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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로스쿨 '음서제' 논란에… 사시 존폐 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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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 폐지는 국민과의 약속” 로스쿨 원장단 회견 열고 반격…“도입 취지 무색 ‘돈스쿨’ 전락” 법학교수회도 반박 성명 맞불

세계일보

해묵은 사법시험 존치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최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나온 일부 고위층 자녀의 특혜 취업 논란이 야기한 ‘현대판 음서제’ 비판을 계기로 로스쿨 제도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면서다. 이 틈을 타 사법시험 존치론자들은 학비가 비싼 점과 입학전형, 졸업 후 취업 과정에서의 불공정·불투명성 등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키며 폐지를 2년 앞둔 사법시험의 ‘생명 연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전국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협의회는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시험 폐지는 국가가 오랜 논의를 거쳐 국민에게 한 약속인데도 일부 단체가 로스쿨 제도에 대한 사실을 왜곡하며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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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근 법학전문대학협의회 이사장(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사법시험 폐지는 1995년부터 시작된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오랜 논의를 거쳐 2009년 국회가 여야 합의로 법을 제정한 것”이라며 “로스쿨 설립 취지에 맞게 시험에 의한 선발이 아닌 교육의 다양성이라는 대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시험 존치론을 주장해 온 대한법학교수회(회장 백원기)는 반박 성명서를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교수회는 성명서에서 “국민은 사법시험의 폐지를 약속한 바 없다. 지금 국민 절대 다수가 사법시험의 존치를 찬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법시험은 가장 공정하고 권위 있는 시험으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등용문”이라며 “사법시험의 폐해를 제거하기 위해 도입된 로스쿨 제도에서 그 도입취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로스쿨 문제는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특혜 문제와 1년에 2000만원 이상의 돈이 없으면 입학해 졸업할 수 없는 이른바 ‘돈스쿨’의 고비용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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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계속되는 논란에도 법무부는 사법시험 존폐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6월 국회에서 열린 사법시험 존치 문제에 대한 토론회장에 참석한 법무부와 대법원 측 인사들은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당시 최재봉 법무부 법조인력과 검사는 “더 나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법조인 양성 대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사실에 근거해 차분하게 따져보자”고 선을 그었다. 문성호 대법원 법원행정처 판사도 “국민 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사법시험을 준비해온 고시생들은 지난 27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사법시험 폐지가 고시생들의 직업선택 자유와 공무담임권,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헌재의 결정은 사법시험 존폐 논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6월에는 ‘변호사시험법상 시험성적 비공개 조항’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기도 했다. 서울의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양쪽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기 때문에 결국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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