 계기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쿠르디는 지난 2일 새벽 6시 터키 휴양지 보드럼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위협을 피해 가족들과 함께 시리아 북부에서 터키로 탈출해 소형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로 가려 했지만, 배가 전복돼 엄마, 형 갈립과 함께 숨졌다.

터키 도안통신이 해변으로 떠밀려온 쿠르디의 시신을 담은 사진을 보도하면서, 그는 시리아 난민이 처한 역경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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