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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임대주택 관리업무 민영화, 앞에선 '백지화' 뒤에선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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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LH, 주택관리공단에 25만가구 계약 해지 예고 통지]

머니투데이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민주거복지특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5.9.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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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민임대 운영·관리를 책임지는 주택관리공단에 예년 대비 20%의 비용삭감을 골자로 한 위수탁약정을 요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는 공단에 계약해지를 예고하는 통지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과 보름전 당정이 공단의 업무를 인정해 기존의 '민영화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용역결과 및 주민의견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기조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관심이 모아진다.

이재영 LH 사장은 지난 1일 안옥희 주택관리공단 사장에게 국민임대주택 임대운영 위탁업무 회수 예고 통지문을 발송했다. 공문에 따르면 LH는 올해 임대운영 및 주택관리업무 위수탁약정을 지난달 31일까지 체결해 줄 것을 촉구했으나 약정체결이 이뤄지지 않아 관련 업무를 회수하고 공사가 직접 운영하고자 한다고 입장을 전달했다.

LH는 "약정이 만료된 시점에서 임대료 조정·고지·수납, 임대차 계약·해약, 입주민 개인정보 취급 등의 업무를 계속수행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매우 크다"며 "조속한 시일내 임대주택통합관리시스템 접근을 차단하고 부금 수납계좌 변경 등 업무 회수를 위한 사전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인수인계를 위해 각 관리소는 관련 자료 등을 파악해 LH 직원이 단지를 방문할 때 적극 협조하라"고 지시했다.

LH는 이와 관련해 이미 공사 내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인수단지의 현안과 업무진행상황을 파악해 15일까지 완료할 것을 주문한 상태다. 아울러 공단이 수행한 업무를 공사가 수행하기 위해 신규인력 충원자료를 8일까지 보고하라고 각 지역본부장에게 지시했다.

앞서 LH는 공단에 위탁수수료 20%를 삭감하는 내용의 위수탁약정 체결을 고지했다. 공단은 이를 수용할 경우 4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해야 하는 처지여서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왔다. 공단 측은 LH가 민영화를 빌미로 공단에 이관한 임대주택의 운영·관리업무를 회수해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정상화의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자회사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국토부와 새누리당이 최근 공단의 업무 특성을 고려해 해당업무의 민영화를 강제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18일 당정은 국회에서 임대주택 외부위탁 추진계획 등에 관한 당정협의를 갖고 공단이 수탁해 운영관리하는 국민임대 25만7000가구에 대해 '민간개방 연구용역'과 '주민동의'를 거치지 않고는 민간에 개방하지 않겠다고 결론내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당 내에서도 거센 질타가 이어졌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3일 국회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에 김경환 국토부 1차관을 향해 LH가 자회사인 공단을 상대로 한 '갑질행위'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김 의원은 "LH에서 주택관리공단에 보낸 문서를 보니까 가관이더라. 조속한 시일내에 업무회수를 위한 사전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니까 너희들은 준비해라, 이런 얘기더라"며 "대기업도 협력하청회사와의 계약관계에서 이런 내용은 안보낸다"고 질타했다.

특히 LH가 20% 수수료 삭감의 근거가 되는 비용산출 등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김 의원은 "LH가 수수료 개선용역에 근거해 30억원 삭감을 요구를 했을텐데 왜 책정기준이 되는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느냐"며 "LH와 공단의 갈등으로 MB정부와 박근혜정부가 6600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영구임대아파트 시설개선이 정책적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다그쳤다.

현재 LH는 전국 25만가구 국민임대주택의 위탁수수료로 공단에 연 321억원을 지급하고 있으나 올해는 30억원, 내년부터는 70억원을 삭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민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의 집에 가보면 동물원 냄새가 날 정도다. 누가 그 사람들을 이동시켜주나"고 따져물은 뒤 "주택관리공단 직원이 그걸 가서 도와준다. 그 분들이 복지사각지대 서비스를 공공기관 역할 다하고 있다. 민간아파트의 주택관리 업무와 비교하면 곤란하다"며 민영화 시도는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국토위 소속 신기남 의원은 4일 LH가 민영화 시행일을 디데이(D-Day)로 삼고 일자별 지침을 하달한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자료에는 △D-10 입주민 안내문 발송 및 충원인력 확정 △D-3 공단 시스템 접속 차단 △D-2 공단 월임대료 등 수납계좌 가압류 등 LH의 공단에 대한 향후 시나리오가 자세히 적시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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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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