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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정리뉴스]반려동물은 반려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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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4일 대전동부경찰서는 다친 강아지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ㄱ씨(39)를 동물보호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ㄱ씨는 같은달 20일 오후 4시50분쯤 대전 동구 한 도로변에 생후 5개월된 말티즈 수컷 강아지를 종량제쓰레기봉투에 담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강아지는 신음소리를 들은 행인의 신고로 구조돼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받고 있다고 뉴시스는 전했습니다.

#지난 7월6일 YTN은 블랙박스에 찍힌 강아지 유기현장을 보도했습니다. 방송된 블랙박스 화면에는 지방의 한 도로에 강아지를 버리고 가는 주인의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버림받은 강아지는 온힘을 다해 주인의 차를 따라가지만 얼마 못가 뒤쳐졌고 버려진 이틀 뒤 도로 주변에서 발견됐습니다. 발견 당시 강아지는 주인이 자신을 버리고 간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있었다고 YTN은 전했습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는 길고양이들이 잇따라 숨지면서 동물학대 의혹이 제기된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지난 7월18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서교동 주택가 골목에서 한 살 된 암컷 길고양이가 입 주위에 흰 거품을 물고 쓰러진채 발견됐고 이어 7월6일에도 비슷한 곳에서 길고양이가 숨을 쉬지 못한 채 발견됐다가 곧 숨을 거뒀습니다. 같은달 11일에는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새끼고양이가 발견돼 보살핌을 받았으나 죽었습니다. 연희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유명요리사 이연복씨는 지난 7월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군가 내가 보살펴 주는 길고양이를 때려죽여 우리 차 뒤에 버려놓았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길고양이의 잇따른 죽음이 ‘자연사가 아니라 사람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누군가가 음식에 독극물을 발라 살포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지금은 ‘천덕꾸러기’가 됐지만 대다수 길고양이의 조상은 집에서 인간과 함께 생활하던 ‘반려묘’였을 것입니다. 유기를 당한 뒤 길을 떠돌다, ‘도둑’이 됐고, 이제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신세까지 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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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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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伴侶)동물은 반려(返戾)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닌데···

언제부턴가 방송 등에서는 애완동물이라는 말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니 반려는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입니다. 애완은 ‘동물이나 물품 따위를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김’이라고 되어있네요.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이 됐다면 ‘신분상승’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요. 그만큼 동물들의 삶이 나아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경제적 이유, 변심 등으로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한 해 10만 마리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2013년 발생한 유기 동물은 9만7197마리였으며 지난해에도 8만1147마리나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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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서울대공원 내에 있는 서울시 반려동물입양센터에서 유기견들이 전문 훈련사들과 함께 놀이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도시라고 다를까요. 서울시 통계도 찾아봤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만 발생한 유기동물은 총 9551마리였습니다. 개가 6644마리로 가장 많았고, 고양이가 2616마리로 뒤를 이었습니다.

유기, 그러니까 ‘내다버리는 것’은 반려동물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에게 길들여진 반려동물들에게 유기는 곧 죽음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발생한 유기동물들은 어떻게 됐는지 살펴볼까요. 개 6644마리 중 2144마리는 주인을 찾아 돌아갔습니다. 또 1703마리는 새 주인에게 입양됐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2797마리가 남습니다. 이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보호 도중에 병으로 죽거나 안락사를 당했습니다.

그나마 개는 사정이 나은 편인지도 모릅니다. 유기와 동시에 ‘길고양이’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고양이는 2616마리 중 1730마리가 폐사하거나 안락사로 ‘정리’됐습니다. 정확하게 유기된 고양이 3마리 중 2마리가 비극적인 죽음으로 생을 마쳤습니다.

■버려진 동물은 있는데, 버린 사람은 없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반려동물들이 버려지는 것일까요. 반려에는 분명히 ‘친구’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데 말입니다. ‘이사를 해서’ ‘집주인이 못 기르게 해서’ ‘비용이 많이 들어서’ ‘배변을 가리지 못하고 아파서’ 친구를 버리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일까요.

일단 법을 한번 찾아봤습니다. 동물을 유기하는 일은 명백한 불법행위입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유기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동물유기를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9551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한 서울시는 동물유기를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동물을 유기한 소유자를 찾기 어렵고 찾더라도 동물 유기와 유실을 구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유기한 주인을 찾아내더라도 “잃어버렸을 뿐”이라고 둘러대면 처벌할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유기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확보하면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과태료 100만원 짜리 범죄’를 밝혀내기 위해 많은 행정력을 투입할 수는 없습니다. 동물 유기 관련 업무를 보는 인원은 자치 단체에 몇명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과태료 처분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반려견 내장형 칩(RFID)’ 의무화가 대안으로 떠오릅니다. 소유자 성명, 전화번호 등 반려견에 대한 정보를 마이크로 칩에 저장한 후 반려견의 목덜미나 어깨 등에 삽입하는 것입니다. 반려견 등록제를 위해 현재는 내장형 칩과 외장형 칩, 등록인식표를 병행하고 있는데 이를 일원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내장형 칩은 개나 고양이가 아무리 격하게 움직여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또 주인을 비롯해 사람도 손쉽게 제거할 수 없습니다.

농림부는 지난 1월 내장형 칩 의무화를 2016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동물등록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반려견 소유자의 관리 의무를 강화해 반려견의 유기·유실을 막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농림부는 지난 2월초 이 계획을 바로 거둬들였습니다. 칩 내장에 따른 반려견의 안전 및 건강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농림부는 “일부 동물 관련 단체에서 내장형 칩에 대한 안전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고 국민 정서상 아직 이를 의무화하기 이르다고 판단했다”며 “그 필요성과 안전성을 충분히 홍보해 대부분 국민을 설득한 뒤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동물 보호단체의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아무리 개나 고양이라 할지라도, 몸에 이물질을 넣는 것이 좋을 리는 없습니다. 반려동물들을 보호하려다, 건강에 해를 입힐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반려동물들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날씨가 따뜻할 때는 유기 횟수가 늘어납니다. 추운 겨울에 비해 버려진 동물들이 죽을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것 역시 이기적인 인간이 자기위안을 위해 만든 이유겠지요.

반려동물 입장에서 보면 여름이든, 겨울이든 죽음의 위협을 느끼는 것은 매한가지 일 것입니다. 하루 빨리 유기동물을 위한 대책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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