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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학교내 性범죄 40%는 '제자에게 뻗은 나쁜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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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교사 299명 분석]

-성범죄 방법 각양각색

손 차다며 제자 옷에 손넣고 동료에게 음란 동영상 보내

-징계교사 46%가 복귀

교단 온정주의에 처벌 미미… 전근 가 또 범죄 일으키기도

-외국선 교사에겐 가중처벌

양형기준 '10년 이하'였던 日, 제자 나체 찍은 교사 30년형

서울의 한 공립 고교 성폭력 파문을 계기로 국회 민현주 의원(새누리당)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최근 6년간 '성범죄 관련 비위 교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성범죄 교사 피해자의 40%가 가해자의 제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곳곳에 퍼진 '독버섯'

모범이 돼야 할 교사들이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을 상대로 부끄러운 행태를 보인 경우는 적지 않았다. 수도권의 한 초교 교사는 지난 2013년 체육 시간에 홀로 교실에 남았던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을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손으로 허벅지를 만졌다. 또 다른 초교 교사는 "손이 시리다"며 6학년 여제자의 상의에 자신의 손을 넣었다. 이처럼 교사 성범죄 10건 중 4건(39.7%)은 자신의 제자가 범행 대상이었다. 배승민 가천의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교수는 "특히 학생들은 신뢰 관계에 있는 교사에게 성폭력을 당했을 때 충격도 크고 그 후유증이 길게 간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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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감사 결과가 발표된 서울의 공립 고교 연쇄 성추행·성희롱 사례처럼 일부 교사는 동료 교사에게까지 성적 모욕을 주기도 했다. 교육부 자료 징계 의결서엔 노래방에서 동료 여교사 가슴에 손을 댄 교사부터 학부모와 눈이 맞은 경우까지 입에 담기 어려운 범죄 사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버젓이 교단에 복귀하는 교사들

더 큰 문제는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들이 미온적 처벌로 교단에 금세 다시 서곤 한다는 데 있다. 실제로 전북의 한 교사는 2011년 10월 여중에서 근무할 때 학생들 몸을 만지다가 견책 처분만 받은 뒤 교직에 복귀해 이듬해 6월 운동부 여학생을 다시 성추행했다. 이후 이 교사는 2013년 한 중학교로 옮겨서 남자 중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결국 해임됐다. '온정주의' 탓에 이 학교 저 학교 학생들만 피해를 입은 꼴이다. 실제로 지난 6년간 성범죄로 징계받은 교사 299명 중 139명(46.5%)은 정직 이하 징계를 받아 여전히 교단에 남은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 회사에서도 성범죄를 저지른 직원은 복귀가 어려운데,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복귀가 이처럼 쉬운 것은 지금까지 지나치게 징계 기준이 낮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범죄→솜방망이 처벌→빠른 교단 복귀와 또 다른 성범죄'란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안일한 의식이 더 큰 문제

이처럼 교육계에 크고 작은 성범죄 사건이 이어지는 까닭은 교사들이 성범죄를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안일한 탓도 있다. 징계 의결서에 나온 가해 교사들의 진술을 분석해보면 '죄송하고, 십분 잘못했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문제가 없다' '억울하다' 등과 같은 반응도 많이 나왔다. 초등학교 여학생을 성추행한 한 초교 교사는 '초등학교에선 아침마다 아이들과 가볍게 스킨십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심지어 전남의 한 학교 교장은 여교사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음란 동영상을 자주 보냈다가 적발됐는데, '유머 차원에서 한 일'이라고 했다. 교육자들이 자신의 행동 중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조차 모른다는 얘기다.

◇외국에서는 강력 처벌

지난 5월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여중생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17년 차 역사 교사 크리스천 암스트롱이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2012년 8월부터 10개월간 일주일에 3~5번씩 피해 학생을 불러 가슴을 만지고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하고 '너를 안아주고 싶다'는 등 이메일을 보냈다. 이 교사는 체포된 지 하루 만에 이름과 나이는 물론이고 사진과 경력까지 공개됐고, 법원은 그다음 날 학교·학생들에 대한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다. 1년간 학생 8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직위 해제된 뒤에도 교내 동호회 행사 등에 참여한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립 고교 가해 교사와 대비된다.

외국에서는 학생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에 대한 사법·행정적 처벌이 엄격하다. 독일·영국·미국 등에서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면 예외 없이 실형을 받는다. 일본 법원은 지난 2009년 초등학생 제자의 나체 하반신을 비디오로 찍은 교사에게 징역 30년형을 선고했다. 당시 아동 성추행에 대한 양형 기준이 징역 10년 이하였지만, 직업이 교사이기 때문에 가중 처벌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아동 포르노물을 소지한 50대 고교 교사가 징역 200년형을 받기도 했다.

[정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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