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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숨진 꼬마 아빠와 고향으로…"마지막 희생자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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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거주 고모 "이렇게 죽어선 안됐다…전세계 원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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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연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의 아버지 압둘라 쿠르디가 3일(현지시간) 가족들의 시신을 입관한 후 오열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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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글라(터키) 로이터=뉴스1) 이준규 기자 = 터키 해안에서 익사한 채 발견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세 살배기 어린이의 아버지 압둘라 쿠르디가 가족의 시신들과 함께 고향인 시리아 코바니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압둘라는 함께 고무보트에 몸을 실었던 3살 막내 아일란외 5살 장남 갈립과 부인 레한(35) 등 일가족을 모두 잃었다.

압둘라는 3일(현지시간) 터키 보드룸 인근 무글라의 한 영안실에서 씻겨진 채 관 속에 들어간 아들 아일란의 시신을 본 후 오열했다.

아일란의 관은 형 갈립, 어머니 레한의 관과 함께 영구차에 실렸다.

압둘라는 가족들의 시신을 차에 싣고 난후 "그저 아이들과 아내의 무덤 곁에 앉아있고 싶을 뿐"이라며 고향인 시리아 북부의 코바니로 돌아갈 뜻을 밝혔고 4일 터키 국경을 넘어 코바니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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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란(왼쪽), 갈립(오른쪽) 두 아들이 살아있던 시절 아버지 압둘라와 함께 찍은 사진. 아이들의 미소가 해맑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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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니는 지난해 이라크와 시리아를 침공한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시리아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가 무력 갈등을 빚고 있는 지역이다.

압둘라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고향을 떠나온 우리에게 터키에서 일어난 일들을 전 세계가 봤으면 좋겠다"며 "모든 이들이 이 사건에 집중함으로써 우리 가족이 겪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터키 일간 후리예트에 따르면 압둘라의 가족은 코바니를 떠나 터키에 머물면서 최종적으로는 압둘라 누나인 티마 쿠르디가 거주하고 있는 캐나다로 향하기 위해 그리스 밀입국을 시도했다.

압둘라는 앞서 2차례에 걸쳐 밀입국 조직원들에게 돈을 건넸지만 에게해를 건너는 데 실패한 후 지난 1일 세 번째로 그리스 코스를 향해 항해를 시도했다.

이들의 밀입국을 책임진 브로커는 높은 파도에도 불구하고 괜찮다며 고무보트 안에 난민들을 밀어 넣었다. 그러나 보트는 출발 직후부터 심하게 흔들렸고 위험을 느낀 브로커는 배를 버리고 해안으로 헤엄쳐 갔다. 결국 보트는 전복됐다.

압둘라는 "아내의 손은 잡고 있었지만 아이들의 손은 어느 새인가 빠져나갔다"며 "우리는 보트를 붙잡고 있으려 했지만 실패했고 어둠 속에서 내 목소리를 가족들에게 전할 수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압둘라는 해안에 도달한 후 가족들을 기다렸지만 다음날 발견 된 것은 이들의 싸늘한 주검 뿐이었다.

특히 보드룸 해안의 모래사장에서 엎드린 채 발견된 막내아들 아일란의 모습은 전 세계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같은 시각 함께 떠난 보트도 전복되면서 9세와 11세 어린이도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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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들 사진 앞에서 오열하는 고모 티마 쿠르디.©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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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고 있는 아일란의 고모 티마도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티마는 아일란 가족의 이주를 도왔다는 당초 보도와 달리 이들을 위해 자금을 모으기는 했지만 올해 초 캐나다로 망명하도록 도운 것은 압둘라가 아닌 또 다른 남동생이었다고 밝혔다. 티마의 남동생은 올해 초 캐나다 입국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허가를 받지 못했다.

티마는 조카들의 사진을 가리키며 "아일란과 가족들은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됐다. 그들은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었다"고 흐느꼈다. 이어 "솔직히 말하자면 캐나다 정부 뿐 아니라 전 세계를 원망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압둘라는 이번 사건 후 캐나다 정부 관료들이 시민권을 발급해 줄 뜻을 밝혔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은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아일란의 죽음으로 인해 그간 난민 수용에 소극적이던 영국이 태도를 바꾸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지중해에서는 이 시간에도 목숨을 건 난민들의 항해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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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디 가족이 공개한 아일란과 갈립의 모습.©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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