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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현장클릭]'뫼비우스의 띠' 檢 vs 포스코 회장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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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회장 이후 정권·검찰과 악연 되풀이…황경로 정명식 유상부 이구택 전 회장 전철 밟아]

머니투데이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3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역대 포스코 회장들과 검찰의 악연이 또 다시 재연되는 불명예스런 기록을 남기게 됐다.

검찰은 정 전 회장에게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고가 매입과 그 배경에 관한 의혹에서부터 동양종건 특혜성 공사 발주와 관련한 배임 혐의를 두고 있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베트남에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잡고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비자금 용처를 캐다보면 정 전 회장 등 수뇌부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번이나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은 크게 약화됐다. 비자금이 정준양 전 회장을 거쳐 옛 정권으로 흘러갔을 것으로 본 검찰 수사는 구심점을 잃고 유야무야되는 듯 했다.

좌절을 모르는 검찰은 동양종건 배성로 전 회장으로 향했지만 그 역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반년에 걸쳐 소득 없는 수사를 벌여온 검찰이지만 정준양 전 회장 소환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재계는 당초 포스코건설에서 시작한 수사가 정 전 회장 주변을 훑는 식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검찰이 '타겟'을 정하고 수사를 진행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 회장 출신은'검찰을 거쳐야 진짜 회장직 퇴임'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고 박태준 창업자가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시작된 '포스코 회장 잔혹사'를 돌이켜보면 정 전 회장의 수모는 전혀 새로울 게 없다. YS와 정치적 다툼을 벌인 박 전 회장은 1992년 회사기밀비 7300만원을 횡령하고 계열사 및 협력사로부터 39억73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박 전 회장의 핵심 참모였던 2대 황경로 회장은 YS가 대통령에 취임한 1993년 3월 임기 6개월 만에 쫓겨나다시피 물러났다. 이때도 검찰이 나섰다. 검찰은 황 전 회장이 조선내화 등 거래업체들로부터 92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적용했다.

3대 정명식 회장도 YS 정권의 눈 밖에 나 자리를 1년밖에 지키지 못했다. 포스코 역사상 첫 외부인사였던 재무부 장관 출신 김만제 회장은 YS정권 내내 자리를 지켰지만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과 동시에 사임했다. 그 역시 재임시절 4억여원을 유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후임 유상부 전 회장은 DJ 3남 홍걸씨 요청으로 타이거풀스 주식을 고가에 매입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했다. 바통을 물려받은 이구택 전 회장은 검찰이 이명박 정부 출범 초인 2008년 정기세무조사 무마 청탁설 조사에 나서자 자진 사퇴했다.

5년 넘게 회장직을 수행한 정준양 회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퇴진했다.

'독이 든 성배'로 표현되는 포스코 회장 자리지만 회장 후보들은 정권과 결탁, 치열한 정치적 대결을 피하지 않았다. 포스코가 정권 전리품이라는 오명을 받게 된 배경이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은 포스코 회장이 전 정권 실세들에 거액의 사례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의심을 품는다. 재계가 이번 검찰 수사가 본질적으로 MB정권을 향하고 있다고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재계 인사는 포스코 회장과 정권, 검찰의 물고 물리는 관계를 '뫼비우스의 띠'로 묘사했다. 엄연히 양면으로 분리됐지만 사실은 모두 연결됐다는 비유다. 정치권도 인식을 바꿔야 하지만 그 전에 포스코부터 쇄신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은 틀린 말이 아니다.

김지산 기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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