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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KEB하나은행 출범…'리딩뱅크' 경쟁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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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규모 국내 1위…영업력 강화 최우선 과제

신한·국민과 선도은행 자리 놓고 3파전 예상

연합뉴스

'메가뱅크' KEB하나은행 공식 출범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1일 공식출범한 KEB하나은행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통합은행 제막식에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김근용·김창근 노조위원장과 직원대표들이 제막버튼을 누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으로 탄생한 KEB하나은행이 1일 공식 출범함에 따라 국내 리딩뱅크 자리를 뺏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으로 자산규모 1위의 메가뱅크로 도약한 KEB하나은행은 신한·국민은행의 양강 체제를 깨뜨릴 '다크호스'로 손색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화학적 결합, 지점 통폐합, 전산 통합 등 아직 풀어야 할 일들이 산적해 통합 시너지를 얼마나 빨리 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자산규모 1위 거대 은행 출범

KEB하나은행의 자산규모는 올 상반기를 기준(연결)으로 299조원이다. 국내 은행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대출은 208조원으로 3위, 자본금은 22조원으로 2위다.

국내 지점 수는 945곳으로 국민(1146), 우리(974)에 이은 3위다. 해외지점은 20곳으로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직원 수는 1만6천368명으로 국민은행(2만553명) 다음인 2위다.

자산규모 1위, 해외지점 1위의 거대 뱅크가 탄생한 것이다.

하나은행이 강점을 보이는 프라이빗뱅킹(PB)과 외환업무를 특화한 외환은행이 통합 시너지를 낼 경우 '리딩뱅크' 자리를 노려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KEB하나은행이 통합 시너지를 내면서 리딩뱅크로 도약하기까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 영업력 강화 '최우선'

리딩뱅크로 발돋움하려면 우선 영업력를 강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영업통'인 하나금융의 김정태 회장이 '영업통'인 함영주 부행장을 통합은행의 초대 행장으로 발탁한 이유도 결국은 영업력 강화로 귀착된다.

KEB하나은행은 이미 서울·경기 지역에 영업그룹 한 곳을 신설하고, 호남지역의 위상을 본부에서 영업그룹으로 격상했다.

최근의 조직 개편에서도 4개 그룹에서 6개 그룹으로 영업그룹을 확대하고, 영업본부장의 효율적인 재배치를 주문했다.

그만큼 영업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함 행장이 영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올 들어 하나·외환은행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6천689억원으로 작년 동기간(9천131억원)보다 26.7% 줄었다.

2천544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외환은행도 작년 상반기(3천680억원)에 견줘 30.9% 하락했다.

반면에 '리딩뱅크'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에 9천55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작년 동기 대비 8.4% 감소에 그친 것이다.

함영주 행장은 "통합은행에서 강조점을 두는 것은 '영업'이다. 앞으로 '영업제일주의'를 강조할 것"이라며 "강력한 영업력을 토대로 리딩뱅크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 화학적 결합 성공할까…전산통합 내년 6월쯤 이뤄질 듯

함 행장은 3개월 이내에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조직이 완벽히 하나가 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단자회사에서 출발해 충청·보람·서울 은행을 흡수 통합하며 메가뱅크로 도약한 하나은행은 엄격한 군대식 문화가 주류를 이루는 보수적인 분위기가 팽배한 조직이다. 상명하달이 확실하고 그에 따른 의사결정이 빠르다.

반면 한국은행에 모태를 둔 외환은행은 리버럴한 분위기에 엘리트 문화가 상존하고 있다.

이렇게 현격하게 다른 기풍 때문인지 두 은행의 통합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통합 선언 후 1년여 동안 노사 양측은 격렬한 공방을 이어가면서 법정싸움까지 벌였다.

따라서 통합에 따른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면 통합과정에서 발생한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 급선무다.

함 행장이 내정된 후 가장 먼저 외환노조 사무실을 찾아가 상생을 강조한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두 은행의 통합 시너지를 내려면 시스템적으로는 전산통합이 선결과제다.

이 부문에서 이미 상당 수준의 통합 시나리오를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통상 은행 간 전산망 통합에 1년 정도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성사는 어려울 전망이다.

KEB하나은행은 신속성보다는 안전성에 주안점을 두고 전산 통합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애초 내년 설 연휴 전까지 통합작업을 끝낼 계획이었지만 내년 6월로 일정을 수정했다.

임금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도 과제다.

올 상반기 외환·하나은행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외환은행 직원들의 분기 평균 급여는 4천300만원으로, 하나은행(3천400만원)보다 1천100만원가량 많다.

이 밖에 중복되는 지점의 통폐합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 리딩뱅크 격전 예고

KEB하나은행의 출범으로 수년째 1위를 차지했던 신한은행의 독주체제에 변화가 생길지도 관심을 끈다.

현재는 KB국민은행이 모회사인 KB금융을 앞세워 신한은행과 신한금융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그러나 KEB하나은행의 출범으로 양자구도가 깨질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은 연결 기준으로 신한은행이 7천903억원으로 1위, 국민은행이 7천302억원으로 2위다.

하나은행은 5천606억원을 벌어 3위지만 외환은행의 순이익(2천313억원)을 더할 경우 7천919억원으로 단숨에 1위로 올라선다.

은행들의 모회사인 금융지주 사이에서의 격전도 예상된다.

역시 신한금융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덩치가 커진 KB금융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

특히 대우증권 인수에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증권업계 2위인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KB금융의 파워가 막강해질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KEB하나은행을 발판으로 삼아 은행권의 격변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지주 순위까지 변화를 몰고올지는 미지수다.

은행 비중이 다른 금융지주에 견줘 지나치게 높아 수익의 안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에서 통합은행이 차지하는 순이익 비중은 올 상반기에 89%에 이른다. 나머지 4대 금융지주인 KB금융(71%), NH농협금융(69%), 신한금융(57%)보다 은행 비중이 훨씬 크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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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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