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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탐사플러스] 석촌호수 말라가는데 괜찮다?…수상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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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시는 최근 잠실 일대 지반 침하 현상과 관련해 두 가지 중요한 내용을 발표한 바 있죠. 먼저 석촌호수 물 빠짐의 원인은 제2롯데월드와 9호선 공사 때문이지만, 이 물 빠짐이 주변 지반 침하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거였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저희 탐사팀이 취재한 결과 결코 안심할 수 없는 몇 가지 근거가 나타났습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이국석/최초 신고자 (지난해 8월) : 꽝하는 소리. 지하에서 발파하는 줄 알았거든요.]

서울 잠실의 석촌호수입니다.

석촌호수는 2011년부터 하루 평균 물 2천 톤이 지하로 빠져나가 수위가 급격히 내려갔습니다.

그 원인을 알기 위해 서울시는 용역을 발주했고 이달 초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제2롯데월드와 지하철 9호선 공사 때문이다'

서울시는 주변 대형공사를 지목했습니다.

그런데 인근에서 발생한 지반침하는 석촌호수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대형공사 때문에 석촌호수는 말라가고 있지만 지반침하에는 영향이 없다는 이야기인데요,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수곤 교수/서울시립대 토목건축학과 : 계속적으로 물이 빠지면 지표에서 침하되거나 싱크홀이 발생할 여지가 있죠. 지반이 단층 되어서 파쇄가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어떤 근거로 지반침하와 석촌호수는 관련이 없다는 건지 서울시의 발표를 되짚어봤습니다.

[김학진/서울시 물순환기획관 (지난 6일) : 지반 침하의 이상이 없는 아주 미미하다. 관련성이 희박하다고 보입니다.]

취재진은 이 분석을 검증하기 위해 서울시에 해당 보고서의 공개를 요구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 작성하고 있어요. 보고서를.]

서울시가 해당 연구 용역의 보고서도 없이 결과를 발표한 겁니다.

[정상만 회장/한국방재학회 : 보고서를 기반으로 해서 발주처가 발표하게 되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고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가 어떤 연구 용역을 발주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과업내용서'를 입수했습니다.

16장에 달하는 의뢰서에서 지반침하 발생 가능성에 대한 평가와 대책은 한 줄만 언급됐습니다.

[이수곤 교수/서울시립대 토목건축학과 : 과업지시서 내용으로 볼 때 (석촌호수) 수위저하, 지하수위 변동만 주 연구이기 때문에 지반침하 연구가 깊이 돼 있다고 판단되지 않아요.]

대형 공사가 지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분석은 의뢰하지도 않았습니다.

[정찬호 교수/대전대 지반방재공학과 : 공사 전과 공사 후 지하수의 흐름에 대해서 명확하게 시뮬레이션 돼야 하죠. 그런 자료가 제가 볼 땐 명확하게 없어요.]

서울시의 해당 연구 결과를 발표한 자문위원도 한계를 인정합니다.

[서울시 외부 자문위원 : 석촌호수 수위저하로 주변이 지반침하로부터 백퍼센트 자유롭다 얘기하기에는 어려운 거고. 지반침하 부분은 별도로 조사해야 합니다.]

특히 서울시 보도자료에선 제2롯데월드 등 인근 대형 공사들이 마무리되면서 석촌호수 물 빠짐도 안정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석촌호수는 현재 어떠한 변화를 겪고 있을까?

석촌호수 수위가 어떤지 송파구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확인해 봤습니다.

수위는 4.8m로 지난해와 비슷했습니다.

호수에 붓고 있는 물의 양은 어떨까요?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한강수 75만여 톤을 끌어썼습니다.

올해는 한강수 뿐만 아니라 제2롯데월드 공사장에서 유출된 지하수도 석촌호수에 붓고 있는데요, 모두 더해보니 77만여톤이었습니다.

지난해보다 무려 1만 8천여 톤 증가했습니다.

결국 석촌호수는 지난해보다 더 빠르게 말라가고 있는 겁니다.

서울시는 이것도 괜찮다고 합니다.

[최진석 과장/서울시 물관리정책과 : 매우 낮은 지하수 흐름 속도를 보이고 있다. 지하수로 인해서 주변 지역의 지반에 영향을 주지는 않고 있더라.]

하지만 석촌호수 물 빠짐이 계속되면 인근 지하수 흐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

잠실처럼 연약한 지반의 경우 지하수가 갑자기 빠져나가면 지반침하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상만 회장/한국방재학회 : 지하수 변동에 의해서 (지하수가) 높았다가 낮았다면 지반을 교란시킬 수 있기에 재난 발생 가능성을 계속 조사해야 합니다.]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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