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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강남역 사고현장 인증샷’에 분노한 누리꾼…경찰 수사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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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지난 달 29일 강남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직원이 작업도중 전동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이 카메라로 이를 찍어 SNS에 공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질타를 받고 있다.

특히 일부 시민들은 “원치 않는데도 SNS를 하다가 잔혹한 사고 현장을 보게 된다”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경찰은 사고 사진을 공유한 게시글을 찾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일 강남경찰서는 “인터넷에서 사고 사진이 돌아다닌다는 말을 듣고 SNS, 포털검색 등을 통해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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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관련자료를 확보한 후 수위에 따라 조사에 들어간 후 처벌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들어 스마트폰으로 이같은 사건ㆍ사고 현장 사진 뿐 아니라 일반인의 사적인 사진이나 동영상 등이 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사생활 침해와 ’인터넷 공유 윤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한 대학 캠퍼스 옥상에서 남녀 대학생이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SNS에 공유된 바 있다.

또 술에 취한 여성이나 공공장소에서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의 행동이 ‘○○녀ㆍ△△남’ 등의 이름으로 동영상이나 사진과 함께 SNS에 공유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특히 이번 사고 영상처럼 피해자의 처참한 모습이 그대로 담긴 사진을 SNS를 통해 다수의 상대방에게 공개할 경우, 현장을 보고싶지 않은 SNS상의 친구가 억지로 이를 볼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누리꾼들은 “피해자를 애도하고 있는데, 이런 현장을 굳이 봐서 트라우마를 입고 싶지 않다”며 불만을 제기하거나, “피해자의 가족도 SNS나 인터넷을 통해서 이 사진을 보는 일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런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비윤리적인 행동”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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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현상을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방관자적 태도’라고 분석한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고 현장을 재미나 쾌락 목적으로 생각하고 이를 자랑하듯이 올리는 자기 과시적 행동”이라며 “그들이 찍은 사진은 사고 현장에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인증샷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한 “스스로가 현장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목격자라는 생각보다는 제3자나 방관자라고 여기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비난이 확산되자 일부 누리꾼은 자신의 SNS 상에 ‘강남역 사고사진 공유 금지’ 등의 문구를 내걸고 사고 사진의 확산을 막고 있다.

한 트위터이용자는 “지난 미국 생방송 중 앵커 피격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트위터, 페이스북을 열면 자동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게 싫어서 한동안 SNS를 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직접적으로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누군가의 죽음을 ‘구경거리’로 전락시키는 것도 너무하다”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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