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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숫자에 목숨 거는 중국인들, "시 주석 차량 번호판 왜 없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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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중국 국장을 단 시진핑의 열병식 사열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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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이 3일 열병식 사열에서 탑승했던 중국판 롤스로이스 ‘홍치’ L9의 번호판을 놓고 중국인들이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인들은 숫자에 목숨을 건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을 정도로 중국인의 번호판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오죽했으면 재물을 상징하는 숫자인 8로만 구성된 8888 번호판이 1억4000만원에 낙찰됐을까. 중국 고급 식당에 가면 888위안의 최고급 코스요리를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날 시 주석이 탑승한 차량은 번호판 대신 국장을 달았다. 중국의 국장은 다섯 개의 별과 텐안먼으로 도안했다. 지금까지 국가 차원의 열병식에서 주석이 탑승한 사열 차량에 번호판을 달지 않은 적은 없었다.

사실 주석 탑승 차량의 번호판을 해석하는 것은 중국인들에게 열병식을 보는 또 다른 재미였다. 특히 차량 번호판을 어떻게 짓느냐는 열병식의 가장 중요한 디테일로 꼽힌다. 지난 2009년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탔던 사열 차량의 번호판 ‘京02009’와 ‘京01949’가 그랬다. 당시 베이징 군구 사령관은 후진타오에게 직접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기념해인 1949와 건국 60주년을 뜻하는 2009를 함께 번호판으로 사용하겠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사열 시 차량 운행도 2009 차량을 선두에 가게 하고, 1949 차량을 뒤 따르게 할 정도로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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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전 주석의 2009 번호판을 단 차량.


장쩌민 전 주석이 1999년 열병식에서 탑승한 차량 번호판 甲A02156도 중국인의 못 말리는 번호판에 대한 관심을 잘 보여준다. 당시 이 번호판을 놓고 중국인 사이에서는 해석이 분분했다. 앞의 21은 중국 공산당 건립연도가 1921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없었는데 뒤의 56은 의견이 분분했다. 중국 56개 민족을 상징한다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모택동이 1949년 건국 과업 달성 시 나이가 56세여서 56을 썼다는 해석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이 번호판은 그냥 원래부터 차량에 달려 있던 것이라고 알려지며 중국인들이 많이 아쉬워했다고 한다.

덩샤오핑 전 주석이 1959년 열병식에서 탔던 차량 번호판은 3430이었는데 중국인들은 이를 덩의 '삼기삼락(三起三落, 세번 올라가고 세번 떨어짐)'을 의미한다고 봤다. 덩은 3번이나 권력에서 밀려나고도 다시 복직돼 오뚜기라는 별명을 가졌는데 차 번호판도 삼기삼락과 비슷한 3430으로 지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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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의 삼기삼락을 상징하는 번호판 3430.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go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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