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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남산에서 만나는 '힐링쿨링'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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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와 녹음을 벗 삼아 걷는 자연휴식처

남산에서 만나는 힐링 산책로(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짙은 녹음과 맑은 공기, 서울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남산만한 휴식처는 없다. 2015.9.4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케이블카를 타고 N서울타워에 갔다가 유명하다는 왕돈가스를 먹고 한옥마을을 둘러보는 남산 기행은 이미 많이 알려진 코스다.

남산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좋은 산책길이 많다. 

시원한 그늘과 맑은 공기, 꽃과 숲이 어우러진 남산길은 힐링(Healing)과 쿨링(Cooling)을 선사하는 좋은 선물이다. 

서울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남산만한 휴식처는 없다. 짙은 녹음과 맑은 공기를 벗 삼아 1∼2시간 산책할 수 있는 코스를 찾아본다. 

남산에서 만나는 힐링 산책로(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남산 야외 식물원에서는 국내에서 자생하는 나무와 야생화 300여종을 볼 수 있다. 2015.9.4 kjhpress@yna.co.kr



◇ 꽃길

꽃과 나무를 구경하며 쉬엄쉬엄 산책하기에는 남산 야외식물원이 좋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옆에는 야외식물원으로 연결되는 긴 나무다리가 있다. 널따란 산책로 양편으로 갖가지 모양의 나무와 식물이 자라고 있는데 길 중간에는 연못과 나무 그늘, 벤치가 있어 산책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소다.

평일 낮 시간, 몇몇 나들이객은 벤치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청년들은 통나무 테이블에 걸터앉아 노트북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식물원을 부지런히 걷는 아주머니 대부분은 이태원동과 한남동 주민이다. 오전에는 식물원이 피톤치드로 가득 차니 이 시간대에 자주 찾아오라고 귀띔한다. 

식물원에는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나는 나무와 야생화 300여 종이 자라고 있다. 도시인이 이름만 알고 있던 산부추, 둥굴레, 수크령, 일월비비추, 생강나무의 실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식물을 설명해주는 푯말도 많아 생태학습에도 도움이 된다. 

남산에서 만나는 힐링 산책로(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남산 야외 식물원에서는 국내에서 자생하는 나무와 야생화 300여종을 볼 수 있다. 2015.9.4 kjhpress@yna.co.kr


맨발로 자갈길을 걷고 전국 시도에서 보낸 소나무가 모인 팔도소나무 숲을 지나 연꽃이 핀 연못까지 둘러보는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서둘러 걷기만 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유유자적하는 여유를 부려야 한다.

◇ 소나무길 

야외식물원 실개천을 따라 연못에 도착하면 '수복천 약수터'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눈에 띈다. 

약수터에 도착하면 소나무 숲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작은 샛길이 나온다. 입구에는 "북악산이 서울의 아버지 산이라면 남산은 서울의 어머니 산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안내문이 있다. 

"한결같은 어머니 사랑처럼 사시사철 변하지 않는 소나무 숲에서 한숨 돌리고 가세요. 선베드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면 어머니의 젖을 먹은 아이처럼 새로운 힘이 솟아납니다"라고 조언한다. 

남산의 남쪽 소나무 숲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이 산책로에는 신체의 굴곡을 고려해 만든 S자형의 나무 선베드가 있다. 편안한 자세로 누워 낮잠이나 사색을 즐기기에 딱 맞다. 선베드 삼림욕의 효험이 꽤 알려진 모양인지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남산에서 만나는 힐링 산책로(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남산 남쪽에 위치한 소나무 숲은 삼림욕을 즐기려는 등산객으로 붐빈다. 2015.9.4 kjhpress@yna.co.kr


이 산책로는 인공적으로 길을 닦아 만든 길이 아니라 산길이다. 남산에는 소나무와 신갈나무, 참싸리, 남산제비꽃 등 자생종 108종 등 총 138종의 식물이 있다. 

몸통이 이 방향 저 방향으로 제멋대로 자란 소나무 사이로 폭이 1.5m가량 되는 편편한 산길이 이어진다. 

왼쪽으로는 용산 시내 전경이 펼쳐져 산책이 지루하지 않다. 소나무길은 서쪽에서 남측순환로와 만나면 끝나는데 총 길이는 1㎞ 정도다. 걷다 지치면 남쪽으로 향하는 길로 접어들어 소월로로 빠지면 된다. 

◇ 실개천길

남산에는 N서울타워 북쪽과 남쪽에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된 산책로 두 개가 있다. 북측순환로와 남측순환로라고 불린다. 

남산케이블카 뒤편에서부터 국립극장 갈림길까지 이어지는 북측순환로는 남산의 허리를 감싸고 돌아가는데 실개천이 흐르는 구간이 많다. 시원한 물에 손발을 담가 열을 식힐 수 있는 곳이다. 

남산에서 만나는 힐링 산책로(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남산공원 회현자락에서 복원된 남산 성곽. 서울시는 한양도성 성곽을 복원하면서 그동안 땅에 묻혀있던 130m 구간을 복원해 산책로를 만들었다. 2015.9.4 kjhpress@yna.co.kr


북측순환로 입구인 목멱산방에 도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명동역에서 내려 남산 케이블카 승강장을 통과하거나 드라마 마지막 장면이 촬영돼 유명해진 '삼순이 계단'을 거쳐 진입하면 된다. 밀레니엄 서울힐튼 맞은편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올라와 백범광장을 통과해도 된다. 

총 길이 3.5㎞의 북측순환로는 아스팔트에 쿠션감이 있는 우레탄을 깔아놔 걷기 편하다. 나무 그늘이 많아 여름에도 지지치 않고 산책을 할 수 있다.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라 자연의 소리에 흠뻑 취할 수도 있다.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 오르막인데도 발걸음은 가벼워진다. 

북측산책로를 걷다 보면 제갈공명을 모시는 사당 와룡묘와 조지훈 시비, 국궁장인 석호정도 볼 수 있다. 

이 길은 여름에는 짙은 녹음으로 물들고, 봄에는 개나리로 노랗게, 가을에는 단풍으로 붉게, 겨울에는 눈으로 하얗게 변신한다. 남산의 사계절을 경험하기에 좋은 산책로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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