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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강남역 정비직원 약혼녀 "평소 '혼자 작업하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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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회사서 '2인 1조' 파트너 안 밝혀, 개인 과실 내몰아"…내년 1월 결혼 앞두고 '참변']

머니투데이

지난 29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하청업체 직원 조모씨(28)가 사망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병원에 마련된 조씨의 빈소. / 사진 = 이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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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중 전동차에 치어 사망한 조모씨(28)는 평소에도 회사로부터 '혼자 작업을 하라'는 지시를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또 안전 관리 규정대로 조씨와 '2인1조' 작업을 하려던 직원이 있다고 밝혔지만, 유가족에게조차 당초 함께 작업하려던 직원이 누구인지 함구하고 있어 의혹이 커지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내 병원에 마련된 빈소에서 만난 조씨의 동갑내기 약혼자는 기자에게 "평소에도 종종 전동차 운행 시간 중 '혼자 작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푸념하곤 했다"며 "(회사 내 직원 서열상) 막내라 단순 작업이나 사전 점검 등은 혼자한다고 몇 번이나 들었다"고 말했다.

약혼자는 또 "혼자 작업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 '입사한 지 1년여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혼자 수리를 하냐'고 여러 번 물은 적이 있다"며 "그런 말을 듣지 않았으면, 내가 어떻게 2인 1조로 작업한다는 사실을 사고 전부터 알고 있었겠나"라고 반문했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2013년 1월 2호선 성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직원이 전동차에 치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후 '2~3인이 한 조로 작업하도록' 하는 내용의 안전 규정을 마련할 것을 스크린도어 관리 외주업체인 E사에 권고했다. 그러나 E사 직원인 조씨는 사고 당시 홀로 정비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고, 서울메트로와 E사는 '2인 1조로 작업할 계획이었지만, 다른 직원이 도착하기 전 조씨가 먼저 수리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메트로와 E사가 이번 사고를 조씨의 개인 과실로 몰아가기 위해 2인1조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조씨의 외숙모는 기자에게 "2인1조로 작업을 진행하기로 한 직원이 누군지 물었지만, E사에선 유가족에게조차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대로 2인1조로 작업하기로 했다면, 마지막에 연락한 사람이나 지시한 사람이 있지 않겠나"라며 "회사에선 당장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죄송하다'는 말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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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하청업체 직원 조모씨(28)가 사망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병원에 마련된 조씨의 빈소 입구. / 사진 = 이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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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은 또 E사가 사고 내용에 대한 전혀 설명하지 않았고, 작업 인원과 시간 등 구체적인 내용에서도 '말 바꾸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외숙모는 "처음 사고가 난 후 E사는 '회사가 지시하지도 않았는데 조카가 알아서 강남역에 갔다'고 얘기했다"며 "하루가 지나 관련 기사가 나오자 '강남역의 신고를 받아 회사에서 작업지시를 했다'고 말을 바꿨다"고 전했다.

특히 유가족들은 조씨가 E사에 입사한지 1년 3개월 밖에 안 돼 홀로 위험한 업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데도 회사가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유가족은 "입사하면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쳐 현장에 투입되는데 안전교육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사고가 날 경우 당황할 수밖에 없는 신참 직원에게 작업을 지시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또 조씨가 작업 중인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강남역 측도 성토했다. 한 유가족은 "스크린도어 작업을 하는 상황을 알고, CCTV(폐쇄회로TV)등으로 지켜보고 있었을 텐데 강남역 측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발뺌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E사의 원청업체인 서울메트로 역시 전혀 사과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유가족들은 "E사 부사장과 기술본부장 등이 찾아왔지만 '죄송하다'며 고개만 숙였고, 원청인 서울메트로 담당자와 통화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만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조씨는 내년 1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중학생 때 만나 15년 넘도록 조씨와 교제했다는 약혼녀는 "상견례를 마치고 결혼 날짜까지 잡았는데, 이렇게 떠나버려서 너무 막막하다"며 흐르는 눈물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는 또 "예비남편은 성격이 무뚝뚝해서 회사 얘기를 많이 하진 않았지만, 힘들어도 만족하면서 일했다. 책임감이 강해 자신이 맡은 일은 끝까지 하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평소에 수동적이라고 놀릴 정도로 성격이 차분한 편이라 특별한 지시 없이 혼자 위험한 일을 할 사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힘든 내색은 않았지만 그래도 (스크린도어 밖에서) 작업하는 건 무서워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E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애초부터 조씨 홀로 작업하도록 지시했는지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질문에 "경찰 조사 중이기 때문에 지금은 할 말이 없다"며 "조사가 끝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재윤 기자 m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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