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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경제 활성화냐 부실기업 정리냐…금융당국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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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제 불안·美 금리 인상 등 대외 악재 땐 경제 전반 악영향…부실기업 방치한채 회복 어려워…돈줄 죌땐 기업 투자의욕 꺾여

부채 관리 묘안찾기 쉽지 않아

금융사 과태료·과징금 대폭 상향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말라’와 ‘좀비기업을 정리해야 한다’는 두 원칙이 충돌돼 혼란스러울 수 있다.”(임종룡 금융위원장)

기업부채가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당장 중국의 경기 부진과 미국 금리 인상 임박 등 대외적인 충격으로 기업부채가 급속히 부실해지면 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이 가늠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부실기업을 방치해서는 견실한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로선 기업들의 투자 의욕과 경기회복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부실 기업을 솎아낼 묘안 찾기가 쉽지 않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금리인상, 중국경제의 불안 등을 고려해 기업부채를 주목해서 보고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기업부채 상황이 어떤지 점검하고 리스크화되지 않도록 사전에 금융권의 부채 선별능력을 키우도록 정책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임 위원장은 지난달 17개 국내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기업부채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아직 기업부채 문제가 불거질 상황은 아니지만 부진한 경기회복세가 이어질 경우 부실 업종을 중심으로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경기 상황이 이어지면 조선 등 경기 민감 업종은 1∼2년 내 부실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도 기업부채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현재 우리 경제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해나가는 한편 그 과정에서 기업부실이 금융시장의 경색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신중히 대비해야 하는 이중의 어려움에 봉착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실제 기업 대출과 연체율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7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179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000억원, 중소기업 대출은 558조7000억원으로 5조1000억원 증가했다. 연체율 역시 대기업은 0.84%, 중소기업은 0.9%로 전월 대비 각각 0.16%포인트, 0.12%포인트 높아졌다. 전체 기업의 연체율은 7월 말 기준 0.88%로 가계대출 연체율 0.44%의 두 배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 등이 인상될 경우 기업들의 부실문제가 전면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당장 돈줄을 죌 경우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임 위원장은 “건전한 기업과 좀비 기업을 구분하는 게 금융권의 여신심사능력”이라며 “비 올 때 우산 뺏지 않으면서 기업을 시장에서 정리하는 기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솜방망이 논란이 제기됐던 금융사 대상 과태료·과징금 한도를 대폭 상향 조정키로 했다. 현재 500만∼5000만원에 불과한 금융사 과태료 상한액을 지주·은행·증권·보험의 경우 기관은 1억원, 개인은 5000만원까지 올리기로 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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